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정지용문학상 제14회 수상작]
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