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제 [옥천민예총 문학동인지 제27집 『그래도 꽃』]

찌지리도 궁색한 살림살이가 나를 자꾸만 쪼그라들게 한다 왠지 나만 세상에 뒤처진 양 걸음걸음이 헛발질뿐이다’ 이렇게 힘이 빠질 땐 먼가 뾰족한 수를 찾아야 하는데’ 힘이 될 만한 게 있을 리 만무다 지푸라기에 걸려도 코가 깨질 것 같은 날이다

차일피일 미루던 어머님 산소를 갔다 푸념도 힘이 되는 곳이다 당랑 쐐주 한 병에 오징어포 절을 올리고 주변을 보니 할미꽃이 반긴다 이 못난 아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허리가 애잔하다 살아생전 말 없으시던 저 모습 못났기에 더욱이 애달픈지 입술마다 붉게 부르튼 자국, 죽어서도 부모는 자식 걱정에 저승길도 편히 잠 못 이루는 듯 밀려드는 죄책감에 머-언 산 바라보는데 허공을 떠도는 무심한 구름마저 오늘따라 구슬피도 감긴다

‘이놈아! 힘내 사는 게 다 그런 겨 그래두 가다 보면 길이 있는 겨 내가 너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게 안 보이는 겨?’ 산새들 울음소리에 섞여 환청인 듯 이어지는 소리 없는 음성에 엎어졌던 기운 뭔가 모르게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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