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6월4일 서상숙 작가 사진전 열려
‘오브제(OBJET)’ 주제로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
작고 하찮다고 여긴 사물들에 존재의 가치 부여
7인의 친구들, ‘사진으로 마음 열기’ 함께 전시

섣불리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온전히 그 대상을 시간을 두고 바라볼 뿐이다. 작고 하찮다고 여긴 소소한 것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자 새로운 의미가 달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누군가의 충만한 해석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의식의 지향으로 바라보자 무의미한 존재는 곧 유의미한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중요한 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언어가 아닌 과정에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알아봄을 위한 바라봄의 시간이었다.

집 텃밭에 있는 쪽파를 보고 사람 얼굴을 상상했다. 때론 발레리나가 춤추는 모습을 떠올렸다. 보랏빛 양배추는 사람의 등가죽이 겹쳐 보였고, 어느 날 피망은 어린이의 엉덩이처럼, 얼갈이배추는 비보이(B-Boy)나 캉캉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다가왔다.

지난 5월30일부터 6월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가 'OBJET(오브제)'를 주제로 사진 전시를 열었다.
지난 5월30일부터 6월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가 'OBJET(오브제)'를 주제로 사진 전시를 열었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 안에 서상숙 작가의 사진 작품 58점을 걸었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 안에 서상숙 작가의 사진 작품 58점을 걸었다.

대상을 보며 또 다른 이미지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이었다. 서상숙(53) 작가는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을 애정으로 바라보며 어쩌면 인간다워지길 소망했는지 모른다.

지난 5월30일부터 6월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서상숙 작가 개인전이 열렸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서 작가는 우리고장에서 ‘사진카페 2월’을 운영하고 있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21년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환생시리즈, 옥천 愛 머물다>, 2022년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풍경>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 뒤 이번에 세 번째 사진전을 열었다. 본 전시는 충북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돼 300만원 예산을 지원받아 기획했다.

지난 5월30일 오후 5시에 열린 오프닝 행사에 서상숙 작가가 관람객들 앞에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지난 5월30일 오후 5시에 열린 오프닝 행사에 서상숙 작가가 관람객들 앞에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서상숙 작가는 우리고장에서 '사진카페 2월'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고 하찮다고 여긴 사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고자 이번 사진전을 기획했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서상숙 작가는 우리고장에서 '사진카페 2월'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고 하찮다고 여긴 사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고자 이번 사진전을 기획했다.

■ 알아봄을 위한 바라봄의 시간

전시 주제는 ‘OBJET(오브제)’.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사물(object)을 사진으로 남겨 그 자체를 예술 작품(objet)으로 승화한다는 취지에서 ‘오브제’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서 작가는 싹이 나 먹을 수 없는 양파, 겉이 메주처럼 쭈글쭈글해진 감자, 속이 알알이 나온 석류처럼 시간의 흐름을 거친 야채나 과일을 색다른 시선과 다양한 촬영 기법으로 사진을 남겼다. 물을 다 마시고 쓸모가 사라진 플라스틱 물병 그리고 유리병 또한 그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싹이 난 감자와 양파 그리고 딸기, 피망 등 일상에서 만난 야채와 과일을 소재로 사진을 내걸었다.
싹이 난 감자와 양파 그리고 딸기, 피망 등 일상에서 만난 야채와 과일을 소재로 사진을 내걸었다.
싹이 난 양파는 보통 먹을 수 없어 버려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지만, 서 작가는 의식의 지향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싹이 난 양파는 보통 먹을 수 없어 버려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지만, 서 작가는 의식의 지향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흑백 사진으로 표현한 보라색 양배추 형상은 마치 사람의 등가죽을 연상케 한다.
흑백 사진으로 표현한 보라색 양배추 형상은 마치 사람의 등가죽을 연상케 한다.
사진 소재가 된 유리병을 사진 작품과 같이 전시했다.
사진 소재가 된 유리병을 사진 작품과 같이 전시했다.

“맨 처음에 사물을 바라보고, 그다음에 사물을 알아보려고 하잖아요. 처음에 바라보고, 조금 더 위 단계가 알아보는 거죠. 유통기한 날짜가 남았어도 물을 다 마시고 나면 페트병은 버려지잖아요. 버려지기 전에 그 물병에 존재의 가치를 사진으로 남겨둔 거고요. 싹이 난 양파도 그래요. 먹을 생각을 못 하니까 버린다는 생각을 먼저 하잖아요.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니까 멋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시선의 차이죠.”

이번 전시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이유는 서상숙 작가의 작품 58점과 함께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7인의 친구들’이 찍은 사진 7점이 같은 공간에 걸려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7인의 친구들이 찍은 사진들은 한데 모아 <사진으로 마음 열기>라는 이름으로 작은 전시 주제를 달았다. 7인의 친구들은 바로 지연, 철환, 지현, 재건, 주용, 동건, 은숙 씨다. 

'7인의 친구들'이 서상숙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7인의 친구들'이 서상숙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 “그게 궁금하면 찍어봐야 해요”

“평생학습원에서 두드림 수업을 하는데요. 사회복지사님이 오셔서 사진 수업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봐서 고민 끝에 승낙했죠. 마침 개인 전시도 있으니 같이 하자고 한 거고요. ‘사진으로 마음 열기’잖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무의식의 마음을 사진으로 꺼내보자는 취지였고요. 야외에 같이 나가서 ‘오늘은 봄의 색깔을 찍어봅니다’ 하고 주제를 알려주면 이분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오셨죠.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사진을 배우면서 이분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에 전시를 같이 하게 됐어요.”

‘7인의 친구들’ 사진들 중에 동이면 금암리에 있는 유채꽃단지에서 찍은 모습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풀과 풀 사이 길이 쭉 뻗은 풍경을 지연 씨는 사진으로 담았다. 어떻게 찍었는지 묻자 그는 말한다. “뜬금없이? 그게 궁금하다면 찍어봐야 해요.” 유채꽃단지에 갔을 때 꽃이 다 져 슬펐다는 지연 씨. “갈 길이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사진을 찍은 이유를 살며시 알려줬다.

이번 서상숙 작가 전시 안에 '사진으로 마음 열기'라는 소주제로 복지관 7인의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걸었다. 서 작가는 평생학습원 두드림 수업을 계기로 복지관 친구들을 만나 사진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서상숙 작가 전시 안에 '사진으로 마음 열기'라는 소주제로 복지관 7인의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걸었다. 서 작가는 평생학습원 두드림 수업을 계기로 복지관 친구들을 만나 사진을 알려주고 있다.
복지관 7인의 친구들이 찍은 사진 7점. 사진 아래에는 동건 씨가 그린 그림들을 걸었다.
복지관 7인의 친구들이 찍은 사진 7점. 사진 아래에는 동건 씨가 그린 그림들을 걸었다.

사진 작품들 옆에는 사진 찍은 사람의 얼굴을 함께 걸었다. 서상숙 작가가 흑백으로 찍었다고. ‘찍을 때 금목걸이라도 하고 가시지.’ 한때 큰형님 소리 들었을 법한 철환 씨 사진을 보고 옆에 있던 사회복지사 이혜찬 씨가 너스레를 떤다. 처음엔 땅바닥에 피어오른 풀잎을 보고 찍은 줄 알았건만 아니란다. “손을 찍은 거예요.” 풀잎 옆에 자신의 손 그림자를 보고 그는 자기 신발과 함께 사진을 담았다, 체육공원에서.

■ 사진 수업이 남긴 작은 행복

“벚꽃이 예쁘잖아요. 선생님이랑 같이 가서 찍었어요. 재밌어요.” 주용 씨는 사진을 찍은 이유를 수줍게 이야기했다. 전시 방명록에 ‘사진 수업 계속 같이 해요 선생님’이라고 길게 쓴 지연 씨와 달리 주용 씨는 ‘감사합니다’라고 다소 무뚝뚝하게 남겼을 뿐이다. 지난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며 자랑하는 동건 씨, 유채꽃단지에 있던 꽃들보다 올곧게 뻗은 나무에 관심이 가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밑에는 그가 종이에 그린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지연 씨가 방명록에 '사진 수업 계속 같이해요 선생님'이라고 글을 남겼다. 
지연 씨가 방명록에 '사진 수업 계속 같이해요 선생님'이라고 글을 남겼다. 
주용 씨가 방명록에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주용 씨가 방명록에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동건 씨가 서상숙 작가에게 선물로 준 그림들도 이번 전시에 같이 걸었다.
동건 씨가 서상숙 작가에게 선물로 준 그림들도 이번 전시에 같이 걸었다.

“수업하고 나서 동건이라는 친구가 카페에 놀러 와서 쉬다 갔거든요. 손님 없을 때 잠깐 들어와서 커피 마시고 돌려보냈는데 자기 딴에는 고맙다고 그림을 하나씩 그려서 갖고 오는 거예요. 어떤 날은 그 자리에서 스케치북을 뜯어서 자동차를 그리고 선물로 줬죠.” (서상숙 작가)

이번 <사진으로 마음 열기> 전시에 참여한 사회복지사 이은숙 씨는 사물을 하나하나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사진을 통해 본인 또한 즐거운 시간이 됐다고 돌아봤다. 지역사회를 다양하게 체험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이번 사진 수업은 서상숙 작가의 제안으로 전시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올 하반기 서상숙 작가 전시에도 같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여가활동도 하면서 지역사회에 참여할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찾다가 사진을 하면 색다르지 않았을까 싶었죠. 서 작가님에게 제안했는데 마음을 먼저 열어주셨고요. 뜻깊은 시간이었죠. 이런 자리 자체가 경험이잖아요.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나 이런 거 했다’고 자랑할 수 있고, 자신감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상숙 작가와 '7인의 친구들'이 사진 출사하면서 찍었던 기념 사진들을 전시실에 보여줬다.
서상숙 작가와 '7인의 친구들'이 사진 출사하면서 찍었던 기념 사진들을 전시실에 보여줬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포토카드와 노트.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포토카드와 노트. 본 전시는 충북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사업에 예산을 지원받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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