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2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서 전시
주제는 ‘옥이네가 만난 옥천 그리고 옥천 사람들’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발행하는 ‘월간 옥이네’ 6주년 맞아
‘옥이네’ 표지 및 옥천서 만난 사람, 풍경 등 사진 걸어

쉼 없이 달려왔다는 표현이 어울려 보였다. 그간 내디뎠던 발자취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힘이 됐을지 모른다. 이들이 눈길을 준 곳은 특별하고 잘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옥천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옥천에서 만난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음’을 되새기며 지금 이 순간의 옥천을 소중하게 기록했다. 월평균 서른다섯 명의 사람을 만나 숨어있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독자들과 함께 나눴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마는 김밥집 사장님, 평소처럼 경로당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는 어르신,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하는 이 땅의 농민, 손님과 세월을 함께하는 미용사, 학교 운동장에서 해맑게 흙을 만지며 노는 어린이,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 학생,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사람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결을 같이 한 오래된 나무, 우리 주변을 배회하는 비인간 동물 길고양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버스 정류장, 벼가 누렇게 익은 황금들판까지.

2017년 7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고장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고 있는 농촌 잡지 ‘월간 옥이네’. 군 단위 최초 월간지로서 지역 주민들과 옥천을 알고 싶어 하는 외지인들에게 지난 6년간 지인에게 온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쓴다는 심정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살며시 건네 왔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남몰래 눈시울을 붉혔을 독자도, ‘내가 사는 곳에 이런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며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 독자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우리고장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발행하는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는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 활동과 마을 풍경,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고장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발행하는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는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 활동과 마을 풍경,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 ‘가치’를 ‘그림’으로 보여준다는 것

옥천의 사람과 공동체를 기록하는 농촌 잡지 ‘월간 옥이네’가 어느새 올해 6주년을 맞이해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주제는 <옥이네가 만난 옥천 그리고 옥천 사람들>. 지난 5월16일부터 2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간 옥이네 잡지에 실렸던 옥천의 평범한 사람들과 풍경을 사진으로 인화해 내걸었다. 또한, 옥이네 잡지를 열렬히 아끼는 독자의 영상 편지와 함께 이달의 잡지 컨셉을 알리는 ‘옥이네’ 표지 12점을 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옥이네 표지를 바라보면 이유 모를 푸근한 마음이 든다. 그건 아마도 옥천을 바라보는 그의 따스한 시선이 스며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창간호부터 지난 5월 초에 발행한 71호까지 잡지 표지를 그리고 있는 우영 작가에게 옥이네는 ‘감사한 파트너’로 다가온다. 단발성 작업이 아닌 매달 정기적으로 그림을 의뢰받아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 처음에는 표지를 수채화로 그렸다가 현재는 색 구현이나 그림 수정이 용이하게 태블릿을 활용해 디지털 작업을 한다고.

지난 5월16일부터 2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옥이네가 만난 옥천 그리고 옥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월간 옥이네 기획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월간 옥이네 71호가 발행되기까지 옥이네가 만난 사람들과 농촌 풍경 그리고 옥천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인화해 담았다.
지난 5월16일부터 24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옥이네가 만난 옥천 그리고 옥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월간 옥이네 기획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월간 옥이네 71호가 발행되기까지 옥이네가 만난 사람들과 농촌 풍경 그리고 옥천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인화해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월간 옥이네 표지 12점을 선정해 내걸었다. 표지는 우영 작가가 창간호부터 71호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그림을 맡아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월간 옥이네 표지 12점을 선정해 내걸었다. 표지는 우영 작가가 창간호부터 71호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그림을 맡아 그리고 있다.
옥이네가 만난 옥천 사람들의 얼굴과 그 모습이 전시실에 걸려 있다. 
옥이네가 만난 옥천 사람들의 얼굴과 그 모습이 전시실에 걸려 있다. 

실은 매달 표지를 그리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그는 돌아봤다. 이달의 특집 기사 주제를 미리 받으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공동체’ ‘장애인 인권’과 같은 가치를 내포한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어 난관에 빠진다는 것. 그럼에도 우영 작가는 “시골 옥천에서 잡지를 지속한다는 게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옥이네가 10주년이 되는 그날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말을 남겼다.

■ ‘농촌’과 ‘사람’을 담은 소중한 기록

지난 6년간 쉬지 않고 매달 130~160쪽 분량의 잡지를 시골 옥천에서 만든다는 건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인지 모른다.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3년을 버티기 힘들다’며 발행을 말렸을 만큼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애증이 섞인 잡지. 그렇기에 이번 전시를 계기로 기쁨을 한껏 누릴 법도 하지만 ‘월간 옥이네’를 만든 사람들은 스스로를 낮췄다.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은 '창간 이후 단 한 호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데에는 독자들의 응원과 격려가 큰 동력이 됐다'며 공을 돌렸다.

올해 창간 6주년을 맞이한 월간 옥이네는 매달 빠짐없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있다.
올해 창간 6주년을 맞이한 월간 옥이네는 매달 빠짐없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있다.
옥이네가 눈길을 준 곳은 특별하고 잘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옥천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옥천에서 만난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옥이네가 눈길을 준 곳은 특별하고 잘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옥천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옥천에서 만난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지만,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지만,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옥이네 전시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전시에 온전하게 시간과 마음을 쓸 여건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박누리 편집장. 지난 20일 토요일 오후 시간을 내 옥이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사진 속 숨겨진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이런 농촌 풍경을 담은 사진 자체가 소중한 기록이다’ ‘옥천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옥이네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봐 준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며 힘을 얻었다.

박누리 편집장은 “원래 보여드리고자 했던 것을 여러 사정이 맞물려 다 보여드리지 못 해 아쉽지만, 옥이네가 만난 옥천 주민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인화해 전시 공간에 걸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전시에는 제대로 기획을 준비해 많은 분께 옥이네를 알리고 싶고, 우리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자리를 더 잘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에 있는 한 김밥집에서 사장님 두 분이 김밥을 말고 있다. 여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옥천에 있는 한 김밥집에서 사장님 두 분이 김밥을 말고 있다. 여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어떤 연출 없이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이웃을 찍었을 뿐인데 사진을 보면 왠지 모를 흐뭇한 기분이 든다.
어떤 연출 없이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이웃을 찍었을 뿐인데 사진을 보면 왠지 모를 흐뭇한 기분이 든다.

■ 늘 만나는 사람을 더 가깝게

시간을 내 옥이네 전시를 관람한 옥천주민이 있었다. 문정리에 사는 금현주 씨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월간 옥이네를 읽는 열혈 구독자다. 그는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 학생들이 평소처럼 옷을 입고 꽃다발을 들며 찍은 사진들이 어떤 연출된 모습보다 아름다웠고, 밀밭과 유채꽃처럼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 또한 멋지게 다가왔다고 한다. 전시된 사진 중에는 아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실개천마을학교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사진이 있거든요. 두 남자 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간식을 먹는 사진인데 제가 아는 분의 아들이 찍힌 거예요. 정말 반갑더라고요.”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 안남어머니학교 특집 취재 때 촬영했던 어머니학교 학생들 모습. 이 사진을 비롯한 어머니학교 학생들의 활동 모습은 별도의 사진집으로도 제작됐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 안남어머니학교 특집 취재 때 촬영했던 어머니학교 학생들 모습. 이 사진을 비롯한 어머니학교 학생들의 활동 모습은 별도의 사진집으로도 제작됐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지난 20일 일일 도슨트(docent,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로 나선 박누리 편집장에게 잡지 표지와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금현주 씨는 잡지를 다시 찾아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캐리어와 함께 찍은 여성 농민 한은미 씨 사진에는 ‘캐리어 안엔 다양한 농산물이 담겨있다’는 숨겨진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으니, 이번 전시가 더 값지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월간 옥이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캐리어에 담긴 숨겨진 비밀! 이 안에는 농민 한은미 씨가 재배한 농산물이 가득 담겨있다는데 그 이유는… 월간 옥이네를 확인하세요!
캐리어에 담긴 숨겨진 비밀! 이 안에는 농민 한은미 씨가 재배한 농산물이 가득 담겨있다는데 그 이유는… 월간 옥이네를 확인하세요!

“옥이네 잡지는요. 늘 만나는 사람을 지면으로 또는 이렇게 사진으로 더 반갑게 만날 수 있는 그런 매체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자세히 알지는 못 하지만 중간 중간 고비가 있었을 것 같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아요. 지역의 작은 동네에 잡지가 매달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거든요. 처음 잡지를 만들었을 때 마음이 있을 거 같아요. 그 마음 변치 않고 고비를 잘 넘기면서 버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매달 꿋꿋하게 월간 옥이네 만듭니다’

월간 옥이네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하는 ‘우수콘텐츠잡지’에 선정된 바 있다. 옥이네를 발행하는 우리고장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2017년 3월 창립해 지역 청소년과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운영,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마을 여행, 지역을 이해하고 충실히 담아내는 출판 디자인 사업 등을 활발히 펼쳐가고 있다.

창간 6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옥이네의 특별한 전시. 촉박한 준비 시간에 옥이네를 만든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좋은 모습으로 전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창간 6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옥이네의 특별한 전시. 촉박한 준비 시간에 옥이네를 만든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좋은 모습으로 전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고래실은 ‘바닥이 깊고 물이 많아 기름진 논’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 고유어다. 사회적기업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옥이네가 만났던 사람들의 기록을 사진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이번 전시를 총괄했다. 이범석 대표는 “전시를 조금 더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나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에 외부에서 여는 첫 전시라 감회가 새롭다”며 “옥천에 있는 지역 잡지로서 71호까지 꿋꿋하게 발간하고 있다는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더 밀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역사에 남은 1%가 아닌 역사를 만든 99%의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번 전시 소책자에 적혀 있는 이 한 문장이 머릿속에 자꾸 맴돈다. 지역을 궁금하게 하는 ‘월간 옥이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독 문의 : 732-8116 (고래실)

'옥이네가 만난 옥천 그리고 옥천사람들' 전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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