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읍내에 ‘토닥반찬가게’ 열려
안내면 월외리 고향인 이현주 대표 운영
당일 만든 키즈찬, 어른찬, 샌드위치 등 판매
울산에 10년 살다 고향 옥천에 돌아온 사연

세상에 쉬운 일 없다지만 요리(料理)는 만만하지 않은 영역이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말할 것도 없다. 힘들고, 손 많이 가고,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헤아려 다스린다’는 뜻을 지닌 요리. 궁합이 맞는 식재료를 골라 먹는 사람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찾는 과정은 창조에 가깝다. 음식에 값이 매겨진다지만 먹고 사는 일은 그 자체로 숭고하면서도 한편으론 처절하다. 음식 만드는 이의 수고로움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양한 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반찬가게는 실은 고되고 힘들다. 삼시 세끼를 다 차리기 어려운 가정집에게 반찬가게의 존재는 축복이다. 날마다 달라지는 찬의 화려함 이면에 보이지 않는 고뇌와 값진 노동의 흔적들이 남는다. 그날그날 새롭게 메뉴를 선정하고, 식재료를 찾고, 손질하고, 조리하고, 예쁘게 포장까지 나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쉴 틈 없는 빡빡한 하루의 연속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삶의 보람과 노동의 가치를 반찬가게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울산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 힘에 부쳤다고 그랬다. 반찬 30~40개를 매일 같이 만드니 몸이 축날 수밖에 없었단다. 게다가 자녀 셋을 키우려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타지에서 가게와 집만 오고 가는 단조로운 일상은 고향 옥천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게 했다. 마음이 편해지려고 재작년에 짐 싸 들고 남편보다 먼저 옥천에 돌아왔다고 했다. 카페토닥 2호점에서 1년간 샐러드 파스타를 만들어 팔았고, 결국 돌고 돌아 반찬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읍내 마암현대아파트, 삼양초등학교 인근에 새로 생긴 반찬가게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토닥반찬가게’. ‘토닥’은 옥천 사람들에게 친숙한 상호다. 그는 안내면 현리에 있는 카페토닥 1호점은 동생이, 읍내 2호점은 언니가 한다고 알렸다. 2월1일 가오픈한 뒤 2월6일 정식 개업한 토닥반찬가게는 안내면 월외리가 고향으로 안내초, 안내중, 옥천고를 졸업한 옥천토박이 이현주(42, 읍 성암리) 대표와 울산이 고향인 남편 안승주(40) 씨가 운영하고 있다.

'토닥반찬가게'가 6일 정식 개업했다. 가까운 거리에 마암현대아파트, 다인헤어, 금구어린이공원이 있다.
'토닥반찬가게'가 6일 정식 개업했다. 가까운 거리에 마암현대아파트, 다인헤어, 금구어린이공원이 있다.

■ 마음이 편하려고 찾은 옥천

지난 16일 오후 5시 토닥반찬가게에 다다르자 간판에 ‘영양사가 직접 조리하는 건강하고 맛있는 식탁’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맛도 맛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균형 잡힌 반찬을 제공해줄 것만 같다. 가게 앞은 유리문으로 돼 있어 안에 조리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줬다. 아담한 크기의 가게 내부는 인덕션이 설치된 오픈 주방 형태로 탁 트인 느낌을 줬다. 위생 면에서 정직함이 느껴졌다.

가게 벽면엔 이 대표가 취득한 한식·양식조리사, 영양사 자격증이 걸려 있었다. 걸어놓진 않았지만 위생사 자격증도 있다고 했다. 반찬이 진열된 냉장고 안은 이미 많은 사람이 들렀는지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다. 보통 3시가 되면 반찬 준비가 끝난다고 한다. 케이스 안에는 저녁 식사를 위해 예약 주문한 포장 봉지들이 꽤 있었다.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한 시간 동안 손님 7팀이 다녀갔다. 개업하고 일주일이 지난 토닥반찬가게가 서서히 알려지는 중이었다.

오픈 주방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토닥반찬가게 내부 모습. 
오픈 주방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토닥반찬가게 내부 모습. 
가게 냉장고 안에 당일 만든 다양한 반찬들이 진열돼 있다. 
가게 냉장고 안에 당일 만든 다양한 반찬들이 진열돼 있다. 
반찬 앞에 이름, 주재료, 제조일, 소비기한을 확인할 수 있다. 반찬 구성은 전날 밤 토닥반찬가게 인스타그램 또는 밴드에 올리고 있다. 가급적 문자(010-2782-6450)로 예약 주문을 권하며, 방문 주문도 가능하다.
반찬 앞에 이름, 주재료, 제조일, 소비기한을 확인할 수 있다. 반찬 구성은 전날 밤 토닥반찬가게 인스타그램 또는 밴드에 올리고 있다. 가급적 문자(010-2782-6450)로 예약 주문을 권하며, 반찬 여분에 따라 방문 주문도 가능하다.

“울산에 살다가 재작년 10월에 옥천에 왔어요. 울산에 10년 살면서 반찬가게를 6년 했는데요. 고향이 옥천이라 향수 그런 게 생겨서 무작정 올라왔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중간에 경력단절이 좀 있었죠. 어느 순간 외롭더라고요. 일, 집, 일, 집 하다 보니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5년 전부터 신랑을 설득했어요. 그러다가 저와 아이들이 먼저 옥천에 왔고요. 작년에 신랑이 합류했죠.”

■ 요리강사, 영양사 그리고 반찬가게

안내면 월외리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이현주 대표. 위에 언니 둘이 있고, 밑에 남동생 둘이 있어 딱 중간에 자리했다. 돌아보면 공부도 중간, 음악도 중간, 체육도 중간이었다. 나고 자란 환경 때문인지 몰라도 일찍 철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스스로 밥 해먹고, 산에 가면 냉이 캐고, 도라지 캐러 다녔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음식에 재미를 느꼈다. 초등학생 땐 친구 생일날 샌드위치를 만들어 선물로 주기도 했다. 대학 전공도 자연스레 식품영양학. 대학 졸업하고 나서 줄곧 요리를 업으로 삼았다.

서울서 일을 시작했다. 영양사 자격증 따기 전엔 요리 강사를 했다. 영양사를 따고 나선 회사 구내식당에서도 일하고, 초등학교 영양사도 했다. 그러다 신랑을 만나 결혼하면서 울산으로 갔다. 신랑은 울산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다 옥천에 와서 더쎈짐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오전에 수업하고, 반찬가게 일을 도와줬다가 다시 출근한다. 이번에 가게 인테리어는 건축 쪽에 발을 담갔던 신랑이 많이 도와줬다. 페인트칠, 바닥 작업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토닥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른쪽부터) 이현주·안승주 씨 부부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양사 출신인 이현주 씨는 좋은 식재료로 그날 만들어 신선한 반찬을 만들고 있다. 옥천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안승주 씨는 식재료를 구매하고, 인스타그램·밴드를 통해 반찬가게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토닥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른쪽부터) 이현주·안승주 씨 부부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양사 출신인 이현주 씨는 좋은 식재료로 그날 만들어 신선한 반찬을 만들고 있다. 옥천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안승주 씨는 식재료를 구매하고, 인스타그램·밴드를 통해 반찬가게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무작정 부모님이 있는 옥천에 가고 싶었죠. 신랑 고향이 울산인데요. ‘당신 고향에 10년 살았으니 어머니 고향에서 10년 살게’ 이렇게 된 거예요. 울산은 공업단지라 공기가 되게 안 좋거든요. 그게 싫었어요. 고향에 와서 뭐든 하면 되겠지 싶었죠. 옥천에 오고 한 달 뒤부터 카페토닥 2호점에서 일했어요. 신랑이 헬스 트레이너라 샐러드를 추천해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샐러드는 계절을 타는 음식이라 겨울에는 안 드시다 보니 파스타도 같이 한 거고요. 그런데 카페 공간이라 주방이 협소해서 쉽지 않았어요. 단체 주문이 오면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하다 보니 내가 돌아갈 길은 반찬가게가 아닐까 싶었어요.”

■ 날마다 다른 구성, 메뉴는 전날 공지

토닥반찬가게는 인스타그램(@todak_banchan)과 네이버 밴드를 운영해 반찬이 나오기 전날밤 미리 메뉴 구성을 올리고 있다. 반찬 주문은 문자나 전화로 예약해 다음 날 가게에 찾아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직접 방문해 사 가도 좋지만, 원하는 반찬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예약을 권하고 있다. 배달은 따로 안 하고 있다. 반찬은 키즈찬(어린이찬)부터 어른찬까지 하루 15가지 이내 반찬으로 구성했다. 최근엔 연세 있으신 분들이 가게에 찾아와 무른 반찬을 같이 넣을까 구상 중이다.

토닥반찬가게 인스타그램. 반찬 사진과 함께 다음 날 나오는 반찬 구성과 가격을 올려놓고 있다.
토닥반찬가게 인스타그램. 반찬 사진과 함께 다음 날 나오는 반찬 구성과 가격을 올려놓고 있다.
2월28일 토닥반찬가게 일일 반찬 구성표. 메뉴에 따라 반찬 수령 시간이 다르다.
2월28일 토닥반찬가게 일일 반찬 구성표. 메뉴에 따라 반찬 수령 시간이 다르다.

반찬가게를 오래 했어도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초등학생을 염두에 둔 키즈찬이지만, 2~5살 아이를 위한 반찬이 없어 애기찬을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다르게 나가야 아이들이 먹을지 고심하고 고심한다. 밤늦게까지 고민하다 보면 자정이 되어서야 다음 날 메뉴 구성을 올릴 때도 있다. 식재료는 대전 농수산시장이나 가까운 마트에서 사 오거나, 배송을 받아오기도 한다. 안내면 월외리에 상추, 딸기농사를 하는 부모님에게 쌀, 고춧가루, 콩을 받아쓰기도 한다.

“반찬은 날마다 다르게 나가고 있어요. 음식 사서 쓰는 건 없고요. 당일 만들어서 당일 판매해요. 고정된 메뉴는 아직 없는데요. 메뉴가 많이 없다고들 하셔서 마른반찬을 넣을까 싶어요. 저는 그래요. 조금만 만들어서 더 맛있게 찬을 만드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더 많이 만들 순 있죠. 하지만 정신없이 만들면 대충 파는 게 돼 버리잖아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이왕 할 거면 맛있게 해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울산에서 해보니까 욕심내서 하면 금방 지친다는 걸 알았어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는 게 오래 가는 길이더라고요.”

2월19일에 올라온 소고기잡채(6천원).
지난 19일에 나온 소고기잡채(6천원).
지난 19일에 나온 소고기 강된장(6천원). 
지난 19일에 나온 소고기 강된장(6천원). 
지난 19일에 나온 닭가슴살샐러드(5천500원).
지난 19일에 나온 닭가슴살샐러드(5천500원).
지난 19일에 나온 햄에그샌드위치(5천500원).
지난 19일에 나온 햄에그샌드위치(5천500원).

■ 아이 셋 키우는 부모가 바라본 옥천

새벽 6시, 가로등 없는 컴컴한 길을 뜀박질해 출근한다. 그리고 모든 반찬이 다 나오는 오후 3시까지 시계가 바쁘게 돌아간다. 중간에 가족 아침밥 챙겨주러 집도 들러야 한다. 4년 터울인 중학교 1학년 올라가는 아들 준서(14), 초등학교 3학년 딸 민하(10), 막내딸 현하(6)가 있어서다.

아이를 셋 데리고 옥천에 돌아왔지만,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인구 늘리기에 나름 일조했지만 전입장려금 말고는 혜택이 적어 보였다. 시내는 신호등이 별로 없어 차들은 쌩쌩 지나가고, 시내 주차를 아무 데나 대니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향 옥천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장사도 장사지만, 주변에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고 싶었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음식을 나누고 싶었다.

“한부모 가정이나 홀몸어르신 분들 계시잖아요. 복지 쪽에 문의해보니까 보통 돈으로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반찬을 지원해주고 싶은데 탈이 난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울산에 살 때도 학교 방학 되면 급식을 안 하니까 한부모 가정 아이에게 반찬 지원을 해준 적이 있거든요. 옥천에 와서 카페토닥에서 샐러드 만들 때도 반찬을 만들어 중학생 몇 명 지원해줬거든요. 그렇게라도 도와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주소: 옥천읍 성신로 50
전화: 010-2782-6450
영업시간: 오전9시~오후7시
주말 및 공휴일 휴무
인스타그램: @todak_banchan

 

 

토닥반찬가게 음식 사진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