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원에 ‘주이장 명품장어’ 열어
장어구이, 장어탕, 직접 개발한 장파전골 판매
주성환 대표, 지난해 초 고향 옥천에 돌아와
30년 넘게 배우 활동 중···극단 ‘토’ 결성해

주이장네 장어는 다르다. 살아있는 장어를 전남 화순서 받아온다. 이원면 금강의 맑은 물로 축양한다. 원물 좋고, 물 관리 잘 하고, 손질 깔끔하게. 원칙만 잘 지키면 특별히 솜씨 낼 게 없다. 참숯에 올려 살살 돌려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양념도 따로 필요 없다. 장어구이 맛 그대로 소금만 살짝 찍으면 그만이다. 장어 하나만큼은 최고로 쓴다고 자부한다.

장어 한판(1kg)에 4만5천원. 스무 명만 와도 식당은 만석이다. 어느새 예약을 안 하면 못 먹는 집으로 입소문 났다. 처음엔 식당도 아니었다. 지난해 초부터 농수산 유통하면서 장어는 진공포장해서 나갔다. 언제는 칠순이 넘은 동네 어르신이 오셔서 생신날 장어를 드시고 싶어 했다. 장어를 집에서 드실 순 없는 노릇. 테이블 두 개만 놓아 달라고 해서 시작한 일이다.

진짜 이장님인지 물어본다. 리더니 사장이니 대표니 이런 직함들은 다소 딱딱해 보였다. 동네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호칭이 뭘까 고민했다. 이장이 딱 떠올랐다. 주이장, 주이장, 그게 더 정감 있고 편했다. 그래서 ‘주이장 명품 장어’다. 이원묘목공원 인근 대박낚시터 옆에 주이장 명품장어가 지난해 3월부터 열렸다.

이원면 강청리 대박낚시터 옆에 자리한 '주이장 명품장어' 전경. 1년 전부터 '우리농수산'이라는 상호로 유통업을 시작해 지난해 3월부터 장어요리 전문점으로 나아갔다.
이원면 강청리 대박낚시터 옆에 자리한 '주이장 명품장어' 전경. 1년 전부터 '우리농수산'이라는 상호로 유통업을 시작해 지난해 3월부터 장어요리 전문점으로 나아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추억의 7080 음악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밴드 연습실로 꾸민 작은 공간도 보였다. 장어와 예술이 만나는 묘한 공간. 첫인상부터 독특했다. 주성환(52, 이원면 강청리), 그는 요리와 문화예술을 사랑한다. 고3 때 무작정 상경해 배우의 꿈을 키웠고, 지금껏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주 전공이 연기에서 장어 굽는 것으로 하나 더 늘었다.

■ 산장어에 마음과 정성 담아

“손님들이 그래요. 제가 배우인데 왜 드러내지 않았냐고요. 저는 저 이전에 장어를 봐주십사 했어요. 최고로 신경 쓰는 활장어예요. 장어 대주는 전라도까지 찾아갔어요. 거기서 좋은 분을 만나 장어 뜨는 것부터 물 관리하는 법,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밑바닥부터 배웠죠. 인테리어도 번들번들하게 하지 않고 맛으로 승부하려 했어요. 다행히 맛있다고 해주시네요.”

요리는 예술이자 창조다. 수익을 바랐다면 체인점을 열었을 것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음식을 전달하는 개념으로 운영하고 싶진 않았다. 마음과 정성을 담고 싶었다. 영동 심천에 농사를 짓는다. 장어탕(9천원)에 직접 재배한 시래기와 토란대를 넣는 집이 많지 않다. 같이 넣어 끓여야 맛이 산다. 가족과 이 식당 저 식당 돌아다니며 먹어보고 연구했다.

'주이장 명품장어'를 운영하는 주성환 씨가 활어차를 동원해 가져온 장어들을 수조에 넣고 있다.
'주이장 명품장어'를 운영하는 주성환 씨가 활어차를 동원해 가져온 장어들을 수조에 넣고 있다.

활어차 오면 조금씩 받아 자주 교체한다. 어떤 고기든 직접 잡지 않으면 질이 떨어진다. 이미 손질해놓은 걸 받으면 몸은 편하다. 그래도 막바로 잡은 걸 받아서 쓰는 게 좋다. 실은 숯 관리도 어렵지만, 장어 관리가 제일 어렵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쌓아놓고 파는 개념이 아니다. 가뜩이나 밖에 나와 예민해진 장어다. 온도 조절이나 산소 공급에 신경 써야 했다.

장어탕, 장어구이 말고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가 하나 있다. 장파전골(중: 4만5천원, 대: 7만원)이다. 매운탕 식으로 해서 쪽파를 압력솥에 쪄놓고 장어와 같이 말아서 먹으면 궁합이 좋다. 장어는 취향을 타는 음식이다. 장어 못 드시는 분들을 생각해 닭목살도 썼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못 했다. 그래서 얼리지 않은 흑돼지뒷고기(200g, 1만3천원)를 10kg씩 받아오고 있다.

숯불로 구워 먹음직스럽게 익힌 장어구이. (사진제공: 주이장)
숯불로 구워 먹음직스럽게 익힌 장어구이. (사진제공: 주이장)
매운탕 식으로 끓여내 장어와 쪽파를 같이 싸 먹을 수 있게 조리한 장파전골. (사진제공: 주이장)
매운탕 식으로 끓여내 장어와 쪽파를 같이 싸 먹을 수 있게 조리한 장파전골. (사진제공: 주이장)
장어를 못 먹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흑돼지뒷고기. (사진제공: 주이장)
장어를 못 먹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흑돼지뒷고기. (사진제공: 주이장)

■ 배우 하러 서울로, 고향으로

“재작년 12월에 혼자 내려와서 정착할지 여부를 고민했어요. 가족과 상의해서 지난해 1월에 왔고요. 조금 늦어졌지만 저는 나이 오십 되면 내려오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서울시극단을 관두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부모로서 아이들 교육 문제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저는 교육관이 좀 달라요. 앞으로는 서열이나 등수보다 체험이나 독창적인 자기계발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아들 셋은 이원초, 이원중에 다니고 있다. 선택권을 줬고, 이원에서 학교 다니겠다고 했다. 다행히 적응을 잘 했다. 서울에 살았을 적부터 둘째 아들은 양궁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어디 프로그램 신청을 하면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원은 달랐다. 아들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게 품어줬다. 이번 겨울방학 때 이원초가 운영하는 양궁캠프에 참여하기로 했다.

고향 옥천을 오래 떠나 있었다. 안남면 도덕리 서당골에 나고 자란 촌놈이다.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에 관심을 뒀다. 안남초, 안내중, 옥천공고를 나오고 보따리 싸 들고 서울로 향했다. 배우를 하고 싶어서였다. 인간의 몸으로 행하는 가장 멋진 직업이 배우라고 생각했다. 돈이 사라질 순 있어도 내 안에 습득한 건 가져갈 수 없으니 그게 연기라고 여겼다. 당대 내로라하는 배우들 틈에 극단 생활을 했고,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명지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연기를 배워나갔다.

주성환 씨는 지난해 초 가족과 함께 이원에 정착해 농수산 유통과 식당 일을 겸하고 있다. 안남면 도덕리 서당골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극단 생활을 하며 연기를 배워 30년 넘게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고향에 돌아와서는 극단 '토'를 결성하고, 행사 공연을 기획하는 등 지역 내 문화예술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주성환 씨는 지난해 초 가족과 함께 이원에 정착해 농수산 유통과 식당 일을 겸하고 있다. 안남면 도덕리 서당골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극단 생활을 하며 연기를 배워 30년 넘게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고향에 돌아와서는 극단 '토'를 결성하고, 행사 공연을 기획하는 등 지역 내 문화예술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연기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정말 몇 프로 안 된다. TV에 나오는 배우들은 적어도 몇백 대 1의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이들이다. 대사가 있는 배역들은 말할 것도 없다. 돌아보면 정글과 같은 연극계에 정말 운 좋게 살아남았다. 단역, 조연급부터 드라마 미니시리즈, 사극, KBS TV문학관 등 가리지 않고 나왔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수리남’에도 출연했다.

■ 무대는 언제나 설레는 곳

배우는 평생 하는 것이다. 서울시극단에 사직서를 냈지만, 배우를 관둔 것은 아니다. 월급 받는 배우를 그만둔 것 뿐이다. 고향에 오면서 일반인과 같이 공연하고, 아마추어 배우를 가르치며 더불어 사는 삶을 꿈꿨다. 옥천에 극단 ‘토’를 결성했다. 오는 2월27일 극단 ‘토’ 단원들과 함께 옥천문화예술회관에 첫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자라나는 딸의 성장통을 주제로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나이 들어서도 저는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근데 연극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문턱이 높거든요. 최근에 옥천에 계신 문화예술인들을 만났어요. 정극할 때 따로 하기 보다는 같이 하자고 했어요. ‘옥소리예술단’이랑 다른 단체들과 같이해서 공연을 탄탄하게 만들어보자고 했죠. 무대며 의상이며 음향 장비며 준비할 게 많아요. 무대는 작든 크든 늘 긴장의 연속이에요.”

지난 9일 옥천군귀농귀촌연합회 정기총회 때 귀농·귀촌인이기도 한 주성환 씨가 공연 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주이장)
지난 9일 옥천군귀농귀촌연합회 정기총회 때 귀농·귀촌인이기도 한 주성환 씨가 공연 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주이장)

연기는 사람과 사람의 작업이다. 어떤 공식에 의해 익혀지지 않는다. 발음이 안 좋고 표현이 서투른 건 둘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건 나다워야 하는 것. 촬영장과 무대에 오르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생각을 정립하고, 캐릭터에 몰입하고, 온 마음을 다할 때 감동이 온다.

어떤 역을 맡으면 수백수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음식은? 인생 목표는? 무서워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은? 첫 키스는? 가정생활은?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가령 트럭 운전기사를 연기하면 복장이나 피부색, 걸음걸이, 헤어스타일까지 유추한다.

한때는 연기학원 ‘액터게이트’ 서울점에 이어 인천, 대전 분점까지 차려 후학을 양성했다. 지금은 이 모든 사업장을 접었다. 학생들을 돈으로 봐야 하는 현실이 마뜩잖았다. 아는 후배에게 넘겨 지금은 서울점 하나 남았다. 배우의 길은 협소하고 험난하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단 한 사람을 뽑는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또 다른 세계는 많다.

식당 안에 주성환 씨가 그간 영화, 드라마, 연극에서 배우로 활약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식당 안에 주성환 씨가 그간 영화, 드라마, 연극에서 배우로 활약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2016년에 방영한 MBC 드라마 '옥중화'에 주성환 씨가 출연했다.
2016년에 방영한 MBC 드라마 '옥중화'에 주성환 씨가 출연했다.
주성환 씨가 1996년 6월 극단 '미추'에서 활약할 당시 출연한 연극 포스터.
주성환 씨가 1996년 6월 극단 '미추'에서 활약할 당시 출연한 연극 포스터.

■ 주위를 둘러보고 살피는 사람들

“배우를 하고 싶은 제자들을 만나면 그래요. 너희 특별한 존재 아니다. 학교 졸업하면 배우 지망생이 연간 2천500명씩 배출된다. 여기서 살아남는 사람은 1%도 안 될 거다. 그러니 궂은일부터 배우라고 하죠. 조명이든 의상이든 헤어든 스텝 일부터 배워서 밥벌이할 수 있는 일을 겸하라고 해요.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이원에 자리 잡는 동안 많은 분이 도움을 줬다. 동네 어르신들도 잘해주시고, 처음 이사 왔을 때 귀농·귀촌인들을 챙겨주는 김천진 지사협 위원장도, 옥천에서 공연 기획하는 한얼예술기획 김욱성 대표도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이원에 있는 충북농원 강병연 대표도 그렇다.

지역사회는 많은 분의 헌신과 노고로 굴러간다. 지난달 22일 이주민 인권연대와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주관으로 이주민 가족 200여명을 명가에 초대해 송년의밤 행사를 열었다. 우일건재, 에벤에셀, 한국농자재, G&G골프가든, 화성산업, 한얼예술기획, GS편의점 도립대점 등 여러 기업이 후원한 이날 행사 자리에 노래 공연을 부탁받고 찾아갔다.

“고향만 떠나 있어도 연말 되면 서럽고 가족들 보고 싶잖아요. 그분들은 더 했겠죠. 다 같이 노는데 정말 행복해하시더라고요. 이주민 가족분들 초청해서 음식 대접 다 하고 제가 알기론 1500~2000 썼을 거예요. 근데 얘기도 안 해요. 들어보니 지난해만 한 게 아니래요. (강 대표님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라도 제가 ‘참 멋있다 당신’ 이랬어요.”

■ 자리 잡기까지 고마운 분들

사람 알아가는 재미, 음식 만드는 소소한 재미로 운영한다는 주성환 씨. 앞으로 극단 ‘토’ 단원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도 신경 쓰며 배우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 연극제 일정이 나오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장어집 그 남자’도 옥천에서 선보일 거란다.

주성환 씨는 배우라는 타이틀 이전에 깔끔하고 튼실한 장어를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는 풍천장어로 유명한 전라도 지역에 찾아가 장어 뜨는 법부터 수조 관리, 주방 일 등을 밑바닥부터 배우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한 끝에 장어집을 열게 됐다.
주성환 씨는 배우라는 타이틀 이전에 싱싱하고 튼실한 장어를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는 풍천장어로 유명한 전라도 지역에 찾아가 장어 뜨는 법부터 수조 관리, 주방 일 등을 밑바닥부터 배우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한 끝에 장어집을 열게 됐다.

장어집 그 남자는 식당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몇 가지가 들어간다. 가령 이런 거다. 중년 커플이 정력에 좋다는 장어를 먹으러 온다. 한 여성이 살며시 말한다. ‘저 다른 분하고 오면 초면으로 해주시겠어요?’ 그다음 날 다른 남성과 나타난다.

주이장 명품장어는 예약을 권하고 있다. 평일은 저녁 예약만 받고, 주말은 낮부터 저녁까지 가능하다. 네이버 밴드 ‘주이장 명품장어’에 가입하면 장어를 유통하고 음식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여기 계신 이원 분들도 그렇고, 고향 친구들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데요. 친구들이 정말 많이 챙겨줬어요. 자리 잡는 동안 홍보도 많이 해주고, 장어를 계속 먹으면 물릴 텐데도 며칠에 한 번씩 와서 먹어주던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많이 도와줘서 그게 제일 고마웠죠. 꼭 장어가 아니더라도 제철음식 중에 땡기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 주이장에게 연락해주세요.”

주이장 명품장어는 평일은 저녁 5시부터,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운영한다. 예약 방문을 권하고 있다.
주이장 명품장어는 평일은 저녁 5시부터,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운영한다. 예약 방문을 권하고 있다.
메뉴판. 장어구이, 장어탕, 흑돼지뒷고기가 주 메뉴다. 차림비를 따로 받는다. 직접 개발한 장파전골도 있다.
메뉴판. 장어구이, 장어탕, 흑돼지뒷고기가 주 메뉴다. 차림비를 따로 받는다. 직접 개발한 장파전골도 있다.
이원묘목공원 인근에 주이장 명품장어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이원묘목공원 인근에 주이장 명품장어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이원면 대흥3길 27-2
전화: 010-3779-1132
영업시간: 오후 5시~9시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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