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6일까지 정인아트갤러리서 작품 전시
주제는 ‘합금리의 모란꽃’···모란과 작약 소재로 그려
이영미 화가 “산과 강 둘러싸인 청성, 엄마 품처럼 다가와”

예쁜 꽃을 그리려 했는데 내 삶을 그리고 있었다. 꽃은 자기 삶을 꿋꿋이 살아낸다. 내 삶의 해답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평범한 주부로 살다 보면 희생해야 할 게 많았다. 자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꽃을 바라봤다.

선물 받은 꽃 한 다발이 있었다. 그 예쁜 꽃을 화병에 꽂아 사진을 찍는데 마침 햇볕이 들어왔다. 햇볕이 비춘 꽃은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꽃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열정이 올라왔다. 그래, 행복한 삶을 살겠노라. 본연의 나를 찾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3월17일 오후 3시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에서 이영미(50) 화가 초대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 주제는 <합금리의 모란꽃>. 이번에 25회 개인전을 맞은 이영미 화가는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도, 경기도 등에서 발견한 모란과 작약을 소재로 수채화 기법을 통해 작품 30점을 전시했다.

지난 17일부터 이영미 화가 초대 개인전이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에 열렸다. 
지난 17일부터 이영미 화가 초대 개인전이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에 열렸다. 

■ ‘꽃을 그리며 또 다른 나 자신이 됐다’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님을 지난해 12월에 처음 뵀어요. 당시 제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아트쇼’에 참여할 때 만났는데요. 요 며칠 전에 일산에서 공 갤러리 개인전을 했을 때도 오셨거든요. 제 작품을 보시고 대표님이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옥천에 온 거예요.”

현재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이영미 화가는 고향이 경북 의성이다. 시댁이 부산에 있어 금강휴게소에 잠깐 들른 적이 있지만 옥천은 낯선 곳이었다. 이영미 화가에게 옥천의 첫인상은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는 청성면의 풍경이 따뜻한 엄마 품처럼 아늑하게 다가왔다.

“옥천은 처음 와봤는데요. 따뜻한 동네에 와서 그런지 마음이 따듯하고 편안해요. 오늘 아침에 아파트에서 주차하고 그림을 싣는데 청소하는 할머니께서 옥천이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님 고향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우연히 알게 돼서 신기했죠. 제가 낯가림이 심해요. 한 번 알면 갈수록 친해지고 오래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거든요. 이번 계기로 옥천을 알아가고 싶어요.”

이영미 화가는 전국 각지에서 4~5월에 피는 모란과 작약을 찾아 사진으로 남겨 그림을 그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경기도 평택에서 온 그는 옥천이 엄마 품처럼 따듯한 동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영미 화가는 전국 각지에서 4~5월에 피는 모란과 작약을 찾아 사진으로 남겨 그림을 그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경기도 평택에서 온 그는 옥천이 엄마 품처럼 따듯한 동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영미 화가는 디자인 홍보와 관련된 직장을 다녔지만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꿈을 잊고 살았던 그는 20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15년 전부터 작가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다양한 풍경을 그려왔던 그는 꽃이라는 소재에 점점 빠져들었다.

“신이 만든 창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게 꽃이라 그러잖아요. 예전에는 꽃을 그리는 작가를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꾸미고 그려내는 것, 그래서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가치 있게 인정한 반면에 꽃은 천시했거든요. 저에게 꽃은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존재예요. 꽃을 그리며 또 다른 나 자신이 되는 거죠.”

작품명 '꽃, 사랑, 향기... 그리고 행복'. 
작품명 '꽃, 사랑, 향기... 그리고 행복'. 
모성애가 남다른 호랑이와 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모성애가 남다른 호랑이와 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 부귀영화 뜻하는 목단, 때론 그리움의 존재

이번 전시를 보러 온 김대현(75) 씨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목단(모란)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즐겨 심던 꽃”이라며 “병풍에도 목단 그림이 자주 나오는데 이영미 화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옛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떠올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택에서 이영미 화가에게 수업을 듣는 정연숙(63) 씨는 작품들을 보며 어린 시절을 되살렸다. 그는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서 감나무 밑에 작약 새싹이 올라왔던 추억을 떠올리다 그리운 감정을 느꼈다. 정 씨는 “어린 마음에 꽂혀있던, 그리웠던 꽃을 그림으로 보니 옛 생각이 나서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작품 한 점을 구매했다”며 “선생님이 살아온 과정을 듣고 나니 작품들의 기본 바탕에 순수함이 묻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미 화가가 작약에 노란색을 입혀 그린 작품이다.
이영미 화가가 작약에 노란색을 입혀 그린 작품이다.
꽃 주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꽃 주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평택에서 온 김선희(52) 씨는 정연숙 씨와 같은 마음이라며 이영미 화가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김 씨는 “지금까지 가족을 지키며 그림을 그리시면서 느꼈을 마음의 상처를 공감했다”며 “앞으로 더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마음의 치유도 얻고, 좋은 작품 오래도록 많이 그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개관한 정인아트갤러리는 이번에 여섯 번째 초대전을 열었다.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는 “매번 초대전을 할 때마다 새롭고, 어떤 그림이 올까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라며 “이영미 화가님은 우리나라에서 모란꽃을 잘 그리는 분인 만큼 많은 분이 오셔서 편안하게 작품을 관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금리의 모란꽃> 전시회는 오는 4월1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정인아트갤러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이영미 화가 초대 개인전은 다음 달 1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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