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부터 읍내에 개업한 산들애자연밥상은 요일별 백반 식단을 제공하며, 혼밥 1인 식탁도 가능하다. 가까운 거리에 가장맛있는족발, CM필라테스가 있다.
이달 15일부터 읍내에 개업한 산들애자연밥상은 요일별 백반 식단을 제공하며, 혼밥 1인 식탁도 가능하다. 가까운 거리에 가장맛있는족발, CM필라테스가 있다.

지난 15일부터 읍내 신칼국수 있던 자리에 ‘산들애자연밥상’을 열었어요. 저는 군북면 환평마을에 사는데요. 우리 마을에 있는 산과 들에서 난 자연 나물을 갖고 몸에 좋은 음식을 드리고 싶어 시작했고요. 제 이름 끝에 사랑 애(愛) 자를 넣어 상호를 그렇게 지었어요.

우리 환평마을은 산나물로 유명해요. ‘하루나’라 불리는 유채나물부터 두릅, 옻순, 참죽, 머위, 달래 되게 다양한데요. 식자재 대부분은 환평리 주민 분들이 농사지은 걸 가져다 쓰고 있어요. 마을 주민들이 오정동시장까지 나가지 않고 바로 줄 수 있으니까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마을서 난 좋은 재료로 음식을 나눠 먹고 다들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제 고향은 옥천읍 수북리예요. 군동초, 옥천여중, 옥천여고를 나왔고요. 서울서 25년 살다 환평마을에 2007년 7월에 와서 지금껏 살고 있네요. 2014~2015년엔 환평리 이장도 맡았고요. 지금은 ‘대청호푸른달빛마을’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환평약초생태마을 사무장을 5년 했어요.

산들애자연밥상 조정애(64, 군북면 환평리) 대표는 환평마을 주민들이 농사지은 산나물을 활용해 몸에 좋은 음식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산들애자연밥상 조정애(64, 군북면 환평리) 대표는 환평마을 주민들이 농사지은 산나물을 활용해 몸에 좋은 음식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무장 일을 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이런저런 음식을 해드린 게 경험이 된 거 같아요. 식당은 그저 꿈만 꿔 온 일인데요. 주변 분들에게 따로 알리진 않고, 조용하게 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옥천에 오래 살다 보니 지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더라고요. 연락도 많이 해주셨고요.

10년 전쯤에 옥천에 슬로푸드 매니저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제 몸을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배웠어요. 텃밭 식으로 농사도 해봤고요. 유기농 야채를 길러 먹어 왔는데요. 요즘 현대인들은 사이다, 콜라를 마시잖아요. 저는 음식 공부하면서 된장을 얇게 풀어 마셨어요.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어요.

된장도 직접 담그고요. 보리새우가루나 멸치를 다 손질해서 조미료로 쓰고 있어요. 저희 식당은 현재로서는 산들애자연밥상(1만원)만 주문을 받고 있는데요. 제가 식당을 해보는 게 처음이고, 날마다 반찬이 다르게 나가다 보니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당일 반찬 구성은 식당 앞에 입간판으로 알리고 있어요. 반찬을 더 드시고 싶은 분들은 말씀해주시면 더 드리고 있고요.

지난 18일 고등어구이, 하루나된장국, 계란말이, 고추부각 등으로 구성된 산들애자연밥상(1만원). 반찬이 부족하면 요청 시 더 제공한다.
지난 18일 고등어구이, 하루나된장국, 계란말이, 고추부각 등으로 구성된 산들애자연밥상(1만원). 반찬이 부족하면 요청 시 더 제공한다.
19일 냉이국, 미나리, 코다리조림, 두부무침 등으로 구성된 산들애자연밥상.
19일 냉이국, 미나리, 코다리조림, 두부무침 등으로 구성된 산들애자연밥상.

그리고 예약을 해주시면 우리 마을에서 나는 엄나무를 활용한 엄나무 닭백숙·오리백숙(각 6만원)도 준비해드리려고 해요. 산채비빔밥(9천원)은 오는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하는 ‘환평마을 산나물축제’가 열릴 즘에 나올 것 같아요.

우리 환평마을은 화목하고 단합이 잘 돼요. 어르신들이 김장할 때나 된장 담글 때 다들 도와주시고요. 지나가다 경운기 타고 가던 어르신이 손도 흔들어주셔요. 저를 보고 ‘충성’ 하면서 경례해주시면, 저도 ‘충성’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죠. 동네 주민 분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마을에 살아요. 지금도 그렇고요.

마을은 제 개인적인 일이 아니잖아요. 공동체로 다 같이 꾸려가는 일이니까요. 우리 마을은 어르신들이 어디 떠나지 않고 마을 자체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끔 할 계획이 있어요. 그 얘길 어르신들에게 들려드렸을 때 ‘요양원에 안 가도 돼’라고 절실하게 말씀하신 게 기억에 오래 남아요.

입식 테이블로 구성된 홀 내부.
입식 테이블로 구성된 홀 내부.

그 꿈을 다 이루지 못 하고 나온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사무장 5년 하고, 1년 동안은 따로 급여를 받지 않고 실업급여에 의지해 마을 봉사를 했는데요. 고민하면서 저는 조금 더 일을 해야 할 나이라고 판단했어요. 시작은 어설프지만 제 평생 마지막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거고요. 돈은 못 벌어도 건강한 음식을 드시고 갈 수 있게 앞으로 더 노력하고 싶어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인데요. 저는 아침 6시30분에 나와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씻고 다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나와 일을 해요. 휴일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제 생각엔 매달 둘째 넷째 주 월요일로 잡을 것 같아요.

지난 19일 식단에 올라온 미나리무침.
지난 19일 식단에 올라온 미나리무침.

꼭 여럿이 오시지 않더라도 혼자 편하게 오셔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생각했어요. 끼니때를 놓친 분들도 지나가다 먹을 수 있게끔 혼밥 1인 식탁도 준비했거든요. 그래서 탁자 간격을 조금씩 떼 놓은 거고요.

저는 음식 하는 게 행복해요. 죽기 전에 가장 행복한 일을 찾고 싶었고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우리 몸을 살리는 좋은 음식을 맛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자부심과 행복감, 긍지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제가 만든 음식 드시고 몸이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메뉴판. 현재까지는 산들애자연밥상만 주문을 받고 있고, 산채비빔밥은 오는 4월 중순쯤 판매할 예정이다. 예약 전화 시 엄나무오리백숙·닭백숙을 주문할 수 있다.
메뉴판. 현재까지는 산들애자연밥상만 주문을 받고 있고, 산채비빔밥은 오는 4월 중순쯤 판매할 예정이다. 예약 전화 시 엄나무오리백숙·닭백숙을 주문할 수 있다.
산들애자연밥상 앞에 오늘의 메뉴를 알리는 입간판이 놓여 있다. 사진은 3월18일 제공한 산들애자연밥상 반찬 구성.
산들애자연밥상 앞에 오늘의 메뉴를 알리는 입간판이 놓여 있다. 사진은 3월18일 제공한 산들애자연밥상 반찬 구성.

주소: 옥천읍 중앙로10길 5
전화: 733-8805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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