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원중학교 옆 ‘수제정돈까스’ 열어
이원에 터 잡고 사는 채종석·정혜숙 부부 운영
돈까스, 막국수, 옹심이들깨칼국수 별미
받은 사랑만큼 지역에 돌려드리는 일 꿈꿔

정(情)이 넘치는 맛있는 집이다. 없던 입맛도 돌게 할 만큼 음식 하나하나 정성이 넘치고 진진하다. 그래서 그런가. 점심때 이원중학교, 이원성당 인근에 있는 이 식당 골목에 들어서면 줄지어 주차된 차들을 볼 수 있다. 이원에 이 집 인기를 가늠하게 하는 장면이다. 돈까스도 먹고 싶고, 막국수도 먹고 싶고, 들깨 칼국수도 먹고 싶고. 그렇다고 이것저것 주문하면 힘에 부친단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남편, 홀에서 주문받고 음식 나르는 아내 두 사람이 고군분투한다.

2020년 2월28일. 개업 날짜를 잊지 않는다. 이원에서 8~9년 택배 일하고 받은 퇴직금을 탈탈 털어 소박하게 식당을 하나 차렸다. 그것도 코로나와 함께. 젊을 때 호텔, 호프집, 뷔페에서 일한 남편의 요리 실력과 결정을 내리면 바로 밀어붙이는 아내의 과단성이 조화를 이룬 결정이었다. 큰맘 먹고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왜 하필 코로나 시기와 맞물렸을까. 세상이 야속했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은 또 화장실 가는 게 불편하다고 하니 나름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용케 2년을 더 버텼을까. 지난해 3월4일 이 자리로 옮겼다. 바로 옆에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힘들었다. 돈 많이 벌어서 이사한 게 아니었다. 버린 돈이 얼마일까. 속이 쓰리다. 처음 자리에 썼던 투자금은 하나도 못 건지고 이 자리에 와서 다시 투자했다. 인건비 아끼려고 직접 인테리어 작업에 나섰고, 식당 밖 정원도 예쁘게 꾸몄다. 광고도 플래카드도 없이 우직하게 영업했다. 손님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걸 더 원했다. 감사하게도 손님들이 그대로 따라왔다.

2020년 2월 코로나와 함께 개업한 수제정돈까스는 지난해 3월 이 자리로 옮겨 영업 중이다. 가까운 거리에 이원중학교, 이원성당이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와 함께 개업한 수제정돈까스는 지난해 3월 이 자리로 옮겨 영업 중이다. 가까운 거리에 이원중학교, 이원성당이 있다.

수제 정(情)돈까스. 상호를 누가 지었는지 묻자 정혜숙(58, 이원면 의평리) 씨는 주방에서 음식 재료를 손보던 남편 채종석(54) 씨를 말없이 손으로 가리킨다. 냉동이 아닌 냉장으로 보관한 국내산 생등심을 갖다 감자가루 묻혀 튀기니 ‘수제’라는 말을 앞에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초반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단다. 지금은 메뉴판에서 뺐지만 오므라이스에 김치볶음밥까지 있던 시절. 밀려드는 손님들 요구사항에 인정에 약한 부부가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다.

이 부부는 욕심이 많다. 매출을 올리고 싶은 그런 욕심이 아니다. 손님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게 삶의 보람이자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고된 식당 일이 반복되는 일상. 과로하는 만큼 몸의 관절은 닳고 닳는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두 달 전부터 저녁 장사를 안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점심시간을 3시까지 길게 잡았다. 식당을 하면서 잔병치레를 했던 두 사람 모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수제정돈까스를 지키는 정혜숙(왼쪽), 채종석(오른쪽) 씨 부부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제정돈까스를 지키는 정혜숙(왼쪽), 채종석(오른쪽) 씨 부부가 가게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 집은 퓨전 돈까스여’

고향이 전남 순천인 채종석 씨는 음식에 대충이 없는 사람이다. 등심돈까스(9천원), 치즈돈까스(1만원), 물막국수·비빔막국수(각 8천원), 코다리회막국수(9천원), 옹심이들깨칼국수(2인 이상, 9천원)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돈까스는 대전서 진공 포장한 국내산 생등심을 통으로 가져다 손질하고, 막국수는 메밀 생면을 쓴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들깨는 이원에 있는 중부떡방앗간에서 가져온다. 들깨는 껍질을 한 번만 벗겨 거무스름한 생김새에 꺼끌꺼끌한 식감인데 껍질을 아예 벗긴 뽀얀 들깨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재료 준비도 한 번에 많이 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자주 하는 편이다. 당일 아침 또는 전날 저녁 식당에 나와 2~3시간 미리 작업한다. 식용유는 자주 갈지 않으면 스스로 못 견뎌하는 성격이다. 주 요리뿐 아니라 곁다리 음식들도 세심하게 챙긴다.

등심돈까스(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등심돈까스(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치즈돈까스(1만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치즈돈까스(1만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돈까스랑 같이 나오는 양배추 드레싱은 유자, 딸기, 키위소스 이렇게 그날그날 다르게 쓴다. 국물도 미역국이나 장국을 직접 끓여서 낸다. 이 밖에 호박볶음, 부침개, 계란말이, 김밥 같은 밑반찬을 얹어주곤 하니 어떤 손님은 ‘퓨전 돈까스’라고 부른단다.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라 음식이 날마다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순천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밑바닥부터 배우고, 제주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도 일하고, 옥천에 오기 전 서울서 큰 호프집 실장으로 일한 바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음식 데코레이션(장식)에 심혈을 기울인다. 기대하는 손님이 있어 그렇다.

잔반이 많이 남는 날엔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그는 음식에 예민하다. 다시 한번 먹어보며 보완점을 찾는다. 시중에 파는 기성품은 쓸 생각이 없다. 성의 없다고 대번에 느낄 손님들이 있기에 되도록 쓰지 않는다.

옹심이들깨칼국수(2인 이상, 9천원). 걸쭉하면서 들깨의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
옹심이들깨칼국수(2인 이상, 9천원). 걸쭉하면서 들깨의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
무뼈매운닭발(1만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무뼈매운닭발(1만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코다리회막국수(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코다리회막국수(9천원). (사진제공: 수제정돈까스)

■ 구미에서 온 특별한 손님

동이면 세산리가 고향인 정혜숙 씨. 남편과 서울서 지내다 고향 옥천에 돌아온 지 18년이 지났다. 촌 출신이라 그런지 다시는 도시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을 만큼 촌이 좋다는 그 사람. 옥천에 왔을 때 동창들 만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을 만큼 먹고 사는 데 치였다.

남편과 함께 택배회사에서 일하다 그만뒀을 때 그가 먼저 제안했다. 왕년에 음식 좀 해봤으니 잘 할 것 같다고, 이원에서 식당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남편은 요식업에 학을 뗐는지 처음엔 사양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제정돈까스가 4년 차가 됐다.

이제 입소문이 나서 동이 영동 옥천 대전 이원에서 찾아온다. 어떨 땐 청주에서 온 손님이 있어 깜짝 놀랐다. 사람 입소문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식당 일이 끝나면 집에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청닭 키워야지, 야옹이 있지, 나무 가꿔야지, 농사지어야지. 오만 게 다 있다.

수제정돈까스 야외 공간에 채종석, 정혜숙 씨 부부가 가꾼 정원이 있다.
수제정돈까스 야외 공간에 채종석, 정혜숙 씨 부부가 가꾼 정원이 있다.
창문 밖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홀 공간이 있다.
창문 밖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홀 공간이 있다.

가게 쉬는 월요일에 집에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 다행히 저녁 장사를 안 하니 집에 풀 한 포기 뽑는 일도 여유가 생겼다. 날이 환할 때 집에 들어가서 좋다. 집에서 기른 나물이나 사과를 가져다 식당 음식에 보탠다. 청닭이 알 낳으면 우리 먹고, 이웃들 노나주곤 한다. 그러고 산다.

식당을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자리로 이사하기 전에 배가 불룩해진 임산부가 찾아온 적이 있다. 경북 구미에서 왔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다 이원에 들른 모양이다. 임산부라 해서 음식을 더 챙겨드렸는데 그 이후로도 몇 번 우리 집에 일부러 왔다.

옥천에 올 일이 없는 가족인데 아이를 낳고 나서도 왔다. 우리 식당을 기억해준 고마움에 한 번은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 그 가족은 영동에 직장이 생겨 최근 영동 쪽으로 이사를 왔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식당 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작은 인연에 힘을 얻곤 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홀 내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홀 내부.

■ 식당 첫 손님이 계속 오는 곳

알고 보면 잔정이 많고 세심한 정혜숙 채종석 씨 부부. 살면서 웃음 지을 때도 있고,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를 잘 이겨낸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수제정돈까스를 지켜왔다. 지역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줬으면 한다는 두 사람.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며 약소하게나마 후원 활동도 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들 부부는 작은 꿈이 하나 있다. 푸드트럭을 하나 사서 한 달에 1~2번, 이원에 있는 동네를 순회하며 돈까스와 막국수를 이원면민들에게 대접해드리는 것.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두 사람은 지역에서 장사하며 받은 사랑과 관심을 그저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한다. 순천에 있는 시골집도 내놔 이원이 제2의 고향이 됐다는 채종석 씨,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식당 일을 하겠다는 정혜숙 씨 부부의 앞날이 기대된다.

“아직도 잊지 않고 수제정돈까스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죠. 식당 첫 손님이 지금도 오고 계시거든요. 보람도 많이 느끼고, 기분도 좋고요. 가까이서 오는 분들도 감사드리고, 멀리서 일부러 우리 집 음식 먹으러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힘이 나요. 저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면 지역에 보탬이 되는 활동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영업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마음이 있어요.”

메뉴판. 돈까스, 막국수, 들깨 칼국수와 함께 다양한 안주류가 있다.
메뉴판. 돈까스, 막국수, 들깨 칼국수와 함께 다양한 안주류가 있다.
수제정돈까스는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영업하고 있다.

주소: 이원면 건진3길 10
전화: 731-0209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3시
매주 월요일 휴무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