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주년 맞이한 ‘동네방네 삶는족족’
국내산 앞다리 ‘족발’, 생삼겹살 ‘보쌈’ 판매
임성빈 대표, 청결·위생 우선으로 식당 운영
소주·맥주 3천원 이벤트, ‘일단은’ 연말까지

옥천의 ‘동네방네 삶는족족’ 임성빈(54, 읍 마암리) 대표. 그의 명함엔 대표가 아닌 ‘족관리사’라는 직함을 붙였다. 독특하다. 이미 단골손님들 사이에선 ‘사장 독특하다’고 정평이 났다. 그는 음식에 타협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족발 장사하는 사람의 명예가 걸린 지점에 있어선 고집을 꺾지 않는다. 때론 육가공, 식자재 조달 업체와 불화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음식에 정직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안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일. 임 대표는 맛도 중요하나 청결이나 위생 면에서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보다 청결하고 깔끔한 음식을 드리는 게 먼저였다. 손님에겐 좋은 사장이나, 관련 업체와 거래를 이어가는 데 있어선 악역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냉동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기 어렵다. 경력이 쌓이면 고기를 잘라보고 안다. 냉동을 갖다준다 싶으면 고기를 삶아 가공업체에 보내버린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돼지 뒷다리는 구경도 못 했단다. ‘국내산 앞다리’만 쓴다고 한다. 보쌈은 ‘국내산 생삼겹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생, 두 번째는 관리다. 해썹 인증된 육가공 업체에서 가공하고, 손질하고, 세척한 고기를 받아온다. 그걸 그대로 삶느냐, 아니다. 아침 9시30분에 출근하면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자체적으로 족발 세척하고 손질하는 과정을 또 거친다. 번거로워도 해야 할 일. 어느 때든 확인해보라고 했다. 이미 그의 부르튼 두 손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2013년 5월4일 개업해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동네방네삶는족족(대표 임성빈) 가게 전경. 가까운 거리에 장터소머리국밥, 아치그린이 있다.
2013년 5월4일 개업해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동네방네삶는족족(대표 임성빈) 가게 전경. 가까운 거리에 장터소머리국밥, 아치그린이 있다.

나름의 결벽증이 있어 그런가 싶었다. 그는 평소 그리 깔끔한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 내가 먹는 족발이니까, 또 내 손님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철칙을 중요하게 여길 뿐이었다. 입에 바른 소리보다는 몸소 실천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족관리사 말고 또 다른 별칭은 ‘버려’다. 바닥에 족발이 떨어지면 ‘버려’, 하물며 수저 젓가락이 떨어져도 ‘버려’를 외친다. 세척기를 돌려 식기를 다 삶는데도 말이다.

2013년 5월4일에 개업한 동네방네삶는족족. 처음 엘(L)마트 인근 자리에서 테이블 5개, 밖에 2개 놓고 장사를 했다. 어느 날 손님 세 사람이 왔는데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렸고, 다음 날 같은 시간대에 왔는데 자리가 없어 돌려보내고, 그다음 날 또 왔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 손님들이 등 돌리고 가면서 혼잣말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하는 공간도 좁아 불편한 마당이었다. 우연히 골목을 지나가다 현재 자리를 알게 돼 여기서 8년째 운영 중이라고 한다.

■ 족발 세척은 꼭 필요한 작업!

임 대표는 올해 11주년을 맞아 소주, 맥주 값을 3천원만 받는다고 알렸다. 단, 술 심부름은 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일단은 12월31일까지’라고 단서를 달았으나 그는 끝까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경제가 어려워도 그간 받은 관심과 사랑을 보답하고자 함이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동네방네삶는족족에 들어서자 코요태의 ‘비몽’, ‘비상’이 짱짱하게 들렸다. 주방에서 평소처럼 족발 손질을 하던 임 대표의 살아온 과정이 궁금했다. 작업하는 게 힘들지 않냐 묻자 그는 되물었다.

12일 오전 동네방네삶는족족 임성빈 대표가 주방에서 족발 손질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12일 오전 동네방네삶는족족 임성빈 대표가 주방에서 족발 손질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임성빈 대표가 손질한 족발을 뜨거운 물에 담가 불순물을 빼내는 모습.
임성빈 대표가 손질한 족발을 뜨거운 물에 담가 불순물을 빼내는 모습.

“기자님은 사진 찍고 글 쓰는 거 힘들어요? (힘들지만 하는 거죠) 나는 안 힘들어요. 그냥 노는 거잖아요. 여기가 제 놀이터 아니겠어요. 아마도 족발 장사할 동안 평생 할 것 같은데요? 사람이 힘든 일을 하잖아요? 옛날에 신문 할 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무리 날씨가 뜨겁고 뭐해도 신문 배달은 해야 하잖아요. 비가 오면 비 맞고 다녀야죠. 지금은요? (그런 게 없죠) 비 안 맞고, 눈 안 맞고 다니죠?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행복하죠) 그래, 그거예요.”

대전 소재동에서 나고 자랐다. 자양초등학교, 충남중학교를 나오고 사회생활을 일찍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신문 배달을 했다. 1993년부터는 옥천에 지국을 맡아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여러 신문을 다뤘다. 이후 아이엠에프(IMF)가 생기면서 메이저 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군 단위 지국이 폐국을 맞았다. 경제난으로 2000년도에 옥천을 잠시 떠났어도 신문 업계엔 30년 가까이 일했다. 필체가 아닌 신문 냄새만 맡아도 어떤 신문인지 안다. 학교는 못 나왔어도 신문 보고 사설 읽으며 사회 돌아가는 걸 파악했다.

■ 우연처럼 옥천에 스며들다

옥천에 오게 된 사연이 있다. 지금은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중졸 딱지에 군대에 지원하지 않으면 방위로 빠졌던 그때 그 시절. 친형도 방위를 받은 상황이기에 돈벌이가 궁했다. 해병대 지원했다 떨어지고, 공수 지원했다 떨어지고, 의경 지원했다 떨어지고, 해병 지원했다 다시 떨어지고, 다시 의경에 지원해 어렵사리 붙었다. 의경 생활을 옥천에서 하면서 옥천이 고향인 아내(김계월 씨)를 만났다. 우연처럼 인연처럼 옥천에 그리 살게 됐다. 사람 앞날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손님들에게 웃음꾼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 동네방네삶는족족 임성빈 대표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개업 11주년을 맞아 손님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주, 맥주값을 3천원만 받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손님들에게 웃음꾼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 동네방네삶는족족 임성빈 대표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개업 11주년을 맞아 손님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주, 맥주값을 3천원만 받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2000년 충남 계룡으로 이사해 12년 가까이 살다 2013년 옥천에 족발집을 열면서 돌아왔다. 2012년 계룡에 살 당시 족발집 하던 지인이 저녁 배달알바를 부탁했다. 그때 우연히 족발을 배웠다. 족발은 차게 먹는다는 통념이 있을 때였다. 직접 삶은 따뜻한 족발을 먹었을 때 처음엔 뭔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이거다 싶었다. 9개월 반 가까이 족발을 사다 먹었다. 시급 5천원에 4시간 일해 2만원 받은 걸로 매일 족발을 사서 시간대별로 먹었다.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친구가 족발 삶고 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줬지만 잘 안 알려줬죠. 그 친구 신조가 그래요. ‘네 능력껏 뺏어가라’ 이거예요. 갈치속젓을 그 친구한테 배웠는데, 그 친구 집에 가면 갈치속젓이 안 나와요. 자기가 족발 먹을 땐 냉장고에서 자기 먹을 갈치속젓을 꺼내놓고 먹는데 손님한텐 안 줘요. 왜? 나가면 원가잖아요. 그래서 어렵게 배웠어요. 코 바닥에 비비다시피 하며 배웠죠.”

■ 아버지 와도 퇴근시간은 못 참지

족발에 불을 지져 제모하고, 손수 털을 깎고, 뜨신 물에 넣어 세척한 다음 물로 다시 헹구면 1시간30분이 금방 지난다. 족발 삶을 때 월계수, 통후추, 천궁, 계피, 팔각, 당귀 6가지 재료를 넣는다. 잡내를 잡으려고 대파, 양파, 생강, 마늘도 넣는다. 약 2시간30분을 삶는다. 색을 내기 위한 캐러멜, 빙초산은 넣지 않는다. 언제는 책자 광고에 ‘우리집 족발 삶을 때 빙초산, 캐러멜 색소 넣는 걸 확인 시 1억 드립니다’를 전면 문구로 올린 적도 있다.

동네방네삶는족족이 제공하는 왕족발(중, 3만5천원).
동네방네삶는족족이 제공하는 왕족발(중, 3만5천원).
동네방네삶는족족은 국내산 앞디리를 활용해 족발을 판매하고 있다.
동네방네삶는족족은 국내산 앞디리를 활용해 족발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산 생삼겹살을 활용한 보쌈. (사진제공: 동네방네삶는족족)
국내산 생삼겹살을 활용한 보쌈. (사진제공: 동네방네삶는족족)

오후 2시쯤 삶은 족발이 나오면 장사가 시작된다. 홀 장사는 오후 4시30분부터, 포장 판매는 2시부터 한다. 술장사가 아닌 족발장사를 하고 싶었다. 저녁 열두 테이블 바짝 장사하고, 아홉 시 되면 문 닫을 준비를 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홀에 정겨운 음악을 튼다. ‘이제는 우리는 헤어져야 할 시간~♪’ 젊은 세대에 유행하는 퇴근송도 야심차게 준비했다. ‘퇴근합시다♪’ 하루 12시간 일하다 보면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가 와도 소용없는 일이다.

“음식 드릴 때 저는 똑같이 줘요. 서비스가 없는 게 제 철칙이죠. 꼭 더 줘야겠다 싶으면 12테이블 똑같이 줘요. 만약 오늘 생일인 사람이 있잖아요? 생일자에게 쟁반국수를 줘야 한다 싶으면 모든 테이블에 다 줘요. 예컨대 조카가 식당에 와서 밥을 먹어요. 옆 손님이 봤을 땐 주문했는지 안 했는지 뻔히 알거든요. 기분 나쁠 수 있잖아요. 혹여나 손님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사실 손님이라기보다 아는 형, 동생이라 생각하며 대하고 있어요.”

홀 내부. 포장 판매는 오후 2시, 홀 장사는 4시30분부터 한다. 저녁 9시가 다가오면 퇴근송을 틀어 문 닫는 준비를 한다.
홀 내부. 포장 판매는 오후 2시, 홀 장사는 4시30분부터 한다. 저녁 9시가 다가오면 퇴근송을 틀어 문 닫는 준비를 한다.

■ 주방 이모님들, 우리 가족 고마워요

힘겹게 성장해서 그런가.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어 그랬을까. 지역에 어려운 이웃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은 잠시 중단했지만 영실애육원, 가화리공부방 등에 오랜 기간 힘을 보탰다. 2년 전 인천에 사는 지인을 불러 한여름에 외관 페인트칠 작업을 한 게 애육원 마지막 봉사가 됐다. 차 두 대를 끌고 15명이 와서 이틀 동안 봉사했다. 옥천까지 찾아온 지인들에게 숙식만 제공했을 뿐이다.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쉽진 않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든 할 수 있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도 7~8년째 후원을 보태고 있다. 고맙게도 영실애육원,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감사패를 보내줬다. 식당에 고이 모셔놓는 중이다.

식당 안에 임성빈 대표가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실애육원에서 받은 감사패가 놓여 있다.
식당 안에 임성빈 대표가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실애육원에서 받은 감사패가 놓여 있다.

“인생 살면서 남을 돕는다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족발 장사하면서 여태 받았잖아요. 올해 11주년 돼서 소주값 1천원 빼 드리는 게 크게 돌려드리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손님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작은 성의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동네방네 곳곳에 우리 가게가 들어가 돼지 족을 삶아 내는 족족 팔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지어진 ‘동네방네삶는족족’. 임성빈 대표는 손님들 앞에 웃음꾼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때론 음식 하는 사람의 명예를 지켜야 할 땐 물러서지 않고 정직했다. 주위를 살피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옥천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인터뷰가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임성빈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마지막에 이 말을 꼭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주방에 같이 일하는 우리 임철윤, 김금희, 안재원 이모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장기간 장사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우리 아내 김계월, 큰딸 효정, 작은딸 선하에게도 고맙고요. 특히 우리 집사람은 직장이 있는데도 일 끝나고 저녁 장사를 도와주고 있어요. 직장 일 병행하면서 대학도 다녔거든요. 올해 충북도립대 헬스케어과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엄청 힘들어했는데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임성빈 대표는 장기간 족발 장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과 주방 이모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왼쪽부터 임 대표의 작은딸 임선하, 임성빈 대표, 아내 김계월, 큰딸 임효정 씨. (사진제공: 임성빈)
임성빈 대표는 장기간 족발 장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과 주방 이모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왼쪽부터 임 대표의 작은딸 임선하, 임성빈 대표, 아내 김계월, 큰딸 임효정 씨. (사진제공: 임성빈)
메뉴판.
메뉴판.
식당에 소주, 맥주 할인 이벤트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소: 옥천읍 금장로 110-20
전화: 731-7313
영업시간: 오후 2시~9시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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