지난달 19일 전통문화체험관서 이연훈 대목장 강연 열려
기술이 발달해도 따라갈 수 없는 한옥의 가치 조명
강연 뒤 국악, 재즈가 어우러진 음악콘서트까지

옛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양식이 깃든 전통 한옥. 단일 부재를 못으로 박는 현대 건축물과 달리 한옥은 목재를 맞춤(수평방향으로 연결하는 방식)과 이음(직각방향 또는 엇방향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는 전통 기법을 통해 못을 안 쓰고 짓는다. 이음과 맞춤으로 연결된 결구들이 모여 하나의 전통 목조 건축물로 완성되는 한옥은 속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오늘날 겉이 아닌 속을 채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전통 목공 기술에서 배운다.

지난 8월19일 오후3시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세미나실에서 ‘문화콘서트 안뜰’ 프로그램 일환으로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지난해 9월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23호 대목장 보유자로 인정된 이연훈(65, 청주) 씨가 <내 집을 지읍시다; 한옥 짓기>라는 주제로 한옥을 짓는 전 과정과 그 안에 담긴 한옥의 가치를 수강생들에게 전파했다.

목공 일을 18살 때부터 시작한 이연훈 씨는 대목장이었던 돌아가신 스승의 대를 이어 전통 건축 법식과 기법을 통달했다. 그는 1975년 충주 정심사 공사를 시작으로 1991년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을 취득하며 40년 넘게 전통문화재 복원과 건축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옥천 옥주사마소, 보은향교, 회인향교, 청주동헌 등 주요 전통문화재 건축의 선봉에 서 있다.

“저는 문화재 일을 하는 목수예요. 대목장이라는 호칭보다 목수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데요. 한옥은 우리 선조들의 삶이 깃들어 있는 공간입니다. 저는 한옥을 잘 지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연이 있는 집을 지으라고 말을 하거든요. 우리 옛날 소박한 집은 그 맞춤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몰라요. 오늘날 기계화하고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현대건축물은 한옥처럼 못 맞춰요. 옛날 집을 가만히 보면 혼이 들어가 있어요. 정성이 들어가 있고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에서는 충북 음성군 용산리에 있는 한옥 대상헌(한식목공 1195호)을 사례로 한옥을 짓는 과정을 소개했다. 200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3년의 세월이 걸린 대상헌은 이연훈 씨를 포함한 작업자 8명이 지은 한옥이다. 이 씨는 집짓기 전 단계인 개토제(개토하기 전에 토신(土神)에게 올리는 제사)부터 기초공사, 초석놓기, 치목공사, 조립, 지붕공사, 실내공사, 기단작업, 창호작업, 바닥공사, 마감공사, 입주식 등을 사진과 곁들여 설명했다.

이날 수강생 9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편과 함께 전통문화체험관에 찾은 김춘연(77) 씨는 이번 강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향이 대구인 그는 10년 전 옥천에 귀촌해 군북면 소정리에 살고 있다. 김 씨는 “어렸을 때 한옥 짓는 과정을 신기하게 바라봤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한옥을 들여다보니까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기분이 묘하다”며 “섬세하고 세밀한 계산이 들어간 전통 기법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오후 5시30분부터는 전통문화체험관 옥천관 중정에서 신나는 음악 공연이 열렸다. 야외 공연장에는 양왕렬 퀄텟, 가야금 유동주, 전자첼로 이나영, 민요하는 소리꾼 남경오 씨가 참여한 <국악과 째즈밴드와의 만남>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 4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국악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던 이번 공연에서 선곡한 노래는 △영화 대부(The godfather) OST △뱃노래 △태평가 △호랑수월가 △군밤타령 △사랑했지만 △Spain △홀로아리랑 △쾌지나칭칭나네 등이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을 관람한 김연주(38, 읍 장야리) 씨는 야외 공연이 있는 날이면 전통문화체험관에 자주 찾아왔다고 한다. 아들을 안고 관람했던 김 씨는 “공연이 굉장히 신나고 마음에 들었다”며 “지난번에 봤던 재즈 공연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콘서트 안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강연 및 공연은 지난달 26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약 1천5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통문화체험관 하선이 학예연구사는 ‘한옥이 주는 매력을 전하면서 신나는 공연과 결부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일한 지 3년차인 그는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 옥천군민들에게 문화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오후3시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가온건축 대표이자 EBS <건축탐구 집>을 진행하는 노은주 건축가가 ‘건축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또한 같은 날 오후 5시30분에는 클래식팀 다울림, 전자현악팀 이나영밴드가 참여해 ‘클래식 현악과 전자 현악의 조화’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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