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개업한 애견미용실 ‘멍멍1길 23’
애견미용, 애견용품 판매 및 놀이방, 호텔 운영
박지우 원장 “아이들 안전과 스트레스 최소화가 중요”

강아지를 좋아해 시작한 일이었다. 애견 미용하는 사람들은 시작이 대부분 똑같다. 강아지를 진심으로 좋아해서다. 실제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 꿈과 현실의 차이를 느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과 애견 미용을 업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직업병으로 디스크 오고, 손목 나가고, 몸 상하니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말들. 언제 생길지 모르는 사고의 위험성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중도에 그만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 업종이다.

그래도 하고 싶었다. 우리 집 강아지를 내 손으로 미용하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배웠던 게 계기였다. 미용 기술 그리고 현장 경험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격증도 따야 했다. 강아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지속하기는 어려운 일, 그럼에도 강아지를 좋아했기에 지난한 시간을 버텨냈다. 천천히 따뜻하게, 세심하고 안전하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애견미용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았다. 애견미용실을 열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견주 분들은 대체로 예쁘고 동글동글한 미용을 선호한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에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 그다음이 예쁜 미용이었다. 미용 스타일이 맨 마지막이다. 아이들이 미용하고 난 뒤 집에서 힘들어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과연 올바른 미용일까. 아이들은 더 많은 산책과 교감을 원한다. 그만큼 미용실과 선생님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미용하는 공간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노는 공간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지난 2월28일부터 애견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멍멍1길 23'이 개업했다. 옥천교회 앞 건물 2층에 있다. 
지난 2월28일부터 애견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멍멍1길 23'이 개업했다. 옥천교회 앞 건물 2층에 있다. 

지난 2월28일 읍내 옥천장로교회 앞 세원카 2층에 애견미용실이 새로 열렸다. 상호는 여기 주소명을 따서 ‘멍멍1길 23’이다. 강아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이곳은 ‘지우쌤’이라 불리기도 하는 옥천토박이 박지우(27, 읍 금구리) 원장이 1인 샵으로 지키고 있다. 약 24평 규모로 애견미용(가위컷)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강아지들이 잠깐 머물다 가거나 잠도 재워주는 놀이방, 호텔 시설을 마련했다. 청결하고 깔끔했다. 안에 간식, 발톱 깎기, 옷, 넥카 등 애견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 자격증 공부, 학원, 견습 거쳐 1인샵까지

“집에 6살 된 강아지를 세 마리 키우고 있는데요. 애기(강아지)들이 미용하고 오면 스트레스를 받고 와서 이불 속에 숨더라고요. 제가 직접 미용해주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배웠던 게 직업이 됐죠. 그전에도 발톱 깎고, 발바닥 털 깎는 일은 직접 했거든요. 그런데 발톱 깎다가 피도 나고, 발바닥도 괜히 찍히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실은 견주분들이 많이 아셔도 전문적인 위생 미용은 생각보다 배워야 할 게 더 많았죠.”

박지우 원장은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치기공과를 전공했다. 대전서 치과기공사로 일했던 그는 미래를 생각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애견 미용을 선택했다. 애견미용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인천에 있는 학원에서 1년 반을 다니며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2급 자격증까지 땄다. 자격증 시험은 실제 강아지가 아닌 모형으로 ‘쇼 미용’을 진행한다. 박 원장은 일상에서 키우는 반려견에게 적용할 수 있는 ‘펫 미용’을 배우러 현장에 바로 나갔다.

'멍멍1길 23'을 운영하는 박지우 원장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견 '뚜리(6살, 푸들)'와 함께 미용실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멍멍1길 23'을 운영하는 박지우 원장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견 '뚜리(6살, 푸들)'와 함께 미용실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 비래동에 있는 애견샵에서 6개월 넘게 견습으로 있으면서 학원 수업과 병행했다. 견습 생활은 선배들이 미용하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실력이 더 이상 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만뒀다. 그리고 대전 용문동에 애견용품 판매와 애견 미용을 같이 하는 샵에서 1년 정도 일하며 수많은 견주들과 반려견들을 만났다.

이때 1인샵 원장으로 있으면서 성격도 제각각인 강아지들을 만났던 게 피가 되고 살이 된 경험이 됐다. 그곳에서 전반적인 가게를 운영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동안 박 원장이 미용했던 강아지들의 사진은 멍멍1길 인스타그램(@mung2_1gil)에서 볼 수 있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학원 다닐 때도 처음에는 ‘다녀야지’ 싶다가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애견 미용을 배운다고 했을 때 가족들도 많이 도와줘서 힘이 됐어요. 무엇보다 미용 끝나고 견주분들이 좋아하시고 강아지들도 깔끔한 모습으로 활기 있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예쁘고 깔끔한 미용도 중요하죠. 그렇지만 저는 강아지들이 안전하고 스트레스 덜 받게 하는 미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미용 시간도 길게 잡았어요.”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박지우 원장이 대전서 애견 미용을 했을 당시 찍었던 강아지 모습.

■ 아이들이 미용에 익숙해지는 시간

‘멍멍1길 23’은 강아지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미용실 공간 벽면을 유리창으로 둬 매장 내 시야를 텄다. 또한 자체적으로 시시티브이(CCTV)를 설치해 견주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박 원장은 바로 미용을 진행하지 않고 5~10분 정도 간식을 주고 놀면서 미용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차차 하나하나씩 단계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강아지들은 기계 소리, 가위 소리, 빗질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특히나 처음 미용하는 강아지들은 둔감화 목욕을 진행한 뒤 배넷미용을 한다.

박 원장은 미용 진행 시 견주들이 가급적 미용실 공간 밖에서 대기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사람 후각보다 몇만 배나 더 좋은 강아지들은 문을 닫아놓고 미용을 해도 주변에 조그만 소리나 냄새만 나도 주인에게 가고 싶어 한다. 주변 변수들로 인해 강아지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미용을 진행하다 다칠 우려가 생긴다고.

“아이들 성향 차이이긴 한데요. 견주분들께서 도와주신다면 옆에 계셔도 괜찮지만, 가급적 아이들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미용에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예요. 다칠 수 있거든요. 가위질하다가 주인을 보고 몸을 확 돌리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미리 설명해 드려요. 위험할 수 있으니 견주분께서 괜찮으시면 여기 계셔도 되지만, 안전을 위해 밖에서 대기해주시는 게 더 좋다고 알려드리죠.”

미용실 내부 모습.
미용실 내부 모습.
강아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놀이방, 호텔 공간.
강아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놀이방, 호텔 공간.
매장 한켠에 간식, 샴푸, 넥카, 발톱깎기, 옷 등 애견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매장 한켠에 간식, 샴푸, 넥카, 발톱깎기, 옷 등 애견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강아지를 목욕하고 털을 말리는 도구에서 박 원장의 세심함이 묻어난다. 박 원장은 얼굴 부위에 바람 부는 걸 싫어하는 강아지를 배려해 약한 바람이 부는 도구를 따로 준비했다. 강아지들이 쓰는 샴푸도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들로 엄선했다고 한다. 강아지를 위한 머드팩도 준비했다고.

■ 자식처럼 여기는 견주 마음 공감해

호텔에 맡기는 강아지가 있을 경우 박 원장은 한 공간에서 잠을 잘 계획이다. 같이 있어 준다는 마음으로 놀이방 공간과 호텔 공간을 넓게 했다고. 자택이 바로 위층에 있어 가능한 일이겠지만 보통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옛날에는 마당 강아지, 개 이런 느낌이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애완견, 반려견이라 부르잖아요. 그만큼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의미겠죠. 행동이든 미용이든 가족처럼, 자식처럼 키우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저도 끊임없이 공부하게 돼요. 저에게 강아지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을 많이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손님들이 오시면 항상 그래요. ‘저희 강아지 오늘 어땠나요?’ ‘미용 잘 받았나요?’ ‘스트레스 안 받았나요?’ 그래서 이 일에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민가위, 커브가위, 요술가위, 숱가위 등 쓰임새에 따른 다양한 가위가 놓여 있다.
민가위, 커브가위, 요술가위, 숱가위 등 쓰임새에 따른 다양한 가위가 놓여 있다.
반려견이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있다.
반려견이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있다.
탈취제, 샴푸, 귀세정제, 
탈취제, 샴푸, 귀 세정제, 미스트 등 다양한 애견용품이 진열돼 있다. 

‘멍멍1길 23’은 당일 미용 문의도 가능하지만 1인샵 특성상 예약을 권하고 있다. 첫 미용을 하는 어린 강아지의 경우 ‘5차 접종 2주 뒤’에 배넷미용을 진행한다. 10세 이상 노령견의 경우 응급상황이 생길 우려가 있어 가급적 인근 동물병원 미용실을 추천한다. 디스크, 심장질환, 뇌질환 등 질병과 심한 입질 또는 탈구가 있다면 미용 예약이 어렵다.

“애견 쪽 종사하시는 분들이 100의 100은 아닐지 모르지만 강아지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해서 시작하시는 분들이라 생각해요. 안 그런 사람이 있어서 뉴스를 보고 많이 오해하시기도 하고, 또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렇지 않다는 점,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편안하게 미용을 받고 갈 수 있는 곳이 되게끔 마음으로 맞이할게요.”

주소: 옥천읍 삼금로1길 23 2층 멍멍1길 23
전화: 010-4330-9151
영업시간: 오전9시~오후7시
인스타그램: @mung2_1gil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