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창업팀 ‘해시랑’
지난 9월 구읍 정지용생가 인근 ‘카페해시랑’ 열어
포도비누, 바디로션, 토너패드 등 이색 화장품 눈길
옥천 농산물로 포도청, 잎차, 도라지정과 등 판매

발상이 독특하다. 포도알이 아닌 ‘포도잎’에 주목했다. 알고 보니 포도는 버릴 게 하나 없는 농산물이다. 과육에 더 관심을 두다 보니 포도잎 효능을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포도잎의 여러 성분에 초점을 맞춰 피부 진정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을 오랜 연구 끝에 출시했다. 포도잎 추출물을 함유한 포도비누와 토너패드를 만들고, 먹을 수 있는 포도잎차와 포도청을 내어 판매하는 획기적인 시도다. 반가운 점은 옥천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다는 것.

버려지는 농산물 자원인 옥천 포도잎을 활용해 ‘이너뷰티’를 내세우는 기업이 있다. 이너뷰티는 내면을 뜻하는 이너(inner), 아름다움을 뜻하는 뷰티(beauty)의 합성어로 몸속부터 건강을 채워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준비하는 이곳은 이름이 ‘해시랑’이다.

해시랑은 지난해 사회적기업 예비창업팀에 이어 사단법인 퍼스트경영기술연구원(원장 정명수)으로부터 창업 컨설팅을 받아 올해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창업팀에 선정됐다. 지난 9월16일 구읍 정지용생가 인근에 ‘카페해시랑’을 열고 천연재료로 만든 다양한 화장품과 조청, 차, 음료 등 이너뷰티 제품을 선보이며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11월 법인을 설립한 해시랑은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약과 겸임교수로 있는 이해영(48, 동이면 남곡리) 대표와 각자 본업이 있는 팀원 셋이 활동하고 있다. ‘옥천의 농산물을 세계로’라는 당찬 구호를 앞세워 구읍에 카페 자리를 마련한 네 사람. 즉석판매 제조업, 유통판매업, 화장품 책임판매업, 일반음식점 등을 신고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들 구성원에게 카페해시랑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사무실 겸 연구실, 아지트 공간으로서 다방면으로 활용될 공간이다.

구읍 정지용생가 인근에 '카페해시랑'이 지난 9월 개업했다. 주식회사 '해시랑'이 운영하는 이곳은 천연재료 성분으로 만든 다양한 화장품과 옥천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간 음료·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구읍 정지용생가 인근에 '카페해시랑'이 지난 9월 개업했다. 주식회사 '해시랑'이 운영하는 이곳은 천연재료 성분으로 만든 다양한 화장품과 옥천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간 음료·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해시랑 내부 모습.
카페해시랑 내부 모습.

■ 가치 있는 ‘목적’에 도움 준 이들

“해시랑(諧侍瑯)은 ‘모두를 섬기고 모시는 집’이라는 뜻이에요. 옥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삶의 터전이자 고향인 옥천의 넉넉함과 따뜻함을 보여주고자 설립했고요. 매출이라는 목표보다 저희는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자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어요. 화장품은 해시엘(heciel), 식품은 해시랑(hecirang)이라는 브랜드로 알릴 계획이에요. 저희 개별적인 힘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어요.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이죠.”

지난 9월21일 카페해시랑에서 만난 이해영 교수와 팀원 박진주(52, 읍 장야리) 씨는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고 알렸다. 포도잎을 화장품 원료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옥천 포도다래연구소에서 64종 포도 품종의 자료를 건네받아 가능성 있는 품종을 선별해 제품을 생산했고, 충북도립대 바이오생명의학과 학과장 김형숙 교수의 도움으로 안전성·유효성 실험을 거쳐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됐다.

또한, 해시랑에서 출시하는 화장품과 식품의 원료인 포도는 옥천읍 삼청리에 있는 ‘에코포도’에서 전량 매입하고 있다. 약 2천평 가까운 규모로 유기농 포도 농사를 하는 여성농민 신민서 씨에게 포도청에 쓰일 포도알과 포도잎을 받아온다고. 카페해시랑에서 판매하는 도라지정과 주 재료는 청성면 삼남리에 있는 ‘산골도라지농원’에서 구하고 있다. 포도청과 함께 복숭아청도 계절 식품으로 지난 7월 옥천 복숭아를 가져와 내놓은 바 있다.

삼청리에 있는 포도농장에서 구입한 포도로 만든 수제포도청.
삼청리에 있는 포도농장에서 구입한 포도로 만든 수제포도청.
청성면 삼남리에 있는 농원에서 재배한 도라지로 만든 도라지정과.
청성면 삼남리에 있는 농원에서 재배한 도라지로 만든 도라지정과.

■ 앞만 보고 산 인생에 찾아온 사명

도립대에 재직한 지 3년 된 이 교수는 고향이 청산면 지전리다. 청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그는 경북대에 진학해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상명대, 경북대, 영동대(현 유원대) 등에서 강사 활동을 한 이 교수는 13년 전 고향 옥천에 돌아왔다.

도립대 교수이자 오송 바이오생명과학단지에 직장이 따로 있는 그가 처음 사회적기업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가족 친지들은 의아해했다. ‘쓸데없이 고생을 사서 한다’ ‘편안하게 사는데 왜 그래?’라는 반응이 주였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이 일은 이제 그에게 사명처럼 다가왔다.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아온 거 같아요. 친한 지인 분이 옥천, 영동, 보은에서 청소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시거든요. 옥천에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걸 몰랐는데 그분을 통해 제가 보지 못 했던 현실을 알았죠.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사회에 소외된 분들을 위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요. 물론 돈이나 물질적인 지원도 좋지만, 저는 그분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분들을 위한 쉼터도 생각하고 있고, 여러 가지 구상이 있는데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옆에 계신 진주 쌤도 그렇고 저와 마음 맞는 분들을 모셔 와서 선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걸음마를 뗀 거예요.”

카페해시랑 이해영(오른쪽) 대표와 팀원 박진주(왼쪽) 씨가 포도잎 추출물로 만든 포도비누바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해시랑)
카페해시랑 이해영(오른쪽) 대표와 팀원 박진주(왼쪽) 씨가 포도잎 추출물로 만든 포도비누바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해시랑)

■ 사회봉사를 같이 하고픈 마음에

이 교수는 팀원들이 본업이 따로 있지만 다들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페에서 여러 음식을 만들고 있는 박진주 씨도 마찬가지다. 지인 모임으로 이 교수와 인연이 닿은 그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봉사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 10년 넘게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박 씨는 이전에 ‘옥천동화읽는어른모임’에 활동한 바 있다. 옥천바하센터, 지엘다함께돌봄센터 등에 찾아가 그림자 인형극, 책 읽어주기 활동으로 지역 내 봉사를 했었다.

대학 전공인 식품영양학을 살려 박 씨는 해시랑에서 출시하는 포도청, 도라지정과, 가시오가피 조청 및 시제품을 낼 계획이다. 특히나 포도잎을 활용한 생활 밀접 식품을 계속 낼 생각이라고. 또한, 옥천문화원 회원이자 팀원들과 함께 옥천민예총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그는 특별한 날을 잡아 카페해시랑 안에 옥천민예총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카페해시랑 이전에 있던 카페 ‘꿈엔들잊힐리야’ 때 판매하던 정지용 시집과 굿즈도 그대로 이어가면서 구읍에 온 관광객들에게 옥천 문화예술을 알리는 데 관심을 뒀다.

“궁극적으로 저희는 좋은 화장품과 조청 라인을 만드는 게 소원이에요. 저희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저도 화장품을 직접 써보니까 너무 좋아서 같이 하는 거예요. 특히나 포도잎은 피를 맑게 하고 해독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효능이 좋거든요. 지난해 10월에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문화재 야행 행사를 했잖아요. 당시 군민들에게 50% 할인가로 포도비누나 스크럽바(일라이트 비누)도 내놨는데요. 써본 사람들은 다들 좋다는 반응이었죠. 토너패드랑 바디로션도 인기 제품이에요. 해시랑은 앞으로 베트남 쪽으로도 판로를 넓힐 계획이에요.”

포도잎, 왕느릅나무 등 천연재료 성분으로 제작한 비누를 판매하고 있다.
포도잎, 왕느릅나무 등 천연재료 성분으로 제작한 비누를 판매하고 있다.
해시랑이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 '해시엘'의 토너패드. (사진제공: 해시랑)
해시랑이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 '해시엘'의 토너패드. (사진제공: 해시랑)
해시랑이 준비 중인 가시오가피 짜먹는 양갱. (사진제공: 해시랑)
해시랑이 준비 중인 가시오가피 짜먹는 양갱. (사진제공: 해시랑)

■ ‘옥천 농산물을 세계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오송에 있는 직장에 다니면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준비 중인 이해영 교수. 하루 5시간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하루하루가 강행군의 연속이다. 하지만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신나고 재밌다며 그는 웃음 짓는다. 그동안 생각만 하던 걸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거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고, 옆에 도와주는 팀원들이 있어 힘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해시랑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활동을 하면서 옥천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주민들과 함께 삶의 터전인 옥천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이들은 누구보다 진심이다. 올 연말쯤 제품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진주 쌤도 아이돌보미를 하신 지 10년이 넘었잖아요. 또 여러 봉사를 하셨고요. 저 또한 옥천에 있는 여성분들, 자라나는 어린이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활동을 하고 싶어서 사회적기업 준비를 하게 됐어요. 저희 아지트인 카페해시랑에 자주 찾아와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찾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가 추구하는 목적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이해영 씨)

“옥천에서 난 농산물로 만든 복숭아청, 포도청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주실 때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 다음에 뭘 만들까 기대가 생기는 것 같고요. 저희는 크게 ‘옥천을 세계로, 옥천 농산물을 세계로’ 이렇게 포부를 잡았어요. 옥천 친환경 농산물로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식품들을 많이 개발할 테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박진주 씨)

해시랑 이해영(오른쪽) 대표와 팀원 박진주(왼쪽) 씨는 옥천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목적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에 어려운 이웃을 살필 계획이라고 알렸다.
해시랑 이해영(오른쪽) 대표와 팀원 박진주(왼쪽) 씨는 옥천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목적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에 어려운 이웃을 살필 계획이라고 알렸다.
카페해시랑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사무실 겸 연구실, 아지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해시랑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사무실 겸 연구실, 아지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도비누바, 스크럽바 등 다양한 천연재료 성분의 비누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포도비누바, 스크럽바 등 다양한 천연재료 성분의 비누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카페 안에 모모도예공방에서 제작한 석고방향제 등 다양한 정지용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카페 안에 모모도예공방에서 제작한 석고방향제 등 다양한 정지용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카페 안에 정지용 시인의 시집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 안에 정지용 시인의 시집을 판매하고 있다.
해시랑 로고인 '해마'를 형상화한 쿠키.

주소: 옥천읍 향수5길 1
전화: 733-0955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
인스타그램: @hac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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