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이백리에 능이칼국수 전문점 '길목칼국수'가 지난 8월16일에 열렸다. 문 앞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가 진입하기 용이하다. 가까운 거리에 군북면사무소, 군북우체국이 있다.
군북면 이백리에 능이칼국수 전문점 '길목국수집'이 지난 8월16일에 열렸다. 문 앞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 진입이 용이하다. 가까운 거리에 군북면사무소, 군북우체국이 있다.

지난 8월16일부터 군북면사무소 들어가기 전 도로변에 길목국수집을 열었어요. 저희 가족이 경기도 일산에 살았는데요. 지난해 7월쯤에 이백리에 이사 왔어요. 처음엔 부모님 두 분이 국수집을 할 생각이었는데요. 이런저런 사정에 장녀인 제가 식당을 지키면서 주방을 맡고 있고요. 아버지는 주문받고 서빙하고 계시죠.

주요리는 능이칼국수(8천500원)예요. 다른 음식도 있었는데 자리 잡고 나서는 능이칼국수가 잘 나가면서 메인이 됐죠. 제가 요리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했어요. 아버지 친구 분이 국수가게를 하시거든요. 그분에게 조리법을 배웠고요. 삼촌이 식당에 자주 오셔서 먹어보거든요. 음식 맛이 어땠으면 좋겠다고 알려주시는 편이에요.

능이칼국수(8천500원). 안에 능이와 함께 애호박과 당근, 일반 면과 쑥 면이 들어있다. 걸쭉한 국물에 능이 향이 베어있다.
능이칼국수(8천500원). 안에 능이와 함께 애호박과 당근, 일반 면과 쑥 면이 들어있다. 걸쭉한 국물에 능이 향이 베어있다.

능이칼국수 만드는 법은 노하우라 다 말씀드리긴 어려운데요. 국수에 들어가는 능이는 다른 데보다 푸짐하게 드린다고 자부해요. 능이는 아버지 친구 분이 소개해주는 곳에서 받아오고요. 칼국수 안에 애호박이랑 당근도 들어가는데요. 일반 면에 쑥면도 같이 넣어요. 초록색 면을 씹으면 살짝 쑥 향이 날 거예요.

국물은 너무 짧게 끓이면 능이 향이 잘 안 나더라고요. 음식 주문하고 오래 기다리셨잖아요. 조금 오래 끓여야 능이 향이 국물에 남거든요. 센 불로 하면 능이 향이 안 나요.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려요. 기본 육수는 미리 준비해놓고, 주문 들어오면 조리에 들어가요. 나올 때까지 한 10~15분 걸리니까 미리 전화하고 오는 분들도 계세요.

능이칼국수 밑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는 식당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능이칼국수 밑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는 식당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능이칼국수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 또한 직접 만들고 있다.
능이칼국수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 또한 직접 만들고 있다.

식당은 오전 11시부터 하는데요. 전날에 미리 재료 손질하고, 아침 9시에 나와서 육수 끓일 준비를 해요. 밑반찬은 겉절이랑 콩나물 이렇게만 나가는데요. 직접 다 만들어요.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음식을 올리고 싶어서요. 점심 지나서는 동네 어르신 분들이 약주하러 들르셔서 제육볶음(2인, 1만7천원), 오징어볶음(2인, 1만5천원)도 준비했어요.

칼국수에 능이가 들어가서 어르신들 입맛에는 더 맞는 거 같아요. 두세 번 오셨던 손님들은 계속 오시죠. 가까운 동네나 읍내에서도 오시고요. 대전 판암동에서도 오시고, 부소담악 들렀다가 오는 관광객들도 있죠. 개업 초기라 당분간은 쉬는 날 없이 계속 문을 열 텐데요. 내년 1월부터는 한 달에 이틀 정도 휴일을 잡을 계획이에요.

길목국수집 홀 내부. 오른편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길목국수집 홀 내부. 오른편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처음 국수집을 맡기로 했을 때 고민이 없진 않았죠.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식당 일을 해봐서 일이 고되다는 걸 알았죠. 그래도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 분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줘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손님들이 오셔서 많이 드시고 가면 보람도 느끼고, 기분도 좋고, 거기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음식 양을 많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어렸을 때 옥천에 살았어요. 외갓집이 청산면 인정리인데요. 태어난 데는 일산이지만 청산에 자라면서 4학년 때까지는 청산초등학교에 다녔어요. 그때랑 달라진 모습도 보이지만 옥천은 저한테는 익숙한 동네죠.

길목국수집 요리를 담당하는 정미현(24) 씨가 주방 일을 보고 있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경기도 일산에서 이백리에 이사 온 그는 어렸을 때 청산에 살았던 기억을 들려줬다.
길목국수집 요리를 담당하는 정미현(24) 씨가 주방 일을 보고 있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경기도 일산에서 이백리에 이사 온 그는 어렸을 때 청산에 살았던 기억을 들려줬다.
딸 정미현 씨와 함께 길목국수집을 지키며 홀을 맡고 있는 정병길(63, 군북면 이백리) 대표가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딸 정미현 씨와 함께 길목국수집을 지키며 홀을 맡고 있는 정병길(63, 군북면 이백리) 대표가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금 옥천고 다니는 남동생(정민규 학생)은 10년 전인가 옥천신문에 나왔어요. 저희 삼촌이 찐빵가게 했을 땐데, 어르신 구조해줬다고 옥천경찰서에서 상을 받았거든요. 구조된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6·25 참전용사였어요.

간판은 길목국수집인데, 능이칼국수를 강조하고 싶어서 앞에 현수막을 걸었어요. 아무래도 능이가 들어가서 맛의 호불호가 있는 편이에요. 어르신들은 좋아하지만, 젊은 분들은 아닌 경우도 있거든요. 당분간은 능이칼국수에 익숙해질 때까지 이대로 갈 건데요. 일에 여유가 생기면 능이 안 드시는 분들을 위한 음식도 내놓고 싶어요. 저희 식당 많이 와주세요!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면이 쑥 면으로 씹으면 쑥 향이 은은하게 난다.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면이 쑥 면으로 씹으면 쑥 향이 은은하게 난다.
메뉴판.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 안주류도 판매한다.
메뉴판.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 안주류도 판매한다.
겨울철 능이칼국수를 먹으며 몸을 녹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겨울철 길목국수집에서 뜨끈한 능이칼국수를 먹으며 몸을 녹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주소: 군북면 이백리 346-54
전화: 938-9898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 (주문 마감은 8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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