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마스터 퀸, 지난해부터 타로상담 진행
사람들이 편히 드나드는 ‘이야기 있는 집’ 꿈꿔

사람 속마음은 알다가도 모른다. 겉으로는 문제없이 사는 것처럼 보여도 홀로 마음을 삭이고 있을지 누가 알까.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 잘 모르는 경우면 대략 난감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 갇힌 느낌이랄까. 이유 모를 찜찜함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심하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 관계에 금이 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내밀한 고민을 토로하고 싶지만 이 좁은 동네에 안 좋은 소문이 돌까 두렵기만 하다. 그 틈새에 ‘타로 열풍’이 불지 않았을까.

구읍 문정식당으로 가는 골목 한편에 아담한 공간이 보인다. 이야기가 있는 집이라 해서 상호가 ‘스토리 하우스’다. 크게 ‘타로’라고 적혀 있는 옆간판을 보아하니 영락없는 타로집이다. 문 앞에는 타로를 볼 때 쓰는 그림카드가 붙여 있어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실은 타로집에 가면 진한 화장에 한복을 차려입은 주인장이 반길 거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편견이 있었는데 아니다. 마암리에 사는 ‘미자’라는 이름의 평범한 중년 여성이 내담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의 별칭은 타로마스터 ‘퀸’.

에어컨 사무실 용도로 쓰였던 이 자리를 지난해 타로집으로 바꿨다. 방문객에게 주전부리로 샤인머스켓, 감을 주는 모습에서 아늑한 사랑방처럼 다가온다. 미자 씨는 기본 타로부터 사주명리학, 천궁도, 심볼론, 데카메론 등을 봐주며 여러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지인 소개 소개로 대전이나 타지에 찾아가 타로를 봐줄 때도 있고, 대면 상담이 어려우면 전화 상담도 한다. 내담자들이 찾아올 때 혹여나 내담자의 아는 사람을 만날 경우를 대비해 예약 시간의 틈을 둔다.

구읍 문정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 한쪽에 타로점을 볼 수 있는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으며,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구읍 문정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 한쪽에 타로점을 볼 수 있는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으며,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 마음공부 하다 타로에 빠져

타로집을 열어야겠다는 의지보다 지인들의 추천에 힘입어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타로를 배우기 전부터 지인들의 말 못할 고민이나 속마음을 들어주는 걸 좋아했다. 말하자면 지인들의 등 떠밀림에 여기까지 온 것. 2017년 평생학습원에서 진행된 사주명리학 수업을 들은 계기로 타로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고부갈등을 해소하고자 마음공부 차원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아는 동생 따라 두드림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 타로를 접했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사주명리학을 먼저 했어요. 그러다 평생학습원에서 만난 선생님 인연으로 타로를 배웠는데요. 타로를 배우면서 지인들을 조금씩 봐줬는데 재밌더라고요.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려 하고요. 처음엔 마음공부를 하려고 시작한 건데 어쩌다 보니 사람 마음을 치유해주는 일을 하고 있네요.”

스토리 하우스 안에 내담자가 타로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스토리 하우스 안에 내담자가 타로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내담자가 타로를 볼 수 있는 작은 방이 따로 있다. 
내담자가 타로를 볼 수 있는 작은 방이 따로 있다. 

아침마다 데일리 카드를 뽑고, 일년 운세를 보는 등 일상에서 타로를 만나고 있는 미자 씨. 그에게 타로의 배움은 끝이 없었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타로를 배우는 모임이 있는 서울, 대전에 주기적으로 찾아간다. 화요일 데카메론과 토요일 사주명리학을 배우러 서울에, 일요일은 심볼론을 배우러 대전에 간다. 장장 3시간이 걸리는 서울을 왕래한다는 건 보통 열정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저처럼 타로 배우러 일주일에 몇 번 가는 사람이 거의 없죠. 새벽에 일어나서 가족 밥 차려놓고 7시38분 차를 타요. 대전역 가서 8시 기차를 타면 영등포에 내려요. 영등포에서 신도림, 신도림에서 사당 도착하면 거기서 2시간 듣고 와요. 하루 종일 굶는데도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저는 소풍 간다고 그러거든요. 즐기는 사람 못 이긴다고 하잖아요. 저는 즐겨요. 앞으로 점성학까지 배우고 싶어요.”

타로마스터가 전체 카드를 펼치면 내담자가 직접 카드를 골라 타로점을 볼 수 있다.
타로마스터가 전체 카드를 펼치면 내담자가 직접 카드를 골라 타로점을 볼 수 있다.

■ 타로를 매개로 사랑방처럼

타로는 말하자면 점이다. 동양의 점이 주역이라면 서양의 점이 타로다. 이와 유사하게 명리학과 점성학이 비슷한 계통이라 볼 수 있다. 내담자가 카드를 직접 뽑고, 뽑은 카드를 타로마스터가 해석하는 과정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여백이 생긴다. 카드 내용이 꼭 좋은 내용만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자 씨의 인간적인 갈등은 여기서 생겨난다. 그대로 말해야 할까, 아니면 살짝 포장해서 말해야 할까.

“(타로 하면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죠. 카드가 꼭 좋게만 나오진 않잖아요. 무겁게 나오면 저도 무거워요. 그게 힘든 거예요. 대체로 답답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럴 땐 저는 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막 울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도 놀랄 정도로 소름인 순간이 있거든요. 내담자 마음이 풀리거나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스토리 하우스 안에 다양한 타로카드가 비치돼 있다.
스토리 하우스 안에 다양한 타로카드가 비치돼 있다.
상가 안에 붙여진 타로 수비학 배열표.
상가 안에 붙여진 타로 수비학 배열표.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눠진 타로카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눠진 타로카드는 어떤 카드를 고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지용제 때 속마음, 직장운, 애정운, 가정운을 보는 부스도 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타로의 인기를 실감했다. 한 질문에 5천원, 상담 시간은 한 사람에 30분 이내라는 기준을 잡았다. 타로를 통해 돈을 받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미자 씨. 수익을 내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타로를 매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공감해주고,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나아가는 게 꿈이에요. 지인들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게 더 좋아요. 힘든 일 있으면 들어주고요. 편하게 놀러오셨으면 좋겠어요. 타로를 보러 오지 않더라도 가끔 오셔서 커피 마시고 그런 게 저도 편하고요. 타로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개인 교습도 하니까요.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해주세요.”

주소: 옥천읍 향수2길 2
전화: 010-5193-1514 (예약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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