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일부터 도립대 인근에 호떡카페를 열었어요. 메뉴를 보면 일반적인 카페 느낌보다 분식집에 가까운데요. 어떤 손님은 분식집을 왜 이렇게 예쁘게 해놨냐고 그러셔요. 외관은 깔끔한데 막상 들어오면 반전이라고, 가게가 푸근해 보인다는 반응이에요. 호떡에 같이 곁들여 드시라는 뜻에서 커피를 할 뿐이라고 말씀드리죠.
그동안 제 이름이 ‘점순이’냐고 물어본 분들이 많았어요. 옷에 명찰로 점순이라고 붙일까 봐요. 본사 사장님 여동생 이름이 점순이라고 들었어요. 저희는 호떡(1천500~2천500원), 핫도그(2천~2천500원), 미니도너츠(6개, 2천원) 같은 먹거리를 파는데요. 반죽을 받아오면 해동하고 숙성하는 작업을 거쳐 구워드리고요. 커피나 에이드 같은 음료는 제가 직접 하는 거고요.
호떡, 핫도그, 도넛에 들어가는 반죽에는 수수, 흑미, 찹쌀 세 가지 재료가 들어가요. 곡물이 잘 안 붙어서 밀가루는 조금 들어가는데요. 어르신 중에 옛날 수수부꾸미가 생각난다는 분들이 많으셔요. 쫄깃하면서 바삭한 식감이 있고요. 접시 위에 호떡을 올려놓으면 기름이 거의 안 남아요. 핫도그에 들어가는 햄은 부드럽고 육즙이 많죠. 드셔보시면 알 거예요.
살면서 처음으로 장사를 한 건데요. 운일암반일암 계곡이라고 아실지 모르겠네요. 고향이 전라북도 진안이에요. 대전 살면서 간호사로 일을 했고요. 우리 막내만 지금 군대 가 있고 자녀들은 다 커서 타지에 살거든요. 가게를 할 자리를 알아보던 중에 옥천에 오게 됐죠. 아직 옥천에 살진 않지만 올 가을 쯤에 이사할 계획이 있어서 겸사겸사 결정했어요.
그렇게 큰 고민하지 않았어요. 제가 낯가림이 없거든요. 옆에 도리카야 사장님이 알고 보니 옥천 분이시더라고요. 궁금한 거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요. 아까 식용유 갖고 온 사장님도 처음 뵌 분이거든요. 오늘처럼 날씨 더울 땐 커피 한 잔 드리는 거고요. 그런 거죠. 제가 많이 살진 않았지만, 자녀들을 넷 키우고 하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요.
장사를 하다 보니 일이 커졌네요. 곧 있으면 떡볶이도 할 거고요. 여름 장사로 옥수수도 찔 거예요. 겨울에는 군고구마, 어묵도 생각하고요. 오시는 분마다 해보라고 그러시니 맞춰드려야죠. 저희 한강라면(즉석라면, 3천원)도 준비했어요. 신라면, 진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중 드시고 싶은 걸 은박지 용기에 올리면 자동으로 조리하는 기계를 놨어요. 김치도 따로 드리고요.
저한테는 오시는 분들이 계속 찾아온다는 게 소중하죠. 여기 맛있다고 지인분들 모시고 올 때면 힘이 되고요. 앞에 대학교 기숙사가 완공이 안 돼서 장사가 되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지만, 저는 그거 때문에 온 건 아니에요. 제가 시골 출신이다 보니 완전 시골도, 도시도 아닌 옥천이 좋았고요. 수수가 들어간 호떡이 어르신 입맛에 맞겠다 싶어서 온 거였죠.
건강식 호떡이잖아요. 수수부꾸미라는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고요. 재료 자체가 색다른 만큼 한 번 맛 보셨으면 좋겠고요. 그간 여기가 카페인 줄 알고 안 들어오신 분들이 있었나 봐요. 어떤 손님이 ‘호떡 팔아요?’ 물어보면 ‘그럼요, 호떡집이에요’ 그러거든요. 커피만 파는 집 같아서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포장도 되거든요. 여기 호떡집이니까 부담 없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주소: 옥천읍 금장로 86
전화: 0507-1315-2321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9시
매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