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안남면 연주리 ‘예술공간안남’에 행사 열려
독립영화 상영, 색소폰 연주, 클래식, 세밀화전까지
지역문화 예술인 만나는 자리 계속 마련할 계획

무대와 관객이 하나 된 자리였다. 무대에 오른 예술인도, 행사를 보러 온 관객도 지역사람이라 그럴까. 내 이웃처럼, 내 친구처럼. 이질감이 느껴질 새 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문화 예술을 즐기는 기쁨이 그만큼 배가 됐다. 안남에 숨겨진 문화예술인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난 6월9일 오후 6시50분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예술공간안남(대표 진현철)에 다다르자 배바우장터에서부터 색소폰 연주 선율이 들려온다. 우리고장에서 색소폰 연주가로 활동하는 신중호 씨가 예술공간안남 야외에서 열띤 공연을 선보인 것.

이날 7시부터는 윤성규(59, 안남면 서당골) 지휘자가 ‘설명이 쉬운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음악 감상회를 열었다. 40여명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윤성규 지휘자가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조수미가 들려주는 음악동화(피터와 늑대, 프로코피에프)’ 영상을 보여주며 안남의 밤을 수놓았다.

9일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예술공간안남'에서 안남에 사는 윤성규 지휘자 진행으로 '쉬운 클래식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9일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예술공간안남'에서 안남에 사는 윤성규 지휘자 진행으로 '쉬운 클래식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 ‘재능을 지역에 베풀 수 있어 좋아요’

“음악의 3요소가 아까 뭐라고 했죠? 리듬, 화음 그리고 선율이죠. 자, 그러면 음악활동의 3요소는 뭘까요? 관객, 연주... (악보!) 거의 접근했어요. 선물 주고 가고 싶은데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작품!) 네, 맞아요. 창작, 작곡을 하고 그 작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어야겠죠. 그다음에 감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음악활동의 3요소 중에 관객입니다. 제가 아무리 준비하고 좋은 곡을 가져와도 이를 감상할 관객이 없다면 활동을 못 하겠죠. 다음 시간에도 다시 뵙길 바랍니다.”

안남면 서당골에 사는 윤성규 씨는 2년 전 옥천에 정착했다. 현재 카이스트(KAIST)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소속된 그는 대전아트오케스트라 메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지난 3월 예술공간안남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펼쳐 이번에 두 번째 행사에 참여했다.

2년 전 안남면 서당골에 정착한 윤성규 씨는 예술공간안남 행사에 두 번째 참여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을 지역에 베풀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2년 전 안남면 서당골에 정착한 윤성규 씨는 예술공간안남 행사에 두 번째 참여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을 지역에 베풀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도시에 짜인 틀과 경쟁, 삭막한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대전서 시골 옥천으로 주거지를 옮긴 그였다. 농사짓고 순리대로 살자는 마음으로 안남에 정착했기에 이날처럼 지역에 문화행사를 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윤성규 씨는 “지역 주민들이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그걸 갖고 있다면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제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지역에 베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안남에 이주하기 전에 신고식 하러 왔어요’

이날 음악 감상회와 함께 예술공간안남에 작품 전시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바로 우리고장에서 세밀화가로 활동하는 박신영(54) 작가 세밀화전이 열린 것. 지난 5월23일부터 오는 6월25일까지 열릴 예정인 세밀화전에 그의 작품 13점이 걸렸다.

2019년부터 옥천세밀화연구회(옥세연) 회원들에게 수채 세밀화를 알려주고 있는 박신영 작가는 10년 전 옥천에 정착했다. 그는 청산면 예곡리에 살다 이제 안남면 도덕리에 이사를 앞두고 있다. 안남면민이 되는 과정에 마침 전시 요청을 받은 그는 신고식처럼 이웃들에게 인사도 드릴 겸 감사의 뜻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

안남면 도덕리에 이사를 앞둔 박신영 작가는 우리고장에서 세밀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옥천세밀화연구회 회원들에게 수채 세밀화를 알려주며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남면 도덕리에 이사를 앞둔 박신영 작가는 우리고장에서 세밀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옥천세밀화연구회 회원들에게 수채 세밀화를 알려주며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공간안남에 박신영 작가 작품 13점이 전시됐다. 세밀화전은 오는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예술공간안남에 박신영 작가 작품 13점이 전시됐다. 세밀화전은 오는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박신영 작가가 그린 세밀화 작품.
박신영 작가가 그린 세밀화 작품.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신영 작가는 2004년쯤 세밀화를 처음 접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할 당시 우연한 계기로 식물도감을 편집 작업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게 계기였다. 일반 수채화와 달리 세밀화는 세필붓과 수채화 물감으로 식물 상태를 정확하게 그려야 해 어려운 점이 있다고. 그렇지만 박신영 작가는 “세밀화는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그림”이라며 “생태 기록인 만큼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세밀화를 그리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옥세연에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역 예술인을 만나 친근하게 다가와

예술공간안남을 찾은 배진우(58, 안남면 화학리) 씨는 이날 문화 행사가 지역주민으로서 반갑게 다가왔다고 한다. 지역문화 예술인들이 가진 재능을 보따리 풀어놓듯 나누면 지역사회가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 배진우 씨는 “문화와 예술에 있어 소외된 우리 지역이 이런 행사를 통해 내 삶으로 들어오니 삶의 질이 올라간다”며 “우리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모습을 보니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윤성규 지휘자가 진행한 '쉬운 클래식 음악 감상회'를 보고 있다.
관객들이 윤성규 지휘자가 진행한 '쉬운 클래식 음악 감상회'를 보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안남에 사는 지역주민 배진우(왼쪽) 씨가 박신영 작가에게 질문하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안남에 사는 지역주민 배진우(왼쪽) 씨가 박신영 작가에게 질문하고 있다.

예술공간안남은 그림과 책을 볼 수 있는 갤러리 브런치 카페로 지난해 11월18일 개관했다. 정기적으로 음악 감상회, 연주회, 작품 전시, 학술대회 등 문화 행사를 열고, ‘배바우작은책방’도 운영해 사랑방처럼 지역 주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날 사전행사로 오후 6시부터 6시30분까지 박찬호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기나긴 초대>를 상영했다. 예술공간안남 행사를 기획하는 송은아 관장은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이자 한국문화예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안남면 도농리에 정착한 그는 지역에서 농사도 하고, 안남풍물단에서 활동하며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예술공간안남 카페 입구 앞에 박신영 세밀화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예술공간안남 카페 입구 앞에 박신영 세밀화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예술공간안남 카페 옆에 있는 '배바우작은책방'.
예술공간안남 카페 옆에 있는 '배바우작은책방'.

■ 안남 문화예술과 생태 보전이 함께

송 관장은 ‘예술공간안남이 지향하는 목표는 지역문화 예술인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안남에 이사할 박신영 작가도, 옥천에 색소폰 거리공연을 하는 신중호 연주가도, 안남에 사는 윤성규 지휘자도 보물 같은 분들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앞으로 문화의 중심이 지역문화가 될 거라 자신하는 송은아 관장은 “조금씩 지역문화를 알리고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연과 생태가 보존될 수 있게 지켜준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지역의 바람과 뜻을 같이하는 만큼 안남에 문화예술과 생태 보전이 같이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예술공간안남 진현철 대표는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지역 주민들과 공생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10월 안남에 이주한 뒤 예술공간안남을 세웠다. 현재 안남어머니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진현철 대표는 “지역 주민들과 같이 소통하고 호흡하고 싶다는 바람이 예술공간안남을 세운 이유 중 가장 컸다”며 “오시는 분들이 마음 편하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예술공간안남은 정기적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만나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예술공간안남은 정기적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만나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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