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복지관 인근에 디저트공방 ‘담다’ 열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베이킹 수업 예약 받아
한식 디저트 답례품 및 단체도시락 주문 제작
진수현 대표 “갖고 있는 재능, 지역에 나누고 싶어”

복지관, 보건소 쪽 들르는 길에 간판 없는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단순하게 꾸며진 외관을 봐서는 디저트공방 같은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갈 법하다. 요즘 엠지(MZ) 세대 사이에서는 간판 없는 가게가 유행이라는데 뭐랄까.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듯한 인상이다. 유별나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주인장의 심성이 느껴진다.

공방 이름도 조금 헷갈린다. 가게 유리문에 ‘담다(DAMDA)’라고 돼 있어 담다 같기도 하고, 정문에는 또 ‘진마담’이라 해놔서 진마담 같기도 하다. 무언가 딱 정의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집 보고 머리가 지끈거릴지 모른다. 알고 보니 투 트랙이다. 진마담은 한식 디저트 답례품을 주문 제작하는 브랜드, 담다는 디저트공방 이름이니 이 집을 ‘담다’로 부르는 게 좋겠다.

어떤 물건을 그릇 따위에 넣을 때 ‘담다’라는 말을 쓴다. 무엇을 담을지 이 공방은 따로 말해주지 않는다. 오롯이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의 영화처럼 다가온다. 식당 미가, 양곡과 잡곡을 판매하는 곳간 사이에 디저트공방 ‘담다’가 지난 9월 초에 개업했다. 추석 때부터 답례품 만들어 보내고, 지난달부터 베이킹 수업도 시작하면서 공방 문이 활짝 열렸다.

삼양리에 디저트공방 '담다'가 지난 9월 개업했다. 담다는 디저트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한식 답례품 주문 제작도 따로 받고 있다. 단체 도시락도 한다. 가까운 거리에 복지관, 보건소가 있다. 
삼양리에 디저트공방 '담다'가 지난 9월 개업했다. 담다는 디저트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한식 답례품 주문 제작도 따로 받고 있다. 단체 도시락도 한다. 가까운 거리에 복지관, 보건소가 있다. 

“진마담은 답례품 전문 브랜드예요. 오란다, 양갱, 쌀로 만든 디저트, 퓨전떡 같은 한식 디저트를 만들고요. 샌드위치나 샐러드, 요거트, 식혜도 직접 해요. 원하는 구성이 있으면 예산에 맞춰 단체 도시락 주문도 받고요. 베이킹 클래스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 하는데요. 김밥이나 핫도그, 샌드위치, 도넛, 샐러드스프, 착즙음료, 수제요거트 만드는 수업도 하고 있죠.”

■ 현직 요가 강사가 하는 디저트공방

디저트공방 ‘담다’ 진수현(40, 읍 삼양리) 대표는 답례품 준비에 지역 내 기관에서 들어오는 베이킹 수업 문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올봄부터 상가를 차리려고 시장조사를 거쳐 지난 7월 옥천에 정착한 그는 고향이 대구다. 대구에서 4년간 디저트공방을 운영한 경력이 있는 진 대표는 옥천에 사는 20년 지기 친구의 권유로 새로운 터전에 발을 디뎠다.

디저트공방 '담다' 진수현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에 찾아온 어린이들과 함께 도넛을 만들고 있다. 
디저트공방 '담다' 진수현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에 찾아온 어린이들과 함께 도넛을 만들고 있다. 

대구서 진행하던 요가, 필라테스 수업이 있어 마무리될 때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진수현 대표. 살아온 과정을 들어보니 재능도 많고, 취미가 직업이 된 사례 중 하나였다. 뷰티 분야를 전공해 처음엔 네일샵을 차려 운영했던 진 대표는 부쩍 안 좋아진 건강을 되찾으려고 요가를 배웠다. 무언가 하나를 배우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집념이 있는 그는 요가학원까지 같이 차려 4년을 했다.

지금은 요가 학원을 내려놓고 현직 요가 강사로 10년째 뛰고 있는 그는 다이어트와 몸에 좋은 음식에 밝았다. 겸사겸사 취미 삼아 베이킹도 배웠는데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 금방 따라갔고 흥미를 느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요가 수업을 한 경험도 있겠다, 디저트공방을 차리면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특별하게 거리낌이 없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양갱이나 빵 같은 거 만들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해드리고 그랬거든요. 제가 먹는 것보다는 남에게 주고 맛있다고 해줄 때 오는 만족감이 컸던 것 같아요. 음식을 굉장히 잘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아이들이랑 수업하는 게 익숙해요.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서 요가 수업도 해봤거든요. 아이들이 순수하고 좋아요.”

진 대표는 어린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킹하는 경험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 대표는 어린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킹하는 경험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한 번도 타지에 살아본 적이 없던 진 대표는 옥천 행을 결정하기까지 내심 두려움이 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데는 걱정이 없을 만큼 친화력은 좋은데 천성이 내향적인 사람이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지 괜히 겁부터 났더란다. 그래서 주위에 물어봤다. 대구를 벗어나 살아보고 싶은데 어떻겠냐고. 타지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나 친구들이 용기를 줬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겁먹지 마라, 뭐가 겁이 나냐, 친구도 있고 다 있는데 다 똑같다, 괜찮다, 괜찮다.’ 옥천에 한 번 오고, 두 번 오고, 세 번 오니 익숙해지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주위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공방까지 차릴 수 있었다. 이제 공방 운영도 할 테지만 요가도 하고, 네일도 할 수 있으니 갖고 있는 여러 재능을 지역에 나누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제가 시골에 사는 게 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했던 말이 ‘시골에 가서 한복을 입고 장을 담그면서 살 거야’ 이랬거든요. 그땐 그랬죠. 도시랑 시골 경계에 있는 곳에 살고 싶은 로망도 있었고요. 마침 옥천이 저에게 잘 맞는 곳이더라고요. 어쩌면 저한테는 도전이죠. 제2의 고향으로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디저트공방 '담다'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베이킹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요청이 들어오면 출강도 하고 있다.
디저트공방 '담다'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베이킹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요청이 들어오면 출강도 하고 있다.
공방 안에 베이킹 수업 때 어린이들이 입을 앞치마가 마련돼 있다.
공방 안에 베이킹 수업 때 어린이들이 입을 앞치마가 마련돼 있다.

■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디저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베이킹 수업을 들으러 오면 넉넉잡아 1시간30분~2시간 정도 잡는다. 빵을 반죽하고, 굽고, 토핑을 올리고, 포장할 상자를 만들어 색칠하는 과정까지 집중력을 요구하기에 어린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진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울 생각이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일일 수업)는 어린이는 최대 4명, 성인은 10명까지 받고 있다. 요청이 있으면 출강도 한다.

지난달 22일 오전 공방에 찾아온 어린이들이 진수현 대표의 도움으로 도넛을 완성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공방에 찾아온 어린이들이 진수현 대표의 도움으로 도넛을 완성했다.
베이킹 수업 때 쫀득쫀득한 찹쌀도우로  만든 곰돌이 피자. (사진제공: 담다)
베이킹 수업 때 쫀득쫀득한 찹쌀도우로 만든 곰돌이 피자. (사진제공: 담다)
빼빼로데이를 맞이해 베이킹 수업 때 만든 수제 빼빼로. (사진제공: 담다)
빼빼로데이를 맞이해 베이킹 수업 때 만든 수제 빼빼로. (사진제공: 담다)

돌잔치나 상견례 같은 특별한 날 또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행사 때 답례품을 많이 찾는다. 잘 나가는 답례품으로 오란다, 퓨전 떡, 수제 식혜 등이 있다. 퓨전 떡은 오븐에 굽는 떡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자랑한다. 떡에 들어가는 재료는 100% 국내산 찹쌀에 쌀 조청, 쌀 물엿을 사용한다. 진 대표는 지역 농산물을 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먹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어린이들 수업을 하고 만든 디저트를 보면 이미지로 봤을 땐 예뻐요. 그런데 가져가서 먹었을 땐 맛이 없어서 버리는 부분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저희 공방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재료로 아이들에게 수업하기 때문에 이미지나 맛으로 봤을 때도 괜찮다고 자부해요. 좋은 재료를 가져다 쓰고 있어요.”

수제구황작물빵. 생김새와 같이 빵 안에 고구마, 감자가 들어있다. (사진제공: 담다) 
수제구황작물빵. 생김새와 같이 빵 안에 고구마, 감자가 들어있다. (사진제공: 담다) 
답례품으로 인기가 있는 수제 오란다 박스. (사진제공: 담다)
답례품으로 인기가 있는 수제 오란다 박스. (사진제공: 담다)
국내산 찹쌀로 만든 구운 찰떡. (사진제공: 담다)
국내산 찹쌀로 만든 구운 찰떡. (사진제공: 담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수제보석양갱. (사진제공: 담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수제보석양갱. (사진제공: 담다)
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만든 수제 식혜. (사진제공: 담다)
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만든 수제 식혜. (사진제공: 담다)

■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힘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디저트공방 ‘담다’에 찾아가자 진수현 대표가 어린이 셋과 함께 도넛을 만들며 좋은 추억을 쌓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손을 꼬물꼬물 움직여 손을 씻어 앞치마를 입고 진 대표의 진행에 따라 수업을 따라갔다. 밀가루 채를 신나게 두드려주고, 고사리 같은 손에 도구를 잡고 반죽하면서 진지하게 몰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는 수업이었다. 빵 모양이 조금 흐트러져도 괜찮다. 오븐에 빵이 맛있게 구워질 동안 도넛을 담을 상자에 알록달록 색칠놀이도 했다. 포동포동한 도넛이 나오자 준비된 토핑을 개성 있게 올려주면서 완성했다. 주말 오전에 선생님도, 어린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다음에 또 만나길 기약했다. 짧은 시간에 누린 행복이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접하려면 대전에 나가야 한다고 들었어요. 옥천에 디저트 공방이 열렸으니까요. 멀리 나가시는 것보다 가까운 지역에 체험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님 동반도 가능하고요. 성인 분들도 편하게 연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디저트공방 '담다'는 베이킹 수업, 답례품 제작과 더불어 단체 도시락 주문도 받고 있다. (사진제공: 담다)
단체 도시락으로 준비한 샌드위치&샐러드. (사진제공: 담다)
단체 도시락으로 준비한 샌드위치&샐러드. (사진제공: 담다)

주소: 옥천읍 삼양로8길 8
전화: 010-7369-8006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7시
인스타그램: @dam_da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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