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전 열려
계곡, 얼음판, 거미줄 등 이색적인 사진 선보여
오는 15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

살아온 배경도, 성향도 다른 이들이 의기투합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열정으로 뭉쳤다. 지난해 12월 동그라미 포토 아카데미(회장 이진영)를 만들 땐 사진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잡는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는데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늘었다. 보이는 모습 너머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30년 이상 찍은 서상숙 작가의 면밀한 사진 지도가 회원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데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첫 선을 보인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전’은 10개월 가까이 격주로 회원들이 모여 사진을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물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사진을 취미로 즐긴 이들이었다. 이진영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이번 사진전은 개성 넘치는 회원들의 ‘의사의 결집’이었다. 회원 9명 중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한 작가는 황은혜 이다경 서상숙 양금희 이재규 이진영 씨다. 주제는 <빛, 그리고...>. 이들은 장령산 계곡, 수북리 일원, 금강휴게소 등에 출사해 찍은 사진 42점을 내걸었다.

10일 오전 11시30분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열린 이날 사진전 개막 행사에 황규철 군수, 유정현 옥천문화원장, 이병우 의원, 전순표 옥천향토전시관장, 강경구 옥천사진작가협회 회장, 김영래 옥천사진작가협회 전 회장, 정천영 화백 등 40여명이 참여해 자리를 메웠다. 이날 사회는 이진영 회장이 맡았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 앞에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회장 이진영) 회원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 앞에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회장 이진영) 회원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 사진을 즐기는 n가지 방법

옥천향토사연구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는 이진영 회장은 인사말에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는데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순간 예술의 문이 열렸다”며 “대자연을 담으면서 겸손할 수밖에 없는 자연의 신비를 만났고, 마음이 더 너그러워지고 인생의 행복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2주에 한 번 서 작가님을 중심으로 모였다”며 “군수님 중점 사업인 삼삼오오 학습동아리 사업과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 덕에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며 회원들을 대표해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참여 작가들은 차례대로 작품을 설명했다. 우리고장에서 ‘사진카페 2월’을 운영하는 서상숙 작가는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며 인간의 심상을 찍는 데 관심을 뒀다. 그는 금강휴게소에서 만난 물 아래를 무의식, 수면 위를 의식의 세계로 보고 사진을 담았다. 서 작가는 “물, 빛, 바람이 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지만 거기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모습,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살아야 하는 제 모습을 떠올리며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동이면 지양리에 8년 전 귀촌해 살고 있는 이재규 작가는 사진의 객체를 하나의 존재자로 보고 촬영했다. 옥천 여러 곳의 풍경을 찍은 이 작가는 “제 내면에 빛은 희망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지향한다는 의식으로 찍었다”며 “수북리 얼음판에서 찍은 풍경은 객체마다 존재자의 의미를 부여하면 얼음과 나,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진영 작가는 장령산 계곡에 여러 번 찾아가 만난 물결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흐르는 물결에 버티고 서 있는 바위를 보며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고. 이 작가는 “사진을 하면 잘 찍고 싶고, 좋은 피사체를 찾고 싶은데 허탕 칠 때가 많다”며 “그럴 땐 가만히 앉아 있곤 하는데 어쩌다 빛이 현란하게 물을 비추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이진영 회장이 장령산 계곡에 가서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이진영 회장이 장령산 계곡에 가서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들의 사진 지도를 맡은 서상숙 작가가 금강휴게소 인근에 찍은 사진을 해설하고 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들의 사진 지도를 맡은 서상숙 작가가 금강휴게소 인근에 찍은 사진을 해설하고 있다.
이재규 작가가 빛과 어둠을 활용해 옥천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규 작가가 빛과 어둠을 활용해 옥천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인연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사 온 지 10년 된 이다경 작가는 ‘거미줄’을 피사체로 잡았다. 그는 거미줄이 아닌 거미줄에 부딪힌 빛의 흐름, 여러 개 파동이 부딪혀 간섭이 일어나는 패턴을 찍었다. 이 작가는 “군집으로 살아가는 개미와 달리 거미는 단독생활을 하고 자기 테두리 밖으로 이탈하지 않는다”며 “그 모습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통이 더 활발하고 혼밥(혼자 밥 먹기의 준말)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에 거미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옥각리에 살며 도시재생 분야에 일하고 있는 양금희 작가는 자전거 바퀴 사이로 보이는 행인의 모습, 옥천중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학생의 모습을 찍었다. 순간순간을 포착하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 양 작가는 “제 지론이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는 것”이라며 “오래된 것일수록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예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잡을 수 있는 찰나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막내 회원인 황은혜 작가는 카메라 장비가 아닌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는 하늘빛아파트에서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난 그림자 모습을 포착했다. 황 작가는 “반영(거울에 비친 상)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보고 있으면 왠지 동화 속 엘리스처럼 새로운 세계가 다시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황은혜 작가를 끝으로 작품 소개는 끝이 났다.

이다경 작가가 거미줄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과정을 말하고 있다.
이다경 작가가 거미줄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과정을 말하고 있다.
양금희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만난 찰나를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양금희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만난 찰나를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황은혜 작가가 휴대폰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을 담아온 과정을 말하고 있다.
황은혜 작가가 휴대폰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을 담아온 과정을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상숙 작가가 회원들에게 전시를 제안하며 추진됐다. 그는 시간을 내 사진을 공부하고 열정을 보여준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서 작가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봐야 공부가 된다”며 “단체전을 기획하면 더 책임감을 느끼고 사진을 찍을 거라 기대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모임으로 만난 것도 인연인 것처럼 좋은 사진을 만나는 것 또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으면’

사진을 배우는 과정에서 동아리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꼈다는 이진영 회장. 그는 “전시를 제안한 서 작가님과 여러 회원이 노력한 결과”라며 “서로 성실하게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평가받고 우리끼리 경쟁하면서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 모두가 다 소중한 분들”이라며 “늦더라도 같이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전에 참여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상숙, 이다경, 이재규, 양금희, 이진영, 황은혜 작가.
동그라미 포토아카데미 회원전에 참여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상숙, 이다경, 이재규, 양금희, 이진영, 황은혜 작가.

옥천향토사연구회 회원으로 있는 박영예 씨는 이날 색다른 사진전을 관람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씨는 “평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작품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사진을 배우고 싶었다”며 “이다경 작가님의 거미줄 사진과 이진영 작가님이 찍은 물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이면의 것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에 참여한 이재규 씨의 딸 이민지(28, 동이면 지양리) 씨도 응원차 전시장에 왔다. 평소 아버지가 사진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이 씨는 “언젠가 나도 기회가 됐을 때 나이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으면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아버지가 저를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저도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동그라미 포토 회원전은 삼삼오오 학습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200만원 지원금을 받아 기획됐다. 사진전은 오는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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