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 시니어기자

커피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거의 매일 마신다. 내가 처음 커피를 맛본 것은 대학을 들어가서인 것 같다. 학교 앞 커다란 건물에 자리한 ‘파리 다방’이라는 간판이 걸린 곳에서 친구들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도 60년대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군인들이  귀국할 때 가지고 오는 외제 물건들이 많았다. 아마 커피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 시절 일반 가정에서는 커피를 무슨 국 끓이듯이 커다란 냄비에 넣고 푹푹 끓여 한 대접씩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무튼 당시는 가정집에서 커피를 손님께 대접한다는 것은 큰 사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의 이름도 달라졌다. 즉 다방에서 ‘카페’라고 흔히 부른다. 옛날식으로 다방이라고 하면 촌스럽 단다. 뿐만 아니라 커피도 다양해 졌다. 메뉴판에 적힌 것을 보고도 어떤 맛의 커피인지 다 알기 어렵다. 전에는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일률적으로 똑같은 것이 나온다. 커피에 설탕 넣고 프리마라고 하는 것을 친 것이다. 이것은 분유 같은 것인데 정확히는 우유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커피 수입 비용이 몇 조에 이른다고 한다. 굉장히 큰 비용이다. 하기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시니 그 양이 어마어마할 테지.  

처음 커피는 약으로 사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 마신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략 신대륙 발견 이후로 본다. 원산지도 남미로 보는 측과 아프리카로 보는 견해가 있다. 질 좋은 커피는 높은 화산재로 쌓인 곳에서 재배 되는 것이라 한다. 물론 생산량도 적고 가격도 비쌀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커피는 고급 커피가 많지 않다고 한다.

커피는 맛과 장소의 분위기, 함께 마시는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나는 대학로에 있는 오래된 ‘학림다방’을 다시 가 보고 싶다. 아마 56년에 처음 문을 연 것으로 안다. 60년대 주로 대학생들이 많이 드나든 곳이었다. 지금도 그 자리에 그 이름 그대로  있다. 

커피에 관한 재미 있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나는 천재 음악가인 베토벤(Beethoven)의 커피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그는 매일 아침 볶은 커피 콩을 정확히 60알을 세어 한 잔의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한 번 세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두 번 이상 세며 꼭 확인을 했다는 것은 그의 성품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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