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배·김광자 부부, 지난해 12월부터 만두전문점 열어
20년 넘게 어머니가 하던 ‘화목식당’ 자리 이어받아
이윤보다 음식 맛과 정성 먼저 생각하는 가족식당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손도 원체 크다. 어렸을 때 지인들이 지나가는 말로 그랬다. 입맛 그렇게 까다로우면 식당을 하나 차리라고.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 가면 요리는 직접 해야 안심하는 체질. 가정도 예외일 수 없다. 거의 전업주부나 다름없다. 남자가 무슨 집에서 음식까지 하냐고 그럴지 모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타고난 성정이 그랬다. 어머니 닮아 남들 먹이는 걸 좋아했다. 식당 일은 안 해봤어도 음식 평가하고 맛집 다니는 게 일상적인 취미다. 아내의 생생한 증언이다.

어렸을 적 옥천에 겨울이 다가오면 가족 모두가 바빴다. 어머니를 비롯한 친척들이 다 모여 만두를 빚었던 풍경. 집성촌 동네마다 일주일씩 빨간 다라이에 만두를 해 먹었던 옛 추억. 그때 그 맛을 어찌 잊을까. 몸이 알고, 입맛이 기억한다. ‘나중에 식당 하면 만둣집 해봐야지.’ 이번에 만둣집 한다고 했을 때 따로 배우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가족끼리 집에서 먹던 만두 본연의 맛을 살렸다. 손님들에게 내놓는 음식인 만큼 최대한 신경 쓰고 노력하는 건 당연지사다.

읍내 장야사거리 인근에 있는 라니가구 뒷길로 진입하면 아담한 공간의 식당이 눈에 띈다. 고려동물병원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 이름은 ‘화목식당’. 옥천이 고향인 임성배(50) 김광자(49) 부부가 지난해 12월7일부터 다시 개업했다. 식당 앞에 ‘집만두 전문점으로 다시 영업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식당을 했던 자리인 듯하다. 알고 보니 화목식당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오래된 식당이다. 임성배 씨 어머니가 지인 두 분과 같이 했던 식당이었는데 여러 사정이 맞물려 아들과 며느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광자(왼쪽), 임성배(오른쪽) 부부가 화목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던 화목식당을 이어받아 만두 전문점으로 이끌고 있다. 
김광자(왼쪽), 임성배(오른쪽) 부부가 화목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던 화목식당을 이어받아 만두 전문점으로 이끌고 있다. 

■ 잔치방, 백반집 그리고 만두 전문점

“처음에는 잔치방을 했어요. 옛날에는 결혼하면 뷔페가 아니라 잔치방에서 다 음식을 맞춰 왔거든요. 그걸 하시다가 식당으로 바꿨죠. 여기는 백반집이었어요. 닭도리탕 해주세요 하면 닭도리탕 하고, 수육 해달라 하면 수육 해주는 그런 집이었는데 지금은 만두 전문점으로 바꿨죠. 화목식당은 말 그대로 화목하게 지내자는 뜻이에요. 어머니가 동네 아는 동생 두 분과 동업하셨는데 혹시나 다툴 수 있으니 셋이 언니 동생하며 재밌게 하자 해서 화목식당이라 지었죠.”

현재 세종에 사는 부부가 옥천에 자그마한 식당을 하기까지 남모를 사연이 있었다. 화목식당을 지켰던 어머니가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으면서 아들 임성배 씨는 식당 일을 만류했고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옥천에 계시는 어머니, 이원에 계시는 장모님 뵈러 일주일에 한 번 꼬박꼬박 왕래했던 부부. 자녀 셋도 어느 정도 자랐겠다, 식당 자리를 활용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식당 하면서 자주 찾아뵙겠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열었다. 홍보도 따로 안 했다. 어머니 몸 아파서 어쩔 수 없이 한 걸 밖으로 드러내긴 그랬다. 주변 지인들 와서 따뜻한 밥 한 끼 해주자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음식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임성배 씨가 주방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임성배 씨가 주방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저희 역량으로는 일정량만 하는 게 좋아요. 거의 점심장사죠. 오후 5시까지만 열고, 3시부터는 포장 주문만 받는데요. 지금도 영업시간이 긴 거 같아서 더 짧게 할 생각이에요. 나이 오십 살아보니 돈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떼돈 벌 생각이었으면 다른 데 가서 했겠죠. 이 동네가 읍내 끝이잖아요. 유동인구가 많진 않더라고요. 공치고 간 날도 있어요. 그래도 손님들이 천천히 음식 드시고, 우엉차나 보리차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식당을 할 거예요.”

읍내 장야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화목식당 전경.
읍내 장야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화목식당 전경.
홀 내부.
홀 내부.

■ 한우 양지로 만든 양지만둣국 인기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던가. 홍보는 따로 안 했어도 입소문은 막을 도리가 없었나 보다. 알음알음 손님 소개로 한 명 한 명 찾아오더니 단체 손님들이 우르르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화목식당 인기 메뉴는 한우 양지로 육수를 낸 양지만둣국(8천원)이다. 진하고 깊은 갈비탕 국물 맛에 만두, 그 위로 고기와 계란, 유부 고명이 어우러졌다. 요청하면 국물 리필이 된다. 어르신 손님들은 똑같은 육수로 낸 떡만두국(8천원)을 더 선호한다. 부추고기만두(8개, 7천원), 김치고기만두(8개, 7천원), 군만두(7개, 7천원)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한우 양지로 우린 양지만둣국 그리고 부추고기만두, 김치고기만두가 놓여 있다.
한우 양지로 우린 양지만둣국 그리고 부추고기만두, 김치고기만두가 놓여 있다.
두툼한 크기의 군만두. 만두 포장 시 1개가 더 추가돼서 나온다.
두툼한 크기의 군만두. 만두 포장 시 1개가 더 추가돼서 나온다.

조리과정을 들어보니 임성배 씨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찌는’ 만두가 아닌 ‘삶는’ 만두다. 삶는 과정에서 만두가 찢어지는 비율이 찌는 것과 비교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손님상에 못 내놓는 만두가 많아지면 그만큼 손해다. 파는 입장에서는 찌는 게 낫지만 먹어보면 식감부터 다르니 삶는 방식을 계속 고수할 생각이라고. 삶은 피는 수분을 먹고 있어 입 안에 후루룩 넘어간다. 만두에 버섯가루 들어가는 식당이 흔치 않은데 이 집은 버섯가루 쓴다. 또, 식용유 안 쓰고 땅콩기름 쓴다. 끈기 있는 밑반죽을 위해 그냥 물이 아닌 찹쌀을 이용해 물을 끓인다.

만두 말고도 수육(1만5천원), 편육(8천원)도 준비했다. 편육에 들어가는 돼지껍데기는 냉동이 아닌 냉장을 가져온다. 삶을 때 볶은 우엉, 벌나무를 넣어 잡내를 잡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도 직접 담근다. 얘기를 듣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우 양지로 육수 내고, 바로 옆 육가공에서 고기를 공수하고, 김치 일일이 수분 짜서 넣고, 만두 다 삶고, 냉장 돼지껍데기 쓰고, 식재료 아끼지 않고... 손은 손대로 가는데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었다.

야들야들한 식감의 잔치고기(수육).
야들야들한 식감의 잔치고기(수육).
냉장 돼지껍데기를 직접 손질해서 만든 매콤한 맛의 편육. 
냉장 돼지껍데기를 직접 손질해서 만든 매콤한 맛의 편육. 

■ 가족이 항상 우선

“맞아요, 제가 하는 얘기가 그거예요. 한우 양지에 고명으로 고기까지 나오면 남겠냐고요. 우리 남편은 자기만족이 안 되면 안 내놓을 정도로 철저해요. 연구 되게 많이 해요. 요리법 찾아보고, 맛집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보다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에요. 처음에는 밑반찬으로 섞박지를 냈거든요. 맛이 안 나온다고 동치미로 바꾼 거예요. 동치미나 편육은 저희가 어머니에게 물어봐서 배웠죠. 음식을 해보니까 간보다 비율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임성배 씨 고향은 옥천읍 신기리, 김광자 씨는 이원면 강청리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은 옥천고 1년 선·후배 사이로 만나 결혼한 지 2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들은 세종에서 고향 옥천을 오가며 화목식당을 지키고 있다. 화목식당이 써 내려가는 음식 이야기는 인스타그램(@hwamokbistro)에 올라온다. 두 사람이 찍은 음식 사진들은 화목식당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딸이 올려놓는다. 화목식당은 가족이 항상 우선이다.

화목식당은 전날 미리 빚어놓은 만두를 다음 날 판매하고 있다.
화목식당은 전날 미리 빚어놓은 만두를 다음 날 판매하고 있다.
만두와 수육에 어울리는 겉절이.
만두와 수육에 어울리는 겉절이.
고명으로 쓰는 한우 양지.
고명으로 쓰는 한우 양지.

“저희는 음식을 파는 장사꾼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 친지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러고 나서 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이윤을 남기겠다는 것보다 내가 맛있게 해서 드셨으니 대가를 지불하고 가시라는 의미로 하고 싶었던 거죠. 약간 개념이 다르죠. 물론 음식만 맛있게 한다고 해서 기분 좋게 가시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애들 엄마가 사람들한테 잘 해요. 그래서 기분 좋게 서비스도 받고, 아늑한 곳에서 중요한 얘기도 할 수 있고요.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 받는 거 풀려고 오실 수도 있고요. 화목식당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손님에게 제공할 우엉차나 보리차를 끓여놓고 있다.
손님에게 제공할 우엉차나 보리차를 끓여놓고 있다.
메뉴판.

주소: 옥천읍 문장로 81-8 1층 화목식당
전화: 731-6712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5시 (3시 이후 포장만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wamokbi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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