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자·홍기엽 부부, ‘진달래가든 2호점’ 22년간 운영
흑염소 요리 전문으로 2년 전 농업기술센터 맞은편 이전
안남에서 30년 이상 흑염소 농장 운영해
고운영혼봉사단 홍기엽 단장, 장수사진 봉사활동 중

자식이 말려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이 있다. 반대로 부모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제 건강을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라는 마음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겠나. 요리가 좋아서, 요리가 취미라서 접지 못 하는 것을. 그만큼 요리가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큰아들이 울면서 호소했다. 쉬엄쉬엄 식당 하셨으면 좋겠다고. 점심 장사만 하시라고. 그래서 장사 잘 되던 식당 자리를 옮긴 거였다. 농업기술센터 맞은편으로 옮겨 한동안 점심 장사만 했는데 집에만 가면 전화가 계속 울렸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시 저녁 장사를 할 수밖에. 돈이 많고 적고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많은 사람이 먹는 것,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것에 힘을 얻었으니까.

2004년 충청북도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육류 부문 대상을 탄 게 엊그제 일만 같다. 지금까지 식당 일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흑염소 요리를 냈다. 맛, 영양, 색감 등 심사 기준이 까다로웠지만 옥천에 처음으로 대상을 타서 그런가 정말이지 꿈만 같이 좋았다.

옥천에서 22년간 흑염소 요리를 전문으로 한 진달래가든 2호점이 2년 전 매화리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진달래가든 2호점은 이전 2주년을 맞아 흑염소탕을 1만4천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옥천에서 22년간 흑염소 요리를 전문으로 한 진달래가든 2호점이 2년 전 매화리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진달래가든 2호점은 이전 2주년을 맞아 흑염소탕을 1만4천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진달래가든 2호점 식당 전경. 안남 진달래가든(1호점)은 흑염소 농장과 건강원으로 운영 중이다.
진달래가든 2호점 식당 전경. 안남 진달래가든(1호점)은 흑염소 농장과 건강원으로 운영 중이다.
식당 안에 전현자 대표가 2004년 제8회 충청북도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육류 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진이 걸려 있다.
식당 안에 전현자 대표가 2004년 제8회 충청북도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육류 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진이 걸려 있다.

■ 몸에 좋고 맛도 좋은 흑염소 요리

옥천에 식당 장사로만 22년째. 안남에서 10년, 교동리에서 10년, 이 자리에서 2년. 식당 이전 2주년을 맞아 옥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옥천 분들에게 베풀고 싶었다. 물가가 많이 올랐어도 잠시라도 가격을 잡아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간 홍보 한 번 안 했지만 맛도 좋고 영양 만점인 염소탕을 1천원 내린 1만4천원에 판매한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흑염소 수육·전골·탕 전문점 진달래가든 2호점은 안남면 잔다리에 사는 전현자(66) 홍기엽(70) 씨 부부가 지키고 있다. 식당은 전현자 씨가 전담하고, 30년 넘게 안남에서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홍기엽 씨가 맡는다. 안남 진달래가든(1호점)은 흑염소 농장과 건강원을 병행해 흑염소즙을 내는 용도로 활용한다. 진달래가든 2호점 식당에서 쓰는 흑염소 고기는 전라도에서 받아온다. 당일 아침 야외 가마솥에 고기를 삶아 각종 한약재를 곁들여 영양을 챙기고 있다.

진달래가든 2호점에서 만드는 흑염소 전골은 각종 한약재 22가지를 넣었다.
진달래가든 2호점에서 만드는 흑염소 전골.
잡내 없이 육질이 부드러운 흑염소전골.
잡내 없이 육질이 부드러운 흑염소전골.
흑염소전골 식사 이후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흑염소전골 식사 이후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2021년 11월에 교동리에서 매화리로 옮겼어요. 교동리에서 이쪽으로 이사 온 이유가 점심 장사만 하려고 온 거예요. 식당 일을 안 할 순 없으니까 여기 와서 편하게 쉬려고 그랬는데 더 바빠진 거죠. 옥천 분들도 많이 오시지만, 대전은 기본이고 영동 세종 청주에서도 많이 와요. 그만큼 식당이 오래됐으니까요. 나이 먹을 때까지 해야죠. 팔십까지는 할 거 같은데 요즘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식당 계속하려면 건강을 잘 챙겨야겠죠.”

■ 요리 재능으로 군민들이 행복하길

진달래가든 2호점을 책임지는 전현자 씨의 요리를 향한 열정은 여태 걸어왔던 삶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000년대 농업기술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음식 세계에 점점 빠져들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여성농업인 일감 갖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로 현재도 장아찌를 만들어 옥천로컬푸드에 납품한다고. 한때 옥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요리강사를 하며 재능기부도 했으니 ‘음식이 취미’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진달래가든 2호점을 운영하는 홍기엽(왼쪽), 전현자(오른쪽) 씨 부부가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식당은 전현자 씨가 전담하고, 30년 넘게 안남에서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홍기엽 씨가 맡고 있다.
진달래가든 2호점을 운영하는 홍기엽(왼쪽), 전현자(오른쪽) 씨 부부가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식당은 전현자 씨가 전담하고, 30년 넘게 안남에서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홍기엽 씨가 맡고 있다.

전현자 씨는 과거 안남에서 부녀회장을 맡았고, 주민자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상임이사를 역임하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충북여성포럼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요리 취미가 있는 사람의 솜씨가 군민들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지금껏 식당을 하는 거예요. 다문화센터가 옥천에 2004년에 들어왔을 거예요. 이주여성에게 제일 필요한 게 우리말도 필요하지만, 예의도 필요하지만, 풍습도 필요하지만, 요리거든요. 한국 음식은 맛도 다르고 만드는 법도 전혀 다르니까요. 거기서 요리강사를 했었어요. 음식을 가르쳐줬는데 귀한 딸 같은 존재예요. 수양딸도 있어요.”

■ 무관의 제왕, 사비 털어 봉사에 보태

홍기엽 씨는 아내 전현자 씨와 함께 읍내에서 안남으로 들어가 산 지 32년이 됐다. 그때 당시 안남에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농사를 열심히 짓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주를 결심한 것. 그가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진달래가든 2호점 식당 크기의 10배로 약 5천평 정도 된다고 한다. 그곳에서 흑염소 400~500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다.

홀 내부.
홀 내부.
홀 내부.
홀 내부.

옥천 자원봉사에 있어 홍기엽 씨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현재 고운영혼봉사단 단장인 그는 2007년부터 옥천에 있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찾아가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촬영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월28일에는 옥천군자원봉사센터 내 10개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청산면 하서리에 찾아가 이동봉사 형태로 장수사진을 찍는 일을 맡았다.

무관의 제왕. 김영만 전 군수가 군수로 취임하기 전 홍기엽 씨에게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아무 사심 없이, 욕심 없이 봉사를 한다는 이유였다. 지금은 장수사진 액자 값을 지원받고 있지만 처음에는 그가 사비를 털어 봉사를 나갈 만큼 대가 없이 선행을 베풀었다.

“옥천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봤어요. 그때 당시 다목적회관 2층이 한국어학당, 3층이 봉사센터였거든요. 학당에 봉사를 나가다가 어느 날 위층을 찾아갔죠. 할 일이 없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사진을 했으니까 영정사진 봉사가 나온 거예요. 지금 충북 도내에서 운영하는 봉사센터 중에 영정사진 봉사는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사진만큼은 없는 거예요. 왜냐, 돈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못 하는 거예요.”

고운영혼봉사단 단장으로 활동 중인 홍기엽 씨는 단원들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고운영혼봉사단 단장으로 활동 중인 홍기엽 씨는 단원들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에게 찾아가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 고운영혼봉사단 단원들이 있기에

홍기엽 씨가 단장으로 있는 고운영혼봉사단은 5~6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실은 5~6명도 인원이 부족할 정도로 준비할 게 많다고 한다. 메인 조명과 보조 조명 있어야지. 할아버지는 양복 입혀드리고, 넥타이 매드려야지. 할머니는 한복 입혀드리는데 옷고름 잘 매드려야지. 그간 바쁘게 일만 하셨던 어르신들은 대체로 몸이 처져있어 옷맵시를 잡아드리는 것도 장수사진 봉사의 중요한 일이다. 메이크업, 헤어드라이어까지 싹 해서 촬영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사진이 몇백 년 지나도 변하지 않게 라미네이팅(코팅 처리) 하고, 최고급 액자로 준비한다. 홍기엽 씨는 고운영혼봉사단 단원 식구들도 그렇고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원들이 1년에 열 번 정도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 봉사에 나오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한다. 단원들이 조명 기기랑 백보드, 의자를 준비해 놓으면 홍기엽 씨가 사진 촬영하는 과정까지 손발이 착착 맞는다고.

장수사진 봉사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안 하지만 홍기엽 씨는 2004년부터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체장애인연합회 후원회를 만들어 후원회장을 맡았는데 재작년에 직을 내려놨다. 그때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 진달래가든 식당에 종종 찾아와 식사하고 간다는 후문이다. 홍기엽 씨는 아내 전현자 씨와 함께 장애인연합회 등산대회와 장애인 장기자랑 등을 후원했다. 지역사회 안에 선행이 쌓이고 쌓여 홍기엽 씨는 2013년 옥천군 군민대상 윤리부문을 수상했다.

흑염소전골과 같이 나오는 밑반찬.
흑염소전골과 같이 나오는 밑반찬.

■ 설령 우리가 받지 못 하더라도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갈 때 마음을 다시 잡고 가요.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한다는 뜻으로 마음을 깨끗하게 해서 어르신들을 뵙죠. 촬영하면서 어르신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요. 벌써 16~17년이 됐네요. 우리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죠. 1년에 한 번씩 등산대회 열어줬거든요. 족히 몇천만원 들었을 거예요. 서로 그 얘기를 많이 해요. 덕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그러잖아요. 우리가 못 받으면 우리 자식들, 우리 손자들이 받을 것이다. 자식들이 못 받으면 후손들이 받을 거 아니겠어요.”

15년 전 인간극장 출연 섭외를 받을 만큼 지역사회에 베푸는 선행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변 분위기가 있었지만, 당시 이들 부부는 거절했다. 5일 동안 방송사 직원들이 숙식을 해야 해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겠지만 그저 순수하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번에 신문 나오는 계기로 홍기엽, 전현자 씨 부부가 해왔던 일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진달래가든 2호점도 알려져서 옥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

“좋은 일 하면 다 잊어버려야 해요. 저희가 여유로워 봉사한 것도 아니고요. 돈을 바랐던 것도 아니고요.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어려운 환경에서 같이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할 뿐이죠. 요즘 경제가 어렵고 힘들지만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고요. 무더운 여름 흑염소 요리의 진수를 맛보셔서 건강 챙기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는 솥단지로 진국을 빼니까 맛의 차원이 다를 거예요. 진달래가든 2호점 많이 와주세요.”

진달래가든 2호점에서 나오는 흑염소 고기는 전라도에서 받아오고 있다. 안남에서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흑염소즙을 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진달래가든 2호점에서 나오는 흑염소 고기는 전라도에서 받아오고 있다. 안남에서 운영하는 흑염소 농장은 흑염소즙을 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메뉴판.
농업기술센터 맞은편 도로 샛길로 들어가면 진달래가든 2호점이 있다. 
농업기술센터 맞은편 도로 샛길로 들어가면 진달래가든 2호점이 있다. 안쪽에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주소: 옥천읍 옥천동이로 226
전화: 733-9100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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