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식물소스 전문 ‘마미앤소스’ 열어
안내면 인포리에 수경재배한 바질, 딜 활용
바질페스토, 레몬딜버터, 마요소스 등 판매
마미앤소스 김미정 대표, 블라썸팜 장우석 이사 협업

옥천에 둘도 없는 가게가 아닐까 싶다. 바질과 딜, 두 가지 식물로 다른 음식들과 곁들여 먹는 소스 그리고 디저트를 판다. 바질페스토, 바질간장, 바질갈릭마요소스, 바질김치양념 그리고 레몬딜버터까지. 지난 1년간 주인장이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한 끝에 내놓은 음식들이다. 어디 인터넷에 올라온 조리법을 베껴 쓰지 않았다. 안내면 인포리에 수경재배한 허브를 가져와 수제소스를 만든다고 하니 이 가게 특별하게 보인다.

아마 생소하게 느낄 사람들이 많겠다. 오로지 소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도 흔치 않거니와, 바질과 딜이라는 식물로 만든 소스는 도대체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바질페스토는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소스라고 한다. 향과 풍미가 독특해 피자나 파스타에 곁들여 먹기 좋고, 목살이나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에 쌈장 대용으로 찍어 먹으면 육류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단다. 바질 특유의 향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마늘이 조금 가미된 마요소스를 추천했다.

맛은 사람마다 주관적이기에 평도 제각각이다. 결국 먹어봐야 안다. 지난 11월18일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에 개업한 ‘마미앤소스’는 매장에 판매하는 여러 소스를 시식할 수 있게 준비했다. 아마도 맛을 직접 본 사람들은 신세계에 빠진 기분이 들 것이다. 옛 동신철물 자리에 들어선 마미앤소스는 지난해 초 옥천에 정착한 김미정(46, 읍 가화리) 대표가 지키고 있다. 매장 안에는 수경재배기를 들여놔 바질과 딜의 성장 과정을 구경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18일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에 개업한 마미앤소스 전경. 매장은 옛 동신철물 자리에 있다.
지난달 18일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에 개업한 마미앤소스 전경. 매장은 옛 동신철물 자리에 있다.
매장 안에 바질, 딜을 기르는 수경재배기가 있다.
매장 안에 바질, 딜을 기르는 수경재배기가 있다.

엄마라는 뜻의 마미(mommy), 빨간머리 앤의 앤(anne) 그리고 소스(sauce)를 합쳐 지은 마미앤소스. 엄마의 정성이 깃든 맛있는 소스가 기다려질 것만 같다. 아담한 공간에 초록색 허브들이 보여 매장 분위기가 상쾌하고, 실내 텃밭에 온 것처럼 허브 향도 솔솔 난다. 바질과 딜은 3년 전 옥천에 귀농한 농업회사법인 블라썸팜 장우석(47, 읍 장야리) 이사에게 받아오고 있다. 그는 안내면 인포리에 약 25평 농장을 운영해 바질, 딜을 주종으로 키우고 있다.

■ 색다른 공간, 새로운 경험

서울서 친목모임으로 만난 인연으로 옥천에 발을 디딘 두 사람. 농사와 요리, 업종은 살짝 다르지만 친밀한 지인 관계를 이어가며 슬기로운 귀촌 생활을 그려나갔다. 고향이 서울인 김미정 대표는 특수교육 분야에 10년 넘게 일했다. 김 대표는 틀에 갇힌 직장생활을 벗어나고자 조기 은퇴를 꿈꾸며 다른 길을 모색했다. 그러다 선배 귀농인으로 옥천에 일찍이 정착한 장우석 이사의 농장에 몇 번 찾아갔고, 1년 가까이 허브류를 같이 키워보면서 농사일을 배웠다.

마미앤소스 김미정 대표가 바질페스토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서 10년 넘게 했던 특수교육 관련 일을 정리하고 지난해 초 옥천에 정착해 허브 및 식물 소스 전문점을 차려 제2의 인생을 그렸다.
마미앤소스 김미정 대표가 바질페스토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서 10년 넘게 했던 특수교육 관련 일을 정리하고 지난해 초 옥천에 정착해 허브 및 식물 소스 전문점을 차려 제2의 인생을 그렸다.

여태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 대표에게 몸으로 하는 농사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래도 수경재배는 몸이 고되지 않고,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마침 옆에 든든한 지인이 있으니 협업하는 쪽으로 미래를 구상했다. 바질과 딜을 활용해 가공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요리 연구와 농사를 병행하다 올해부터는 매장 준비에 전념했다. 오프라인 매장 개업에 앞서 지난 8월부터는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를 열었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손님들이 매장에 들르면 조금 놀라는 편이에요. ‘이런 데가 있었어요?’ 하고 들어오시거든요. 옆에 있는 상가 사장님들도 많이 와주셨고요. 가게도, 식물도 예쁘다고 하시네요. 옥천에 처음 보는 것 같다고, 앞서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도립대 학생들도 와서 신기해하고 사진 찍어가더라고요. 무언가 특별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느낌으로 매장을 꾸몄죠.”

바질페스토.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바질페스토.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바질갈릭마요소스.
바질갈릭마요소스.
바질간장.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바질간장.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 소스 활용하는 비법 알려드려요!

김미정 대표는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스를 활용한 음식 사진과 조리 과정을 올리고 있다. 가령 블로그에는 바질간장으로 볶은 몽골리안 포크, 레몬딜버터를 넣은 브레드 푸딩, 바질갈릭마요소스를 곁든 유부초밥, 바질김치소스·바질페스토 활용 팁 등이 올라왔다. 김 대표는 마요네즈 소스가 계란, 생선류, 감자, 빵 등 퍽퍽한 음식에 찍어 먹기 좋다고 알렸다. 또한 딜은 해산물, 고기는 바질과 어울리는 편이라고. 매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향후 음식 체험 수업을 하고 싶은 바람도 전했다.

“판매할 때 어떻게 드시는 게 좋다는 조리법 몇 가지를 조그마하게 카드로 만들어서 같이 드리고 있어요. 소스를 활용한 조리법은 블로그에 올리고 있고요. 맛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매장에 소스 시식도 할 수 있게 해놨어요. 지난번에는 청년공예인단체 ‘가온비’ 분들이랑 인연이 닿아서 옥천 플리마켓도 참여했는데요. 지금은 날이 추워져서 어렵겠지만 봄이 되고 날이 따뜻해지면 플리마켓 같은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싶어요.”

레몬딜버터.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레몬딜버터.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바질김치양념.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바질김치양념. (사진제공: 마미앤소스)
선물 패키지로 판매하는 바질페스토, 레몬딜버터.
선물 패키지로 판매하는 바질페스토, 레몬딜버터.

■ 서울은 안녕, 이제 옥천으로

고향이 대구인 장우석 이사는 서울서 20년 넘게 생활하다가 옥천에 귀농했다. 그는 팍팍하게 돌아가는 서울 생활보다 전원생활이 삶의 행복과 가까워질 거라 여겼다. 옥천에 사는 지인들 소개로 이곳에 왔을 때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스마트팜을 하겠다는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가 유행하던 초창기에 성업 중인 학원을 정리한 뒤 가족과 함께 옥천에 왔다. 처음엔 안내면 인포리에 2년 살았는데 읍내에 이사 온 뒤에도 자녀는 안내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동네 분들도 가족처럼 포용해줘 시골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단다.

‘꽃이 활짝 피는 농장’이라는 뜻으로 2021년 11월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블라썸팜. 초기에 여러 작물을 키웠으나 이제는 안내에 바질과 딜 두 가지만 키우고 있다. 보온이 잘 되는 이중비닐하우스 형태로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자금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초기창업 패키지에 선정돼 투자금을 받아 설치했다고.

수경재배기는 가정용, 농사용으로 나눠 유지비가 적게 드는 방향으로 자체 개발했다. 기기에 물과 영양제만 채워주면 자동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LED 조명으로 광합성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보통 7~8개월까지 식물의 생명이 보존되는데, 판매용 식물은 가장 맛도 좋고 신선해질 시기인 3개월에 딴다.

안내면 인포리에 바질, 딜을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블라썸팜 장우석 이사가 수경재배기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안내면 인포리에 바질, 딜을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블라썸팜 장우석 이사가 수경재배기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마미앤소스 김미정 대표가 수경재배기에 달려있는 바질을 따고 있다.
마미앤소스 김미정 대표가 수경재배기에 달려있는 바질을 따고 있다.

■ ‘찐’으로 기른 바질, 딜

“처음엔 작은 텃밭으로 시작했어요. 대전 세천동에 텃밭을 1년 빌렸거든요. 고구마, 고추, 토마토를 키웠는데요. 땀 흘려 일하고 원두막에서 도시락을 까먹었을 때 편안함, 충만함이 느껴졌죠. 저희가 농사는 초보잖아요. 크게 하는 밭농사, 논농사보다 시설 쪽으로 가자는 계획이 있었고요. 다른 사람이 만든 수경재배기를 집에 몇 대 들여놓고 관리해봤는데요.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어서 직접 개발까지 나아갔죠.”

장우석 이사는 마미앤소스 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들에 바질, 딜을 공급하고 있다.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도 나가고, 대전에 바질과 딜을 활용하는 레스토랑에 찾아가 샘플을 보여주며 판로를 개척하는 과정이다. 요리사들에게 ‘괜찮네요, 바질 향이 좋네요’ 하는 반응이 돌아오면 농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장하면 얼마 벌 수 있어요, 대박 나요’라는 다소 부풀린 광고들이 많은 요즘 장우석 이사는 말 그대로 ‘찐’으로 승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장우석 이사가 서울서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옥천에 귀농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장우석 이사가 서울서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옥천에 귀농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바질과 딜은 고급 레스토랑에 많이 다룰 정도로 어느 정도 소비자층이 있어요. 특히나 젊은 세대는 이런 쪽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로컬푸드에도 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옥천역 부역장님이 여기 매장에 들러서 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열 몇 개 사가셨다 하더라고요.”

■ 식물 구경, 소스 시식 언제든 환영

옥천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주변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 하는 일은 다르지만 농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었다.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여놓을 수 없는 노릇. 초기 투자비용도 제법 있고 진입장벽도 높은데 기존 농업지원책이 최소 100평 이상이어야 하는 등 토경을 기준으로 잡혀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골 옥천에서 사업성을 넓혀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다졌다.

마미앤소스 인스타그램에 식물 소스를 활용한 음식 사진과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미앤소스 인스타그램에 식물 소스를 활용한 음식 사진과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플랜테리어(planterior,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 기법)라는 말이 있잖아요. 집 안에 가정용 재배기를 두면 식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교감할 수 있겠다 싶어요. 저는 이 재배기를 권하고 싶거든요.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 씨를 직접 뿌려 싹이 나는 모습을 보면 신비롭다고 할까요? 내면에 충만함을 깨울 수 있을 거예요. 관리하기도 쉬운 편이니까 반려식물로 한 번 가꿔보면 어떨까 싶네요.” (장우석 이사)

“지역에서 자란 식물로 이렇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많이 알리고 싶어요.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니까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더라’는 반응이에요. 먹어보니까 맛있어서 바질 들어가는 걸 찾게 되고, 심지어 바질을 키우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앞으로 소개를 많이 해야 할 영역이구나 싶었고요. 그래야 저도 오래할 수 있겠죠. 마미앤소스, 많이 찾아와주세요. 편하게 식물 구경도 하시고, 시식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물어봐주시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김미정 대표)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에 있는 마미앤소스 앞에 입간판이 있다.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에 있는 마미앤소스 앞에 입간판이 있다.
마미앤소스 메뉴판.
마미앤소스 메뉴판.

주소: 옥천읍 중앙로 32-2
전화: 010-2850-4650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ommyanne_sauce
스마트스토어: smartstore.naver.com/douxfrisch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