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8일 삼양리에 ‘연한식뷔페’ 열어
12년간 연막창 운영했던 신원기·김영희 부부
점심뷔페로 23~25찬 제공···저녁은 대패요리
복지관 이용 어르신·장애인 초대해 음식 후원

푸짐한 한식이 기다린다. 음식 가짓수가 많고, 맛도 준수하다.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접시에 맘껏 담아도 상관없다. 식사량에 제한이 없으니 먹기도 전부터 속이 든든해진다. 치킨, 생선, 돼지두루치기와 같은 고기반찬이 날마다 빠짐없이 나온다. 야채나 국물, 스프, 샐러드는 기본이다. 여기에 컵라면과 토스트도 준비했다. 후식으로 시원하고 달콤한 수제 식혜는 덤이다. 풍족한 점심 한 끼를 약속한다. 만원의 행복이 따로 없다.

단돈 9천900원으로 20여가지 찬을 즐길 수 있는 한식뷔페. 반찬 종류가 다양한 만큼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간다. 새벽 5시부터 준비한 음식들은 11시20분이 돼야 홀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점심 식사는 11시30분부터 된다. 그런데 손님들은 11시쯤 일찍 와서 장사진을 이룬다. 그게 한두 사람이 아니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부부의 선한 마음이 손님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아닐까.

음식 맛있게 하고, 청결함만 신경 써도 식당이 할 일은 어느 정도 한 셈이다. 이 식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뒀다. 개업하기 전에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 장애인들을 모시고 음식 대접을 했다. 이날 80석 규모의 홀에 사람들이 빈틈없이 앉아 자리를 메웠다. 예상했던 것보다 음식이 모자라 채우기 바빴다는 후문이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팍팍한 주머니 사정을 떠올려보면 어떤 큰 결심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주기적인 행사로 음식 대접을 하고 싶다는 신원기(69, 읍 대천리) 김영희(61) 부부. 이들은 12년간 삼양리에 ‘연막창’이라는 이름으로 막창 전문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1월8일부터 옛 연막창이 있던 자리 바로 옆에 ‘연한식뷔페’를 차렸다. 제2의 고향 옥천에 정착한 지 어느덧 26년차. 막창집을 뒤로하고 한식뷔페를 열게 된 과정, 복지관 이용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식당에 초대해 한 끼 제대로 대접한 이들 부부의 사연이 궁금했다.

지난달 8일부터 삼양리에 연한식뷔페가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운암마트, 대복삼겹이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삼양리에 연한식뷔페가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운암마트, 대복삼겹이 있다.

■ 식당 장사와 지역사회 봉사를 함께

“이번에 (업종을) 바꿔보자 싶었어요. 코로나 영향으로 장사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었고요. 막창이라는 음식 자체가 호불호가 있잖아요. 장애인이나 노인분들 모시려면 막창집은 어렵겠더라고요. 실은 제 외손자가 사고로 인해 장애가 있어요. 한 6년 됐어요. 옛날에는 장애인들 생각도 못 했죠. 그런데 외손자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일모레 제 나이가 70 되니까 노인들도 생각났고요. 이번에 한식뷔페로 하면 가끔 초대해서 식사 대접하면 어떨까 싶었죠. 식당 장사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도 하면 좋잖아요. 좋은 취지로 모시고 싶었어요.”

옥천에 오는 과정이 다소 복잡했다. 인생살이 누구나 한 번쯤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고향이 대구인 신원기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엠에프(IMF) 전후로 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홀로 대전에 와서 3개월을 지냈고, 가족들과 함께 연고도 없는 옥천에 발 딛게 됐다. 가정을 혼자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씩 내려놓게 된 건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12년 전 전업주부였던 김영희 씨가 삼양리에 연막창을 차리면서 건축업을 하던 신원기 씨도 힘을 냈다.

연한식뷔페는 신원기, 김영희 부부와 아들 세 사람이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다.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 여기며 신경 써서 낸다고 자부한다. 한식뷔페를 개업하기에 앞서 이들 가족은 지난해 12월28일 지인들을 초대해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 만들어낼 음식 적당량과 맛을 점검한 것. 그리고 지난 1월5일 복지관 이용자 50~60명을 초대해 음식 후원을 하는 뜻깊은 행사를 펼쳤다. 어쩌면 이들 부부는 지난 몇 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받았던 관심과 사랑을 옥천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난달 22일 점심때 방문한 손님들이 연한식뷔페에서 제공한 반찬을 접시에 담고 있다.
지난달 22일 점심때 방문한 손님들이 연한식뷔페에서 제공한 반찬을 접시에 담고 있다.
연한식뷔페 홀에 좌석 80석이 마련돼 있다.
연한식뷔페 홀에 좌석 80석이 마련돼 있다.

“앞으로 복지관 담당자님과 상의해서 가끔 (음식 대접을) 할 생각입니다. 점심때 보니까 50~60명씩 몰려들더라고요. 지난번처럼 한꺼번에 수용은 어렵겠다 싶어요. 그래도 10~20명 정도 소규모라도 모셔서 식사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홀에는 못 모시더라도 잡채나 이런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뜻이 있거든요. 오는 구정 전에도 한 번 초대할 계획이 있습니다.”

■ 가장 행복한 날을 개업일로

개업 날짜는 이들 부부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는다. 처음엔 개업일을 1월3일로 생각했다. 문득 보니 결혼기념일이 1월8일이다. 그래서 개업일을 1월8일로 잡았다. 자녀들은 ‘결혼기념일이면 다들 놀러 다니는데 이제 고생 시작한다’고 걱정 어린 이야기도 풀어놨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개의치 않는다. 연막창을 운영했던 것처럼 즐겁고 재밌게 연한식뷔페를 이끌고 싶은 바람이 컸다. 몸은 고되고 힘들어도 직접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에게 힘을 얻는다.

연막창도, 연한식뷔페도 앞에 ‘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이유가 있었다. 김영희 씨는 집안에서 ‘김연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출생 신고하는 과정에서 동사무소 직원이 이름을 착각해 행정상으로는 김영희라고 나오지만, 본래 이름은 김연희다. 그래서 연을 붙였다. 옥천에서 연막창을 12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한식뷔페 또한 앞에 연을 붙이면 손님들이 자연스레 연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연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신원기·김영희 부부가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복지관 이용 어르신, 장애인 50여명을 식당에 초대해 음식 대접을 한 두 사람은 향후 복지관과 연계해 음식 후원을 이어가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연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신원기·김영희 부부가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복지관 이용 어르신, 장애인 50여명을 식당에 초대해 음식 대접을 한 두 사람은 향후 복지관과 연계해 음식 후원을 이어가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처음엔 잘 몰라서 장사가 바로 잘 되겠나 싶었죠. 그래서 100인분 정도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그날 우리 식구들이 애먹었어요. 100명 준비했는데 180명 가까이 오셨으니까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저희는 가족끼리 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서 하거든요. 저희가 먹는 음식처럼 만드니까 서비스도 더 해드리려고 하고요. 한마디라도 잘 해드리려고 하거든요. 자가 건물이고 우리끼리 하는 만큼 맛있게 많이 드리자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반찬만 23가지 이상 다양하게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뷔페를 운영한다. 이용요금은 1인 9천900원이다. 한 끼 7~8천원 하는 곳보다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반찬이 23찬 가까이 다양하게 나오는 점을 특색으로 꼽았다. 소인(초등생)은 7천900원, 유아(36개월~7세)는 5천900원, 36개월 미만은 무료다. 9찬도시락(국 제공)도 있다. 연한식뷔페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용기에 원하는 음식을 골라 포장해 가는 개념이다. 8천원을 선결제하면 음식을 푸짐하게 챙겨갈 수 있다.

뷔페에 들어가는 반찬 구성은 그날그날 다르다. 돼지두루치기, 잡채, 치킨, 생선과 같은 음식이 매일 나와 영양 섭취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호박죽이나 야채스프, 짜장, 국물 요리도 나온다. 가령 오늘 미역국이 나오면 다음 날 육개장, 또 다른 날은 시래깃국이 나온다. 다른 반찬들은 날마다 바뀐다. 후식으로 토스트나 과일 디저트, 컵라면도 있다. 혹여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 어린이 손님이 컵라면을 먹는다면 보호자가 뜨거운 물을 떠 갈 수 있게 안내한다.

지난달 22일 점심뷔페에 올라온 반찬. 연한식뷔페는 하루 23~25찬을 당일 아침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점심뷔페에 올라온 반찬. 연한식뷔페는 하루 23~25찬을 당일 아침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

손수 만든 식혜는 연한식뷔페가 자신 있게 내놓는 후식이다. 식혜를 드신 손님들이 직접 만든 것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한다. 저녁시간은 점심과 달리 운영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쉬는 시간을 갖고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저녁 장사를 한다. 이때는 오리대패(1kg, 4만5천원), 돼지대패(1kg, 3만원) 두 가지만 판다. 대패 요리를 주문하면 점심때 남은 밥, 반찬, 국물요리를 챙겨가게끔 비치해 놓는다. 한 번 이용해본 손님들은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 쉴 틈 없어도 즐거운 가족식당

“2시부터 5시까지 쉬는 시간을 잡았지만 실은 휴식시간이 없다고 봐야죠. 그릇 닦고, 설거지하고, 정리하면 쉴 시간이 없죠. 쉬는 시간에는 또 장을 봐야 하거든요. 음식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다 보니 대전 오정동 시장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 오고요. 되도록 야채 같은 건 읍내 식자재마트 이런 데를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도 옥천 사람이니까 될 수 있으면 옥천 걸 쓰려고 해요.”

주방 일은 반복의 연속이다.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면 다음 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저녁에 식기 세척하고, 홀 정리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음식 만들 준비를 미리 해놓는다. 다음 날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식당에 도착하면 5시다. 그때부터 점심때까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쉬는 날인 일요일에도 오후 1시에 나와 다음 날을 준비한다. 지칠 법도 하지만 이들 부부는 연한식뷔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떠올렸다. 물가는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이고, 주방 보조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들 부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뷔페를 시작할 적에 다짐했어요. 모든 걸 정성스럽고 맛있게 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요. 모든 음식에 최선을 다해 맛을 내서 옥천 분들이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게끔 노력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한식뷔페 많이 찾아와주세요.”

점심 메뉴판. 한식뷔페는 오전11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만 운영하며, 나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뷔페 음식을 포장해가는 용도의 9찬도시락이 있다.
점심 메뉴판. 한식뷔페는 오전11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만 운영하며, 나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뷔페 음식을 포장해가는 용도의 9찬도시락이 있다.
저녁 메뉴판. 단체 손님을 위한 오리대패, 돼지대패 두 가지가 준비돼 있다. 저녁식사 때 점심에 만들어놓은 반찬, 국물, 밥이 무료로 제공된다.
저녁 메뉴판. 단체 손님을 위한 오리대패, 돼지대패 두 가지가 준비돼 있다. 저녁식사 때 점심에 만들어놓은 반찬, 국물, 밥이 무료로 제공된다.
식당 한켠에 토스트와 컵라면이 준비돼 있다.
식당 한켠에 토스트와 컵라면이 준비돼 있다.
후식으로 매실·복숭아차, 커피, 수제 식혜가 마련돼 있다.
후식으로 매실·복숭아차, 커피, 수제 식혜가 마련돼 있다.
한 접시에 취향에 맞는 반찬들을 마음껏 챙길 수 있다. 따뜻한 국물과 죽 요리도 나와 한끼가 든든하다.
한 접시에 취향에 맞는 반찬들을 마음껏 챙길 수 있다. 따뜻한 국물과 죽 요리도 나와 한끼가 든든하다.

주소: 옥천읍 삼양로 38-22
전화: 731-0638
영업시간: 오전11시30분~2시, 오후5시~9시
매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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