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원에 개업한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서정호·권윤희 부부, 지난 1월 확장 이전
농약, 비료에 농자재·철물까지 폭넓게 다뤄

젊은 사장 부부가 깍듯하다고 소문났다. 인사성 밝고, 예의 바르단다. 마트 안에 둥그렇게 앉아 주전부리를 먹으며 담소 나누던 동네 어르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원 시내에서 두터운 신뢰를 토대로 자리 잡아가는 듯 보였다. 여기는 ‘이원농약농자재마트’다.

이제 슬슬 농번기 준비에 들어갈 지난 23일 오후 3시 상가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말 그대로 장사진을 이뤘다. 말을 걸 틈이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인근 농원이나 농가에 일하는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들러 필요한 물건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가 지난 1월30일 확장 이전했다. 가까운 거리에 지에스편의점, 새마을석재가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가 지난 1월30일 확장 이전했다. 가까운 거리에 지에스편의점, 새마을석재가 있다.

그때마다 서정호(44, 이원면 강청리), 권윤희(40) 씨 부부는 힘든 기색 없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해 시원시원했다. 농사로 인한 답답한 속이 여기 오면 풀릴 것만 같다. 일한 지 1년 6개월 된 직원 김진규(31, 이원면 포동리) 씨도 함께하고 있었다.

없는 물건이 없다. 마트 안에도 있고, 앞마당에도 농사에 필요한 물건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농약, 비료, 씨앗, 모종, 비닐, 친환경·농자재 일체를 판매한다. 2019년부터 개업한 이원농약농자재마트는 원래 이원부동산 옆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30일 지에스편의점, 새마을석재 건너편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지키고 있는 (오른쪽부터) 권윤희·서정호 씨 부부와 직원 김진규 씨.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지키고 있는 (오른쪽부터) 권윤희·서정호 씨 부부와 직원 김진규 씨.

■ 필요한 농자재를 가까운 이원에서

“정신없으시죠? 농사 일이 시작돼서 저희도 조금씩 바빠지고 있어요. 주로 농약이랑 비료를 팔았는데요. 지금은 농자재나 철물도 같이 해보려고 품목을 늘리는 중이에요. 농가 분들이 농자재나 철물이 없어 대전이나 읍내까지 나가셔야 했는데요. 그런 것까지 갖춰놓고 하려다 보니 확장 이전을 하게 됐죠. 구색을 많이 갖춰놓으려고 해요.”

서정호, 권윤희 씨 부부는 청주에 살다 이원에 귀촌한 지 어느새 5년 됐다. 자녀도 이원초등학교에 다닐 만큼 가족 구성원 모두 이원사람이 됐다. 서정호 씨는 이원청년회, 이원의용소방대, 옥천로타리클럽에 소속돼 있고, 아내 권윤희 씨 또한 이원의용소방대, 이원풍물단에 활동하며 이원에 스며들고 있었다.

충북대 농대 연초학을 전공한 서 씨는 농약회사 경농, 바이엘에 15년 동안 다녔다. 영업직으로 일하며 옥천, 보은, 청주, 영동 등 여러 지역을 관할한 서 씨는 이전부터 농약 분야에 빠삭했다. 6년 전 옥천을 담당하던 그는 아내 권윤희 씨와 귀촌을 결심했고, 오래전부터 개인 농약사를 차리고 싶은 꿈을 이루고자 이원에 정착했다.

서정호 씨가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른 어르신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서정호 씨가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른 어르신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연고는 따로 없었는데요. 제가 옥천에 영업할 적에 물건을 다 공급하다 보니 여기 계신 농원이나 농가 분들의 상황을 알게 됐어요. 다들 이원에서 농약이나 농자재를 구매하지 못 하시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실정이었죠. 영동이나 멀리 가시는 분들은 경북 김천까지 가시더라고요. 당시 이원에 있던 농약사 한 곳이 문을 닫던 상황이라 어떻게 기회가 잘 맞았죠. 이원에 묘목단지도 있고 시장이 크잖아요. 그때 오길 정말 잘 한 거 같아요.”

최근 과수 월동기 방제약과 하우스 자재들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이들 부부에게 마트를 운영한다는 건 먹고사는 일 그 이상일지 모른다. 장사도 장사지만 마트를 운영하면서 동네 주민들을 점차 알게 됐고, 귀촌하고 이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들 부부는 돌아봤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안에 다양한 농약, 농자재가 진열돼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안에 다양한 농약, 농자재가 진열돼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안에 다양한 농약, 농자재가 진열돼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안에 다양한 농약, 농자재가 진열돼 있다.
땅콩, 옥수수, 들깨, 배추 등 다양한 씨앗을 판매하고 있다.
땅콩, 옥수수, 들깨, 배추 등 다양한 씨앗을 판매하고 있다.

■ 농사 정보 공유하는 자리가 여기!

김장철이 되면 김장거리 갖다 주시고, 수확기가 다가오면 과일이랑 채소를 따로 사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동네 분들이 가져다주는 게 일상처럼 됐다. 어디 동네잔치나 집안 잔치가 있을 때 음식 거리를 챙겨주는 모습에 정을 많이 느꼈다고. 그만큼 서정호, 권윤희 씨 부부는 질 좋고 저렴한 물건들을 들여와 농사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는지 모른다. 5년 넘게 이원에 사랑 받는 상가가 된 원동력으로 다가왔다.

이날 마침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안쪽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하루 이틀 마트에 온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앞에 TV도 켜져 있고, 캔 커피를 꺼내먹을 수 있는 냉장고도 보였다. 언제든 손님들이 앉았다 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인 셈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이원농약농자재마트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에 자주 놀러 온다는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에 자주 놀러 온다는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농사짓거나 농사 안 짓는 사람도 많이 와요. 젊은 부부가 인사성이 밝아서 오는 거예요. 싫어하면 오겠어요. 여기는 농사짓는 사람들 좌담회 하는 자리예요. 정보 공유를 많이 혀. 어디가 싸고 어디가 비싼지 정보를 나누려고 여기로 전부 다 와요.”

“이원 사람만 오는 게 아니라 영동 심천에 있는 장동리나 동이면, 심지어 읍내에서도 궁금해서 와요. 상담을 잘 해주거든요. 뭐가 좋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일러줘요. 쓰라고 강요 안 해요. 물건의 장단점만 알려주고 우리가 선택하게 해줘요. 그런 게 좋죠.”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깜빡할 때가 있어요. 해마다 농사하는 게 조금씩 다르잖아요. 여기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컴퓨터에 입력해 놓거든요. 뭘 써야 한다고 알려줘요. 두 부부가 그런 걸 잘해요. 그래서 인정을 받는 거예요.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해요. 여기가 최고여. 어떤 정보든 다 나누기 때문에 여기로 다 모여요.”

■ 농산물 고품질화,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커피 마시고 떡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여기 오는 게 좋아서 자주 온다는 것. 농사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답답한 점을 서로 나누는 장으로 이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두 부부가 손님들이 언제든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준 게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는 사랑방과 다름없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마트 앞마당에 다양한 농자재가 놓여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 영업시간은 성수기 기준으로 오전7시~오후7시까지다. 동절기(11월~2월)는 매주 일요일에 쉬지만, 3월부터 11월까지는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이제 바쁜 철이 다가왔다. 서정호, 권윤희 씨 부부는 지난 5년 동안 마트에 찾아온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원이나 옥천 농산물이 조금 더 고품질화해서 농가 소득이 높아질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조금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도록 할 거고요. 저희가 아는 지식으로 컨설팅도 많이 해드리고 있거든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오시는 분들이 고맙다고 해주실 때 보람을 많이 느끼는 거 같아요. 지금 일하는 거 정말 재미있고요. 소득도 늘어나시고, 농사도 잘 되시면 덩달아 기분 좋은 거죠. 이번에 확장 이전한 이원농약농자재마트에 많이 들러주셔요.”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마당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마당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이원 시내에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이원 시내에 이원농약농자재마트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주소: 이원면 건진리 180-1
전화: 732-9495
영업시간: 오전7시~오후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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