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읍내에 개업한 ‘왔따쪽갈비’
이지나 대표, 초등학생 대상 끼니 제공하는 사연
지난해 이어 올해도 드림스타트에 치밥 후원 약속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에 주변을 살핀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더군다나 딸린 식구들이 있으면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들도 많다. 요즘처럼 지역 경제가 어렵고, 물가가 갈수록 치솟는 상황에서 시야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가족친지들에게 손 빌리지 않고 자기 벌이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본인 몫은 충분히 하는 것이다. 그게 요즘 현실이다. 지역공동체를 걱정하고 돌아본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걸까. 쉬는 날 없이 점심부터 새벽 늦게까지 식당을 하면서도 밖에 지나가는 학생들이 눈에 밟혔던 걸까. 모를 일이다. 이모네 식당에 그냥 편하게 놀러 오라고, 돈 없어도 괜찮으니까 밥 먹고 가라고 품을 줬다. 그는 ‘선행’이라는 말로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유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었다고, 학생들이 먹는 모습이 그저 예뻤다고 그랬다. 그 마음이 참으로 귀했다.

지난해 2월부터 개업한 옥천의 유일한 쪽갈비·치밥 전문점 ‘왔따쪽갈비’ 가게 앞에 입간판이 하나 있다. 그 길을 무심코 지나간 사람들은 못 보고 지나갈 법했다. 알려야겠다 싶었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특별하다. ‘얘들아! 돈 없어도 괜찮아! 들어와서 밥 먹고 가! 단, 오후 5시 이후에는 이모가 바빠서 챙겨주지 못 할 수 있으니까 5시 전에 오기로 약속!’ 왔따쪽갈비를 운영하는 이지나(40, 읍 문정리) 대표는 이 일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읍내에 개업한 쪽갈비·치밥 전문점 왔따쪽갈비(대표 이지나)는 오후 시간에 찾아온 초등학생들에게 치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읍내에 개업한 쪽갈비·치밥 전문점 왔따쪽갈비(대표 이지나)는 오후 시간에 찾아온 초등학생들에게 치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아이들이 훗날 엄마를 떠올릴 때

“제가 한부모 가정이에요. 그동안 정책적인 지원이나 드림스타트 사업으로 도움을 받았어요. 고마운 일이 되게 많았거든요. 입간판에는 ‘급식카드 환영’이라고 써놓긴 했지만 굳이 급식카드가 없어도 상관없어요. 학생들이 와서 배고프다고 하면 치밥(치킨과 밥의 합성어) 한 끼 여기서 먹고 가도 좋고, 포장도 해주거든요. 그런 취지로 시작했고요. 우리 아이들 친구들이 와서 ‘이모 밥 주세요’는 하는데요.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것 같아 이참에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옥천 출생인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타지 생활을 하다 코로나가 유행할 무렵 어머니가 살고 있는 옥천에 정착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행정상 한부모가정으로 인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는 옥천에 이사하면서 지역사회에 여러 도움을 받으며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끼니를 주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그간 받아온 관심과 지원을 지역사회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그랬다.

왔따쪽갈비 이지나 대표는 가게 일과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을 병행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4월부터 음식 나눔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왔따쪽갈비 이지나 대표는 가게 일과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을 병행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4월부터 음식 나눔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 대표는 한부모가정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나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저 아이들이 엄마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졌을 뿐이다. 알고 보니 그가 주위를 살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이 대표는 옥천군 드림스타트 아동들에게 치밥도시락 쿠폰 130장을 기탁한 바 있다. 올해도 쿠폰을 따로 제작해 기탁을 준비 중이고, 왔따쪽갈비를 운영하는 한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단체 주문하면 서비스 더 드릴게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지만, 맨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땐 다섯 시 이후에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빴어요. 그래서 그 이전에 왔으면 좋겠다고 써놨는데요. 시간은 아무 때든 상관없어요.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요. 저희 가게는 배달·포장을 전문으로 하지만, 우리 아이들 밥도 먹여야 해서 홀도 같이 운영하게 된 거거든요. 아이들이 홀에 상주하다시피 해요. 언제든 문 두드려서 ‘밥 먹을 수 있어요?’ 물어보면 홀에서 편하게 먹고 가면 좋겠어요. 포장해가도 좋고요.”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불향바베큐(2만7천900원).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불향바베큐(2만7천900원).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 (사진제공: 왔따쪽갈비)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 (사진제공: 왔따쪽갈비)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치밥. (사진제공: 왔따쪽갈비)
왔따쪽갈비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치밥. (사진제공: 왔따쪽갈비)

다른 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왔따쪽갈비 역시 가게를 운영하는 게 쉬웠던 적은 없다. 이 대표는 다른 상가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는 말을 들으며 힘을 냈다. 지난해보다 물가는 올라간 상황이지만 그는 음식 가격에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그래서 그런가. 그가 운영하는 왔따쪽갈비를 좋아하는 단골손님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단체주문 손님들에게 음료수나 튀김 등을 서비스로 더 챙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드림스타트 선생님들에게도 말씀을 드렸는데요. 지난번에 쿠폰 130장을 드렸는데 절반 정도밖에 회수가 안 돼서 조금 아쉽더라고요. 아무래도 밥 한 끼 먹으려고 시내까지 나오는 게 어려운 친구들도 있겠죠. 그래도 왔다 갔다 하면서 포장해 가져가면 되니까요. 부담 없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밥 먹고 가는 모습만 봐도 저는 기분 좋거든요. 초등학생들이면 누구나 좋아요. 하지만 어른들은 안 돼요(웃음). 그리고 왔따쪽갈비를 애용해주신 단골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배달·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왔따쪽갈비는 홀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배달·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왔따쪽갈비는 홀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메뉴판.
메뉴판.
왔따쪽갈비 앞에 놓여 있는 입간판. 이지나 대표는 급식카드가 없어도 학생들이 부담 없이 들러 홀에서 치밥을 먹어도 좋고, 포장해 가도 좋다고 알렸다.
왔따쪽갈비 앞에 놓여 있는 입간판. 이지나 대표는 급식카드가 없어도 학생들이 부담 없이 들러 홀에서 치밥을 먹어도 좋고, 포장해 가도 좋다고 알렸다.

주소: 옥천읍 금장로 57
전화: 732-7720
영업시간: 오전11시30분~새벽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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