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문단 제20집]

 

아기 울음도 없다
청소차도
우체부도 오지 않는다
앰뷸런스 경고음도 없다

공가
출입금지 구역
출입 적발 시 엄벌에 처함
가위, 가위, 가위 X X X
긴장을 팽팽히 당기는 붉은 금줄들

다툼들은 유리창처럼 깨져
숨죽여 옥상에 누워있고
길 잃은 바람이
주인 없는 안방에 서성인다
낯붉히던 연탄들 하얗게 숨져있고
때지 못한 연탄줄은 묵상 중이다

버려진 수저와 십자가
쏟아져 발가벗겨진 실핏줄 가득한 화분 속
버려져도 환하게 웃는 아기, 돌사진틀
아직도 금빛으로 빛나는 트리

감나무는 잘려나가고
지붕이 날아간다
마당이 없어진다
골목이 사라진다

110년 된 새터말
언덕에 등 붙이고 살던 신흥동 사람들
마당을 지우고
공중에 대문을 낸다
East city 아파트 단지로 신흥 중이다

은성하던 천변 무허가 도깨비 시장
붉은 깃발이 시무룩이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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