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으로 수영 접해 도민체전 출전했던 형제
형 조지훈 씨, 옥천 수영동호회 ‘수룡’ 활동 중
동생 조성훈 씨, 옥천수영장 강사로 3년째 일해

선수 출신이 아니지만 수영을 깊게 들어갔다. 물살을 가로지르는 짜릿함이 여느 운동과 달랐다. 옥천을 대표해 도민체전 수영 선수로 참가했고, 옥천수영장 강사로도 일했다. 취미로 수영을 접했는데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해 전문성을 길렀다. 삼양초, 옥천중, 옥천고를 졸업한 조지훈(33, 읍 장야리), 조성훈(32, 읍 장야리) 형제 이야기다. 이들은 학창 시절 충북소년체전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는 등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조지훈 씨는 수영 경력 15년차다. 지난해까지 옥천수영장 강사로 일했던 그는 올해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 지훈 씨가 수영을 처음 접한 건 고3 수능 시험이 끝날 무렵이다. 2009년 당시 대전 용운동에 수영장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옥천 수영 동호회 ‘샤크스’가 만들어졌고, 그때 지인 소개로 동호회에 들어갔다. 2012년 옥천수영장이 생긴 뒤 동호회 이름이 ‘수룡’으로 바뀌었고, 지훈 씨는 지금까지 동호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옥천 분들이 수영하러 대전에 나갔거든요. 이안경원 사장님이 ‘샤크스’를 추천해서 들어갔고요. 처음 제의를 받은 건 대회에 나가보라는 거였어요. 그때 영동에서 레인보우 수영대회가 첫 회 열렸거든요. 영동대학교(현 유원대) 안에 부설 수영장이 있었는데 젊은 네가 나가보라고 해서 합류했죠. 마침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따뜻한 물이 안 나왔던 시기라 샤워도 할 겸 운동하자는 생각으로 수영을 배웠어요.”

■ 수영이라는 관심사로 하나 된 형제

지난달 16일 옥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수영을 좋아하는 청년 조성훈(왼쪽), 조지훈(오른쪽) 형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생활체육으로 수영을 접해 충북도민체전 수영 선수로 활약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지난달 16일 옥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수영을 좋아하는 청년 조성훈(왼쪽), 조지훈(오른쪽) 형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생활체육으로 수영을 접해 충북도민체전 수영 선수로 활약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충남대 수학과, 스포츠과학과를 전공한 지훈 씨는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했고 학원 강사, 학교밖 청소년들을 만나는 방과후강사 활동도 했다. 또한,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생존수영강사 자격증 등 수영과 연관된 국가 자격증 6~7개를 취득해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전시수영연맹 심판, 청주시수영연맹 이사로 일했다. 그는 동생 성훈 씨와 함께 충남경찰서 해경 수상구조사 소속으로 있다.

“대학을 제가 12년 가까이 다녔는데요. 일을 하나만 한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하는데 언젠가 수영 쪽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겠죠. 수영강사가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제의도 몇 번 왔고요. 수영은 준비물이 목욕바구니랑 수건, 수영복이 다예요. 운동하고 나서 깔끔하게 씻을 수 있고, 날씨와 관계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거든요. 혹시나 모를 안전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게 수영이 가진 장점이죠.”

수영 경력 8년차인 조성훈 씨는 2019년 세종에서 수영강사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옥천수영장 강사로 활동 중이다. 성훈 씨가 수영을 배운 계기는 형 지훈 씨의 권유 덕이었다. 당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라 안전 문제에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면서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한 것. 당시 대학을 휴학하고 대전서 일했던 성훈 씨는 새벽 출근길에 옥천수영장, 퇴근길에 대전 용운동 수영장에 들러 수영을 배웠다.

수영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조성훈(왼쪽), 조지훈(오른쪽) 씨. (사진제공: 조지훈)
수영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조성훈(왼쪽), 조지훈(오른쪽) 씨. (사진제공: 조지훈)

“형한테 배우면서 수영장에 다녔죠. 새벽에 수영하고, 대전서 퇴근하면 저녁 9시까지 수영하고 집에 왔어요. 한 6개월을 했을 거예요. 제가 수영강사까지 한 건 취미가 도를 지나친 거죠. 수영강사 자격증도 형이 따러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딴 거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어요. 운동을 하나 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전북대 독어독문학과, 경제학과를 전공한 성훈 씨는 원래 금융권 취업을 염두에 뒀다. 운동을 업으로 삼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취업준비생 때 국민은행 서포터즈 활동도 하고, 서울보증보험 계약직으로 6개월 일했던 그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마침 세종에 수영강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지금까지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성훈 씨는 현재 옥천수영장에서 오후 조를 맡아 12시 전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직장이랑 집이 가까운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세종에 다닐 때도 옥천에서 차를 타고 갔는데 거리가 너무 머니까 직장을 옮겼던 거죠. 옥천도 그렇고 다른 지역도 수영 강사가 부족해요. 그래서 옥천에 왔을 때 세종에서 일했던 선생님들 몇 분을 모셔 왔거든요. 제가 소개한 분이 오시고, 그분이 여기 좋다고 해서 연결 연결로 오신 분도 있어요.”

조성훈 씨가 수영대회에 참가한 모습. (사진제공: 조성훈)
조성훈 씨가 수영대회에 참가한 모습. (사진제공: 조성훈)

■ 생존수영 이론수업, 수영시설 보강 필요해

해마다 도민체전이 열리면 옥천을 대표해 선수로 참가했던 두 사람은 각자 위치에서 아쉬운 점을 전했다. 지훈 씨는 본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할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을 말했고, 성훈 씨는 옥천수영장에 다니는 강습생들을 생각한다면 선수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청주나 다른 지역에서는 선수 출신들을 데려오거든요. 옥천은 수영을 취미로 하는 직장인들이 나오시니까 경쟁이 안 되죠. 그런데도 열심히 준비해서 나오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지원이 조금 아쉽죠. 수영장 레인을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게끔 빌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눈치가 보여요. 선수들도 자기 시간을 내서 옥천군을 위해 뛰는데 수영장 이용하는 분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죠.” (조지훈 씨)

지난해 8월 옥천에서 열린 제61회 충북도민체육대회에 옥천을 대표한 수영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지훈)
지난해 8월 옥천에서 열린 제61회 충북도민체육대회에 옥천을 대표한 수영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지훈)

“저는 강사 입장이라 회원들 생각도 중요해요. 레인을 빼주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죠. 그런데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 이 좁은 수영장이 더 좁아지거든요. 레인은 6개인데 사람마다 수영 실력의 편차가 있잖아요. 잘하는 사람, 중간 사람, 못하는 사람이 뒤섞이면 수영장 정체현상이 생겨서 그룹별로 나누는 게 좋거든요. 여기에 도민체전 선수들에게 레인을 따로 빼주면 그만큼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조성훈 씨)

옥천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수영계 일에 관여했던 지훈 씨는 옥천에 수영 시설이나 수업 면에서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전으로 익히는 수영도 중요하지만 생존수영을 이론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기록 스포츠인 수영 종목에서 스타트가 중요한데 스타트대를 설치하기 어려운 옥천수영장의 한계점 또한 짚었다.

“스타트를 하려면 스타트대가 있어야 하거든요. 스타트대에서 뛰려면 깊이가 있어야 해요. 근데 너무 낮아요. 위험해서 설치를 못 해요. 시설을 한 번 하면 바꾸기 쉽지 않을 거예요. 만약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깊이가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선수들도 여기서 경기를 뛰면 깜짝깜짝 놀라요. 너무 낮으니까요. 그래서 수영장 깊이가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운동이든 스타트가 중요하잖아요.” (조지훈 씨)

2019년 9월에 열린 제4회 옥천군연맹회장기 수영대회 모습. (사진제공: 조성훈)
2019년 9월에 열린 제4회 옥천군연맹회장기 수영대회 모습. (사진제공: 조성훈)

■ 어려운 여건 속 옥천 수영계의 버팀목

성훈 씨는 달리고 뛰고 기부하는 ‘달땜크루’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달땜크루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회원들이 모여 달리기를 하면 각자 뛴 거리만큼 기부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전국 모임이다. 가령 1km에 200원씩 기부금을 모으면 장애인거주시설, 미혼모시설, 보육원에 물품을 전달하거나 연말에 연탄봉사를 할 때 쓴다. 성훈 씨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우리고장에 있는 영실애육원에 찾아가 화장지 등 생필품들을 기부하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수영강사 다음 일을 차차 계획한다는 성훈 씨. 이유가 있었다. 체온보다 차가운 물속에 오래 머무르는 수영강사 직업 특성상 체력적인 한계로 일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란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운동은 계속 할 거라는 성훈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조성훈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기적으로 영실애육원에 찾아가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성훈)
조성훈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기적으로 영실애육원에 찾아가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성훈)

“회원들은 수영을 더 배우고 싶고, 강사들은 더 잘 가르치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레인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강사 한 명이 여러 명을 가르치면서 생기는 서운함이 있을 거예요. 다 같이 잘하게끔 지도하고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면서 수영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조성훈 씨)

정든 옥천을 떠나 해외로 나갈 계획이 있는 지훈 씨는 향후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는 흙을 제조하는 아버지 일을 살려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 지역 내 장애인, 청년들을 채용하는 제조업을 이끌고 싶은 꿈이 있었다. 지훈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도민체전에 나갈 선수를 구하는 게 항상 어려웠거든요. 직장을 다니며 운동하는 게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도민체전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저희 옥천군수영연맹 류복현 회장님이 선수단 감독을 겸하거든요. 수영복도 사주시고, 수영장과 협의해 레인도 빌려주시고, 어려운 여건에서 사비를 털어 물심양면으로 챙겨주셨거든요. 옥천 수영발전을 위해 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조지훈 씨)

조지훈, 조성훈 씨가 도민체전에 출전한 옥천군 대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성훈)
조지훈, 조성훈 씨가 도민체전에 출전한 옥천군 소속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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