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 선정
공설시장 은경이네, 어쩌다메리, 만족, 남부상회, 수산물싸다구 참여
친환경 농산물 판매 및 옥천 먹거리 도시락 사업 계획
박은경 이사장 “오는 9월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설립 목표”

어떻게 해야 공설시장에 사람들이 더 찾아올까. 이 고민에서 시작했다. 상인 29명이 장사를 하며 생계를 영위하는 옥천공설시장. 어느 점포만 잘한다고 해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진 않는다. 시장 활성화는 함께 노력하는 것. 근 1년간 시장 상인들에게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자고 제안을 드렸다. 뜻을 같이하겠다는 분들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하지 못 하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만큼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분들은 그랬다. 이미 실패의 경험이 있지 않냐고. 사회적협동조합 그런 거 옥천공설시장에서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다 수포가 되었다고 말이다. 이제는 안 되는 거 아니냐, 공모사업 해봐야 소용없다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이해한다.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않나. 삼세판이라 그랬다. 적어도 세 번은 해봐야지 않나. 두 번의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일어서면 된다. 이번에는 다르다. 모두가 잘 사는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공설시장의 젊은 피 ‘은경이네’ ‘어쩌다 메리’ ‘만족’이 팔을 걷어붙였다. 후발대로 ‘남부상회’ ‘수산물싸다구’가 동참해 젊은 상인 5명이 뜻을 모았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활동에 필요한 지원금 마련이 절실했다. (사)충북시민재단이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선정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한 달간 옥천군 도시재생지원센터, 옥천기록공동체가 주관한 도시재생 예비사업 주민역량강화교육을 들으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옥천공설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 3월23일 공설시장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옥천공설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 3월23일 공설시장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 공설시장 젊은 상인들 힘으로 협동조합 첫발

지난 2월8일 청주에서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심층면접, 2월15일 공설시장 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피피티(PPT) 발표가 있었다. 어려운 질문들이 오갔지만 최선을 다해 답했다. 결국, 지난 2월28일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돼 결실을 보았다. 1천500만원 지원금을 토대로 가칭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은경)’을 조직하는 길이 열렸다. 공설시장 상인들과 연대해 옥천로컬푸드, 친환경 먹거리를 알리는 첫 발을 뗐다.

이젠 지역에서 지지를 얻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젊은 상인들이 먼저 움직여보자 해서 시작한 일. 결국 시장 상인들이 마음을 열어주실 때 조합원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의 목표다. 중간중간 오해가 있었고, 갈등도 피할 수 없었으나 대화로 풀어가려 노력했다. 응원해 주는 몇몇 상인들도 생겨났다. 추운 날이 있으면 더운 날이 있는 법. 모진 비바람을 견디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오일장이 열리던 지난 3월10일 옥천공설시장 입구 앞 야외 공간. 은경이네 박은경, 어쩌다 메리 한은영, 만족 최영주, 수산물싸다구 김선순, 남부상회 조영미 대표가 간이 노점을 열어 손님을 맞이했다. 매대에는 은경이네에서 만든 핫도그, 만족에서 만든 족발, 어쩌다 메리에서 만든 모둠전 등이 올려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눈길을 줄라치면 여지없이 홍보 멘트가 나왔다. 공설시장 안에 있는 먹거리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

지난 2월28일 (사)충북시민재단으로부터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된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은경)이 지난 3월3일 청주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공설시장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
지난 2월28일 (사)충북시민재단으로부터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된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은경)이 지난 3월3일 청주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공설시장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

이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옥천공설시장 활성화,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해 건강한 먹거리 연대를 만들어 보자는 것. 지난 3월26일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옥천 먹거리 도시락과 친환경 도시락 포장재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았다. 오는 9월이 되기 전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을 세우는 방향으로 4~6월 3개월 동안 기본 1차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그 안에 어떻게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7~8월 사업 구상은 달라진다고 한다.

■ 시장 상인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꿈

지난해 1월부터 계란빵과 핫도그, 음료 등을 판매하는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는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리더를 도맡았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공설시장에 오기 전 햇다래마을, 향수뜰마을에서 농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으로 있으면서 지역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공설시장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더 활기찬 시장을 만들기 위해 박은경 개인의 삶은 잠시 내려놓고 공동체 일에 매달려 땀 흘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시작을 어렵게 했어요. 공설시장 상인 분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두 번이나 도전했다가 못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총회 때 말씀드리니까 너희가 할 수 있겠냐고 의심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른 시일 내에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저희 시장 상인 분들이 조합원으로 들어오게 해서 옥천공설시장이 활성화했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마음을 다 맞추긴 어렵겠지만 갈등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 옛날 활력 있던 옥천공설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월10일 오일장을 맞아 공설시장 상인이자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임원진들이 야외에서 매대를 열어 먹거리를 판매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 만족 최영주 대표,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 수산물싸다구 김선순 대표, 남부상회 조영미 대표.
지난 3월10일 오일장을 맞아 공설시장 상인이자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임원진들이 야외에서 매대를 열어 먹거리를 판매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 만족 최영주 대표,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 수산물싸다구 김선순 대표, 남부상회 조영미 대표.
오일장이 열렸던 지난 3월10일 공설시장 상인들이 야외에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오일장이 열렸던 지난 3월10일 공설시장 상인들이 야외에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월 공설시장에 입점해 친환경 농산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선정 과정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등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임원진으로서 중책을 맡고 있다. 15년 전 안내면 도율리에 귀농해 현재 ‘아르아르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식생활교육옥천네트워크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공설시장은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잖아요. 지역 주민들이 드나드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고민하고 싶었어요. 옥천이 농업군이다 보니 단지 읍에서뿐만 아니라 면 단위에서도 다양한 먹거리가 보급될 수 있게 도시락 사업도 할 생각이에요. 아직은 저희가 사회적협동조합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하나하나 해보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니까요. 관심 가져주시고 저희 응원해 주세요. 응원이 절실합니다.”

■ 공설시장 부흥을 바라는 마음으로

어쩌다 메리 한은영 대표와 마찬가지로 지난 2월 공설시장에 입점한 ‘만족’ 최영주 대표는 족발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역에서 자원봉사하며 알던 사이인 은경이네 박은경 대표의 소개를 계기로 공설시장에 오게 된 그는 사회적협동조합 일에 동참하며 한동안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공설시장에 밝은 기운을 전파하며 손님들을 끌어오는 활력소 역할을 자임했다.

옥천공설시장 상인들로 이뤄진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 3월23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지난 3월23일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임원진들이 창립총회를 연 뒤 기념촬영을 했다.

“옥천사람 중에 공설시장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이번 계기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이렇게 다 같이 하니까 공설시장의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만 잘 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됐으면 해요.”

부모님 가게를 이어받아 10년째 남부상회를 이끄는 조영미 대표는 대전 오정동 도매 시장에서 떼 온 물건들로 옥천 곳곳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먹고가자사회적협동조합 임원진으로 참여한 그는 협동조합 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설시장에 몸담은 상인이다. 옥천에서 나고 자라 3대째 내려온 남부상회를 지키고 있는 조 대표는 전통시장의 부흥을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 1월 입점해 각종 수산물, 반건조 국민생선을 판매하는 수산물싸다구 김선순 대표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공설시장을 많이 알리고 싶었고요. 수산물 하면 싸다구, 야채 하면 남부상회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공설시장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습니다. 실은 사람들이 시장 하면 연세 있으신 분들이 계신 줄 알잖아요. 이번 계기로 젊은 상인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고요. 옥천공설시장에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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