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6월 군서면 평곡리에 개업한 ‘평곡식당’
정상회·김화영 부부, 건강한 한 끼 식사 책임져
하우스서 직접 농사한 야채들로 반찬거리 활용
가정식백반, 김치찌개, 제육볶음, 삼겹살 등 판매

손님들이 배려해주는 식당이다. 이 식당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유별나다. 밥 먹을 자리가 없어도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다른 데서 잠깐 머물다가 사람들이 빠지고 한가해질 때쯤 다시 온다. 그만큼 신뢰가 두텁다.

식당 주인이 부지런한 식당이다. 반찬이 날마다 다르게 나간다. 상추니 마늘이니 양념거리도 농약 없이 키운 걸 갖다 쓴다. 서운타고 하지 않게 양은 넉넉히, 맛도 정성껏 낸다. 동네 주민, 공단 사람들, 현장 노동자, 밭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다.

동네 주민이 인정하는 식당이다. 부부 두 사람이 싹싹하게 대하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몸살감기면 하루는 식당 문을 닫아도 되건만 링거 맞고 그날 바로 복귀할 정도라고 하니 책임감이 남다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만큼 군서 분들이 안 도와줄 수가 없다고.

평곡식당. 행정상으로는 군서면 동평리이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평곡리라 부른다. 그래서 평곡식당이다. 옛날 마을 이름은 벌말. 군서면 평곡리 출생으로 군서초 57회 졸업생인 정상회(58, 군서면 증산리) 씨와 아내 김화영(56) 씨가 재작년 6월부터 평곡식당을 지키고 있다.

매일 아침 신선한 반찬과 따뜻한 국을 만들고 있는 평곡식당 전경. 음식도 음식이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집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신선한 반찬과 따뜻한 국을 만들고 있는 평곡식당 전경. 음식도 음식이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집이기도 하다.

“여기가 맹가네설렁탕이 있던 자리예요. 그전에 일했던 언니가 점심때 알바를 부탁했어요. 일을 좀 도와주다가 그만둔다고 해서 백반집을 한 거예요. 제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점심때는 백반이 많이 나가는데요. 우리 집 아는 분들은 미리 전화해요. 동네 분들이 술 잡수러 오시고, 선후배 모임도 많이 해주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 가정식 백반을 날마다 특별하게

평곡식당은 반찬 7~8가지에 따뜻한 국이 나오는 가정식백반(8천원)과 김치찌개(9천원)가 기본 메뉴다. 돼지 앞다리살을 직접 손질해서 내는 제육볶음(9천원)은 수시로 찾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닭볶음탕(5만5천원)은 사계절 내내 찾고, 국내산 암퇘지 삼겹살(180g, 1만3천원)은 저녁 예약손님으로 많이들 찾는다. 동태찌개(중: 2만원, 대: 4만원)도 있다.

육가공 쪽에 10년 가까이 일한 정상회 씨는 삼겹살이나 제육볶음,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고기를 고르는 안목이 있다. 예컨대 새벽에 삼겹살 암퇘지를 찜해놓고 받아온다. 고기가 떨어지면 다른 데 사다 쓰지 않고 아예 팔지 않는단다. 고기 맛이 변함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거래하던 육가공에서 고기를 가져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 처리할 정도로 철저하다.

돼지 앞다리살을 가져와 직접 손질해 조리한 제육볶음. (사진제공: 평곡식당) 
돼지 앞다리살을 가져와 직접 손질해 조리한 제육볶음. (사진제공: 평곡식당) 
국내산 암퇘지만 쓰고 있는 삼겹살. 저녁 단체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진제공: 평곡식당)
국내산 암퇘지만 쓰고 있는 삼겹살. 저녁 단체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진제공: 평곡식당)

식당 안주인 김화영 씨는 고향이 이웃동네 금산으로 군서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 식당은 오전 11시부터 영업하지만, 그는 아침 8시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날마다 다르게 반찬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11시까지 음식 준비를 끝내야 남편이 인근 공단이나 밭에 일하시는 분들에게 배달하기가 수월하다. 배달하고 그릇 수거까지 한 바퀴 도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하루 80~100명 먹을 걸 감안하고 음식을 만든다. 부부 둘이선 감당하기 어려웠다. 여름엔 땀이 뚝뚝 떨어지지, 비가 안 내리는 날엔 손님들로 붐볐다. 배달 차 시동을 끌 새가 없을 정도였다. 점심때 알바를 쓰고, 바쁠 땐 다방 언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바쁘고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평곡식당을 찾고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 하다하다 채소까지 맛있는 집

애기아빠는 하우스 두 동에 야채를 길러 식당에 조달한다. 상추, 대파, 고추, 배추, 감자 온갖 걸 다 농사짓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셔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지만, 애기아빠는 농사를 안 하던 사람이라 힘들어한다. 점심장사 휘몰아치고 잠시 쉬었다가 밭일 도와주러 간다. 여름엔 새벽 5시 반에 밭에 나왔다.

평곡식당 손님들이 즐겨찾는 가정식백반. 반찬 7~8가지가 날마다 다르게 나온다. 이날 국물요리는 김치찌개였다.
평곡식당 손님들이 즐겨찾는 가정식백반. 반찬 7~8가지가 날마다 다르게 나온다. 이날 국물요리는 김치찌개였다.

“우리 애기아빠가 농약을 많이 안 해요. 우리 식구들이 먹는 건데 농약 안 쓰죠. 손님들한테는 상품 가치가 안 좋아도 이해해달라고 말씀드려요. 여름에는 상추가 많거든요. 하루 일어나면 커요. 상추 맛있게 드시는 분들한테는 ‘상추 좀 드릴까요?’ 물어봐요. 시골 분들은 안 그러시지만 시내에서 온 분들은 좋아해요. 갖다 놓으면 본인들이 먹을 만큼 싸 들고 가세요.”

사다는 못 드리지만 농사해서 나온 야채들은 주변에 나눴다. 지난달에는 식사하러 오셨다가 야채가 맛있어서 얻으러 온 분도, 삼겹살 드시고 야채를 싸 가는 분도 계셨다. ‘배추가 맛있게 생겼다’고 하면 이유 없이 베풀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한 포기, 두 포기 정도는 드리곤 했다. 요즘은 반찬에 김장김치가 나오지만, 날 풀리면 남편이 가져온 야채들로 겉절이나 열무김치를 할 생각이다.

식당 홍보도 크게 안 하고, 입소문에 의지해 여기까지 왔다. 인터넷 식당 리뷰에는 어느새 ‘하다하다 채소까지 맛있어요’, ‘현지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서 들렀어요’ 등 좋은 평이 올라왔다. 큰딸이 손님들이 올린 리뷰에 일일이 답을 달아줬다.

얼큰한 김치찌개 안에 돼지고기와 갖은 야채를 넣었다. 
얼큰한 김치찌개 안에 돼지고기와 갖은 야채를 넣었다. 
메추라일조림. 여러 반찬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메추라일조림. 여러 반찬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고추된장무침. 모양새는 투박하나 맛깔나다. 하우스 두 동에서 기른 고추를 따다 쓴다.
고추된장무침. 모양새는 투박하나 맛깔나다. 하우스 두 동에서 기른 고추를 따다 쓴다.

■ 더 챙겨주고 싶은 보통 사람들

“인근에 공사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제 3월 되면 시작하거든요. 그분들도 대놓고 드시고요. 봄가을 주말에는 군서에 관광객 버스가 오거든요. 인터넷으로 우리 집을 찾아서 전화로 물어봐요. 미리 연락하면 시간을 맞춰드리는데 12시에는 어려워요. 우리 손님이 있으니까요.”

단골손님들은 본인들이 밥이나 반찬을 꺼내다 먹을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 그중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는데, 돼지고기를 못 드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땐 계란프라이를 서비스로 드린다. 그분들은 돈을 받으라고 하지만, 김치찌개 못 드시는 대신 드리는 거라고 사양했다.

젓가락이 가는 음식이 있으면 더 가져다 드렸다. ‘이모, 내일 뭐 좀 해주세요’ 하면 다음 날 준비했다. 요즘 금값이라는 생선을 참 좋아한다. 일주일에 이틀 고등어나 가자미 한 토막씩 튀겨 나간다. 늦게 오면 모자랄 때가 있다. 그러면 계란프라이 두 개를 해드리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음에 올 때 잊지 않고 더 챙겨드리면, 그분들이 고마운 마음에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온다.

평곡식당에서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안주인 김화영(왼쪽) 씨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남편 정상회(오른쪽) 씨가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곡식당에서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안주인 김화영(왼쪽) 씨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남편 정상회(오른쪽) 씨가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현장 일하시는 분들은 11시 반 되면 와요. 밥을 10분이면 다 드셔. 밥 차려놓고 국 뜨는 사이에 밥 다 먹는 사람도 있어요. 배부르게 드시고 가라고 해요. 여기 깻잎농사도 베트남 분들 없으면 못 지어요. 얼마나 일 잘하는데요. 요즘 방학이잖아요. 마전에 중부대학교 학생들이 알바 하러 많이 왔더라고요. 오늘도 사정리에 있는 떡공장 알바생 다섯 명이 같이 오셨어요. 뭐 배우냐고 물어보니까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 지역 주민이 칭찬하는 평곡식당

평곡식당을 애용하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음식을 더 드리고 싶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난해 추석 쇠고 7천원 하던 백반 값을 1천원 더 올렸다. 배달비 없이 공단이나 깻잎밭, 포도밭에 나가는 음식 배달도 기름 값에 카드 수수료까지 하면 부담이 컸다. 조심스레 현찰을 부탁드렸더니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며 이해해 주셨다.

올해부터는 음식 배달하는 떡공장 휴일에 맞춰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토요일은 공단에 일하는 곳이 있어 쉬기 어려웠다. 매일 같이 평곡식당을 찾던 분들이 일요일만 어디 다른 데 가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따라가는 게 도리였다.

홀 내부. 한창 바쁜 시기에는 
홀 내부. 식당에 오는 손님도 받고, 공단 직원이나 밭에 일하는 분들에게 음식 배달도 하고 있다.
홀 안쪽에 작은 공간이 있다. 식사 예약이 잡혀 미리 세팅해놓은 상태다.
홀 안쪽에 작은 공간이 있다. 식사 예약이 잡혀 미리 세팅해놓은 상태다.

그전까진 휴일도 없이 평곡식당을 지켰던 정상회, 김화영 씨 부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주민이 있었다. 인근에 중앙다방을 운영하는 장형옥(63, 군서면 평곡리) 씨다. 하루에 3~4번 평곡식당에 찾아갈 정도로 가까워지고 정이 들었다는 그는 두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짜 좋은 분들이에요. 성실하게 살고, 손님들에게 정말 잘 해요. 뭐라도 하나 더 주려고 하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더라고요. 저는 본대로 얘기하는 거예요. 앞에 중앙다방을 하면서 제가 28년을 군서에서 살았거든요. 한 동네라 해도 안면만 있는 정도였지, 이렇게 가까워진 건 불과 1년도 안 돼요. 어느새 정이 들었어요.”

농한기에 접어들며 이제 조금 숨을 돌리고 있다는 정상회, 김화영 씨 부부.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도 있지만, 평곡식당을 찾는 손님들 덕에 작은 일에도 웃고 감동하는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정상회, 김화영 씨 부부가 새해 인사를 전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끝 무렵에 김화영 씨가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이 아저씨가 1월1일부터 증산리 이장 됐어요. 신입이여.”

메뉴판. 물가가 오르면서 가격을 고쳐놓은 흔적이 있다. 음식을 넉넉히 주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메뉴판. 물가가 오르면서 가격을 고쳐놓은 흔적이 있다. 음식을 넉넉히 주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평곡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입간판이 있다.
평곡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입간판이 있다.

주소: 군서면 성왕로 459-5
전화: 731-1003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
매달 넷째 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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