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사랑하는 아내의 18번 애창곡은 남진이 부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유행어처럼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국의 거리를 뒤덮을 때, 우리는 산 좋고 물 많은 월전리 다릿골에 그림 같은 하얀 목조건물로 전원주택을 신축했다. 주택 이름은 서예를 하는 아내의 아호를 따서 “학림산방”으로 서각 해 걸고, 아내에게 선물했다.
늘 꿈꾸듯 전원주택 마련하기를 위해 물 좋고 산 좋다는 곳을 수 없이 찾아다녔던 터라 아내의 기쁨은 남달랐다.
위 마당과 아래 마당 천여 평에 파란 잔디를 심었다. 잔디를 잘 관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잡풀과의 전쟁을 해야만이 파란 잔디를 키울 수 있다. 농약을 쳐서 잡풀을 제거하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뽑는 고집을 지금까진 지켜왔다. 인구에 회자 하던 “꿈은 이루어진다.”가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나 또한 45년을 나 하나 믿고 공무원에게 출가해 와 살아준 아내에게, 가장으로 할 일을 조금은 한 듯해서 기쁘기 그지없다.
아버지는 안남에서 한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았다. 옥천 시내로 이사를 와서 어물장수를 하다가 몇 년을 못 가서 이순의 나이에 다시 농사하려고 군서면 월전리 다릿골 외딴집을 택햇따. 50년 전 일찍이 웰빙을 시작한 것이니, 인생살이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진다.
그 당시 흑벽돌을 손수 찍어 집을 지었다. 정남향에 지붕은 빨간 기와로 단장했다. 뒷동산에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심어 과수원을 조성하고,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 벌꿀 농사도 하고, 대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가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10여 년을 사시다가 천국으로 가셨고, 가족들은 시내로 이사하니, 빈집으로 남았었는데, 몇 년 동안 관리를 못 하다 보니, 집이 허물어졌다.
집 앞에는 서화천이 유유히 흐르고, 집 뒤로는 아담한 작은 산을 지고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집터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만한 곳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위 언덕과 아래 언덕에 자연석으로 조경작업을 하여 영산홍도 심고, 진입로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어서 시원한 그늘을 조성해서 여름에는 더운 줄 모르고 지낸다. 백일동안 꽃이 피는 백일홍과 지귀나무와 언제나 청청함을 자랑하는 소나무도 몇 주 심었다. 오래 전에는 조경수를 향나무를 심었는데, 근년에는 소나무를 많이 심는다.
서화천을 건너는 학천교를 지나서 학천로를 한참을 오면, 냇가 가장자리에 300년 된 아름드리 둥구나무(학천수)가 우리 집을 든든하게 지키고 서 있다.
고등학교 궁거책에 실린 용바위가 자리한 우리 마을 월전리는 풍광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들어오는 입구에는 칼바위가 있는데 어렸을 때 수영을 하느라 많이 다녔던 곳이다.
집 터 또는 산소에서 정면으로 가까이 보이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산을 안산(案山)이라고 한다. 우리 집 유리창 넘어 안산이 아담하게 자리하여 집터를 안온하게 감싸서 안정감이 있다. 또한 우리 집 들어오는 초입에 두리 동네를 지키는 향토방위 부대가 30년 전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집 꽃동산을 지키려고 자리 잡은 듯하다.
50년 전에 뒷동산에 은행나무와 대나무 한그루를 심었는데 150평 정도로 번식하여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동산이 조성되었다. 고즈넉한 저녁이면 사르락 사그락 댓잎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가 감추어 졌던 내 시심을 일깨운다.
앞 논을 개조하여 연못을 조성, 하늘물빛 정원으로 가꾸고, 백련을 심었는데, 올해는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학림산방의 경치가 사뭇 아름다워, 지나가는 사진작가들하며 시인들의 시심돋우는 자연의 몫을 제대로 한다. 차 대접하기를 즐겨하는 아내는 그들에게 정성들여 연잎차를 우려 주며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바로 옆집 푸른 농원 정원에는 야생화 천국을 조성해서, 부레옥잠, 애기똥풍, 할미꽃 등등. 사시사철 어여쁜 햐생화 꽃들이 철따라 제 모양을 자랑한다. 
자연을 통해 느림을 배우고,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손자 손녀들의 잔다마당을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시끄러운 소리 속에, 삶의 윤기가 흐르는 이 집에서 이제 노녀의 마지막 삶을 사랑하는 아내의 소망대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다.”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안후영,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옥천문단 20주년 특집호』, 2019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