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익 [정지용문학상 제7회 수상작]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가인歌人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에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 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소리가 물소리를 뛰어넘기를 수없이 기도企圖하지만,
한번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 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하산下山한 그가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흘러다니면서
소리의 승천昇天을 이루지 못한 제 한恨을 토해냈을 때,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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