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8일 구읍에 ‘와와초밥’ 열려
25년 초밥 외길 걸어온 노승한·정경주 부부
청산면 지전리에 ‘스시하야미’ 9년 운영

청산에서 구읍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9년이라는 시간을 청산에서 지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어느새 청산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과 정이 들었다. 이번에 자리를 옮겼지만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진 않았다. 가게 번호도 그대로 들고 오고, 이전 소식을 부랴부랴 알렸다.

시골 면 단위에 초밥 장사를 오래 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다. 맛이 출중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좋은 재료 갖다 쓰는 건 둘째 문제였다. 동네 분들에게 초밥이라는 음식을 알리는 게 순서였다. 지나고 보니 초밥이 새롭다기보다는 ‘뜬금없다’는 반응에 더 가까웠다.

그만큼 초밥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았다. 자녀들이 어르신을 데리고 찾아오면서 초밥의 맛을 서서히 알리게 됐지만, 개업하고 2년 정도는 부침을 겪었다. 생물을 다뤄야 하는 음식인 만큼 바로 소진이 안 되면 버리기 일쑤였다. 차선책을 고민해야 했다.

생선구이가 문득 떠올랐다. 한때 초밥집에 생선구이까지 넣어 버텼던 시기가 있었다. 그만큼 알려지는 게 길었다. 어느 순간부터 생선구이를 안 해도 되는 때가 왔다. 옥천뿐만 아니라 영동, 보은에서도 찾아와준 분들 덕이었다. 장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옥천에 보기 드문 초밥집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곳. 청산면 지전리에 있던 ‘스시하야미’가 구읍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인근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정경주(52, 읍 상계리) 노승한(52) 부부는 ‘와와초밥’이라는 새로운 상호를 달고 지난해 12월18일부터 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18일 구읍 상계리에 초밥 전문점 '와와초밥'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병천연순대가 있다.
지난해 12월18일 구읍 상계리에 초밥 전문점 '와와초밥'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병천연순대가 있다.

■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청산생활

“청산에 9년 장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간판 이름이 너무 어렵다는 거였어요. 지인이 어느 책을 보다가 추천해준 이름인데 ‘하얗고 맛있다’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래요. 요즘에는 안 쓰는 말이라 그런지 어렵다고들 하셨어요. ‘하야시’, ‘하야하야’ 이렇게도 부르셨고요. 그래서 다음에 바꾸면 제일 쉬운 걸로 할 생각이었는데 찾다 보니 ‘와와’가 없더라고요. 오시라, 오시라는 뜻이거든요. 단순하죠?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고향이 서울인 정경주 씨는 홀 서빙을 주로 맡고, 남편 노승한 씨는 전주가 고향으로 주방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9년 전 지인 소개로 청산에 정착해 초밥 장사를 했다. 옥천살이 초창기에는 연고도 없는 시골에 잘 적응할지 지인들이 우려했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시골생활을 모르고 몸소 부딪힌 게 지금까지 옥천에 지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돌아봤다.

한 동네에 오래 살면 그 동네 변천사를 알기 마련. 노승한 씨는 초밥 분야에 있어 능통한 사람이다. 27살 때부터 일식을 배워 25년 가까이 줄곧 초밥만 만진 장인이다. 다른 길로 샌 적이 없다고 한다. 아내 정경주 씨와 결혼하기 전부터 작은아버지 밑에서 정통으로 배웠다. 야채 다듬기부터 설거지, 튀김 튀기는 것, 스끼 만드는 것까지 밑바닥 일부터 해나갔다.

홀 내부. 홀 식사가 가능하며, 포장 주문도 받는다. 포장 시 회초밥 하나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홀 내부. 홀 식사가 가능하며, 포장 주문도 받는다. 포장 시 회초밥 하나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홀 안에 단체 예약 손님을 위한 방이 따로 마련돼 있다.
홀 안에 단체 예약 손님을 위한 방이 따로 마련돼 있다.

무슨 요리든 칼을 다루지만 사시미칼을 다루는 초밥 요리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한순간에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길게 봐야 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초밥 유행이 계속 바뀌고, 초밥 위에 여러 소스를 얹는 퓨전 식으로 바뀌었다지만 와와초밥은 그동안 쌓아온 초밥 노하우의 토대를 허물지 않았다. 옛날 오리지널 초밥 시절엔 소스 없이 오로지 신선한 회와 와사비 간장 하나로 승부했다. 지금도 초밥 간장을 직접 만든다.

■ 직접 화물차 끌고 새벽장으로

“가게 번호를 그대로 가져왔어요. 끈을 놓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동안 스시하야미를 알던 분들이 많이 연락해주셨어요. 언제 열었냐, 어디 있냐, 물어보시면 알려드리고 있어요. 여기까지 찾아와주신 분들도 계셔서 감사했죠. 청산에 장사할 땐 영동, 보은에서도 많이 오셨거든요. 아까 전에 식사하고 가신 분도 보은에서 오셨어요. 찾아오는 데 어렵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알음알음 찾아오셔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일주일에 1~2번, 많으면 3번까지 새벽장을 본다. 4시30분에 나간다. 대전 오정동 시장이나 도매상에 화물차를 직접 끌고 가 신선한 생선을 떼 온다. 그날 장사 준비까지 하면 피곤하지만, 유통 단계를 줄여 신선도 높은 음식을 드릴 최선의 방법이다. 청산에서는 햇볕이 안 들어오는 야외 공간에 수족관을 뒀지만, 와와초밥은 지리적 특성상 실내에 두 대를 놨다.

숙성회, 연어, 참치, 간장새우, 소고기, 맛살, 계란 등으로 구성된 모둠초밥(10개, 1만3천원). 여기에 반 우동과 샐러드가 같이 나와 1인분으로 적당하다.
숙성회, 연어, 참치, 간장새우, 소고기, 맛살, 계란 등으로 구성된 모둠초밥(13개, 1만9천원). 여기에 반 우동과 샐러드가 같이 나와 1인분으로 적당하다.
오로지 싱싱한 생선살을 맛볼 수 있는 생선초밥(10개, 2만원). 와와초밥에서 직접 만든 와사비 간장에 곁들여 먹으면 된다.
오로지 싱싱한 생선살을 맛볼 수 있는 생선초밥(10개, 2만원). 와와초밥에서 직접 만든 와사비 간장에 곁들여 먹으면 된다.

수족관 안에 광어부터 숭어, 도미, 방어가 있는데 계절마다 종류가 달라진다. 겨울에는 방어를 썼다가 날씨가 풀리고 여름이 되면 민어가 들어온다. 노르웨이산을 쓰는 생 연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국산이다. 청산에서는 연어 특유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인기가 없었는데 구읍으로 이전하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생 연어를 가져와 식당에서 손질을 직접 다 한다.

■ 냉동 아닌 활어 쓰는 신선한 초밥

와와초밥 인기 음식은 모둠초밥(10개 1만3천원, 13개 1만9천원)이다. 모둠초밥은 숙성회에 간장새우, 초새우, 맛살, 계란, 소고기 등을 섞었다. 오로지 생선회가 올라간 초밥을 찾는 분들에게는 생선초밥(10개, 2만원)을 추천한다. 올라가는 회는 냉동이 아닌 생으로 쓰고 있다. 초밥 10개에 칼칼하게 국물을 낸 반(半)우동이 같이 올라가니 1인분으로 적당하다.

연어를 좋아하면 생연어초밥(10개, 2만1천원)이 제격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도매가가 60%나 올라 기존 1만8천원에 3천원을 더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음식 대접을 해야 하는 자리라면 초밥정식이 어울린다. 모둠초밥정식(2만7천원), 생선초밥정식(2만8천원), 와와초밥정식(3만6천원) 세 가지가 있다. 정식에는 스끼가 네 가지 정도 곁들여 나온다. 와와초밥정식은 생선초밥에 회가 함께 나온다. 회 한상차림(5만5천원~9만5천원)에는 매운탕을 맛볼 수 있다.

“장사는 맛만 있어선 안 되거든요. 손님들이 찾아와주셔야 하잖아요. 청산에 있을 때 어머니, 아버지들이 정이 많으세요. 그때 당시에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려워서 둘이서 했거든요. 바쁜 시간에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면 참 안 됐다고 도와주시기도 했거든요. 그런 끈이 있고, 정이 있어서 지금까지도 와주시고 하는 거 같아요.”

청산면 지전리에 '스시하야미'를 운영하며 초밥의 맛을 알렸던 노승한·정경주 부부. 이제 구읍으로 확장 이전해 '와와초밥'이라는 상호로 새 출발을 알렸다.
청산면 지전리에 '스시하야미'를 운영하며 초밥의 맛을 알렸던 노승한·정경주 부부. 이제 구읍으로 확장 이전해 '와와초밥'이라는 상호로 새 출발을 알렸다.
와와초밥은 25년간 초밥 외길을 걸어온 주방장 노승한 씨의 섬세한 손길이 깃들어 있다.
와와초밥이 만든 음식은 25년간 초밥 외길을 걸어온 주방장 노승한 씨의 섬세한 손길이 깃들어 있다.

■ 오늘도 시끌벅적 ‘잔칫집’처럼

영업시간은 점심 저녁으로 나눠 오전11시~오후3시, 오후4시30분~9시로 운영된다. 쉬는 날은 임시로 수요일로 정했는데, 조만간 다른 요일로 바꿀 예정이다. 와와초밥은 단체 손님을 위한 방이 4곳 있어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홀 공간도 있다. 음식 포장 시 회초밥 하나를 서비스로 주고 있다. 기름 값이라도 빼드리기 위한 성의다.

곧 있으면 구읍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정경주, 노승한 부부. 상호도, 주변 환경도 달라졌지만 손님들을 대하는 이들 부부의 마음은 달라진 게 없다. 9년 가까이 청산, 이웃동네 영동, 보은 사람들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이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였다. 더 친숙하고 쉬워진 이름처럼 와와초밥이 사람이 자주 드나들고 옥천 사람들의 끈끈함을 알리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

“청산에 스시하야미를 할 때랑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저 저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신선한 재료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하루아침 시작하면 그런 생각을 해요. 오늘도 잔칫집이다. 잔칫집은 손님이 주인이잖아요.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있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와와초밥이 잔칫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메뉴판. 초밥뿐만 아니라 회덮밥, 알탕, 수제돈까스, 우동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다.
메뉴판. 초밥뿐만 아니라 회덮밥, 알탕, 수제돈까스, 우동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으로 진입하는 사거리 인근 골목에 와와초밥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으로 진입하는 사거리 인근 골목에 와와초밥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옥천읍 향수길 73
전화: 733-7781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3시, 오후4시30분~9시
매주 수요일 휴무 (추후 변경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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