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커피·인삼 호두과자 출시한 ‘카페63’
이용숙 대표, ‘정’을 파는 카페로 손님 맞이해
인삼라떼, 꽃차, 대추차, 옛날빙수 인기리 판매
신기리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 동네 옛 빵집 이야기

봄내음이 느껴지는 2월 어느 날, 금구어린이공원 인근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빵 굽는 작업이 한창이다. 침샘을 자극하는 고소한 향이 알게 모르게 스며든 공간. 그 카페는 달랐다. 단지 맛있는 음료와 음식이 기다려지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더 오고 싶게 만드는 힘이랄까. 밀어내지 않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그건 오롯이 주인장 역량 덕인지 모른다. 성신로 63번지에 있어 상호가 카페63이다. “이름이 무의미하죠?” 그는 물었지만 카페63은 뭔가 달랐다.

숙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이숙희. 옥천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숙희라고 부르는 게 더 친숙하다 그랬다. 본명은 10명 중 1~2명 알까 말까란다. 이용숙(53, 읍 장야리) 대표, 옥천에서 안 해본 일이 없던 그다. 호프집도 하고, 옷가게도 하고, 식당도 하고, 시간이 지나 이 카페까지 왔더란다. 오랜 장사 경험으로 깨달은바, 장사도 장사지만 결국 정을 파는 일이라는 것. 사람 좋아하고 정을 나누다 보니 손님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레 따라왔다.

카페63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 했다.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디저트는 많은데 냉동 음식이 즐비하다. 15년 이상 인연이 닿은 손님들도 있는데 냉동을 내놓기 송구했다. 뭐가 괜찮을까. 때마침 친한 동생이 천안의 ‘태극당’이라는 곳에서 호두과자를 팔았다. 이거다. 한 철 장사가 아닌 계속 가지고 갈 메뉴로 어울렸다. 천안 호두과자는 그저 참고만 했다. 인터넷 뒤적거리며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 시식 차 손님에게 내놨더니 이틀 만에 팔라는 반응이다.

신기리 경로당 맞은편에 자리한 카페63 가게 전경.
신기리 경로당 맞은편에 자리한 카페63 가게 전경.

■ 안주하지 않고 만들고, 또 만들었다

“호두과자는 설 명절 전부터 했어요.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손님들이 많이 도와줬죠. 호두과자는 보통 포장 선물로 많이 나가거든요. 결론적으로 식어서 받잖아요. 그래도 호두과자는 식어도 식감이나 맛이 유지되니까요. 처음에는 포도를 넣을까 싶었어요. 옥천이 포도의 고장이잖아요. 포도 농축액도 넣어봤거든요. 제가 연결고리가 있으면 조언도 받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연결고리가 없다 보니 커피, 인삼, 일반 호두과자 이렇게 세 가지만 준비했어요.”

카페63을 운영한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름에는 금산 인삼을 쓴 인삼라떼, 겨울에는 보은 대추를 쓴 대추차 그리고 이제 호두과자까지. 수제로 만든 음료와 음식을 하나하나 늘려가는 과정에서 고민이 없지 않았다. 시행착오가 왜 없었을까. 한때 생과일주스 내놨다가 재료를 다 버린 시절이 있었다. 대추 축제 같은 데 있으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돌아보면 나만의 만족이면서도,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직접 만든 꽃차와 옛날빙수도 인기 메뉴다. 다루는 꽃차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족히 넘는다.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 꽃차는 한국국화, 생강나무, 개복숭아, 메리골드 꽃차(각 6천원)가 인기다. 옛날빙수는 즐겨 찾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라고. 나오는 양 자체가 많고, 빙수에 들어가는 모찌떡을 떡집에서 직접 맞추니 말 그대로 ‘옛날빙수’를 찾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그는 국제기계 인근에서 장사했던 시절 만난 직원들이 회식하고 팥빙수를 꼭 찾는다고 했다.

카페63 1층에서 직접 반죽하고 구운 호두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카페63 1층에서 직접 반죽하고 구운 호두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진 호두과자.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진 호두과자.
카페63에서 판매하고 있는 꽃차가 진열돼 있다.
카페63에서 판매하고 있는 꽃차가 진열돼 있다.

■ 우연히, 어쩌면 필연으로 다가온 옥천

동네 사람들에게 카페63은 카페63 이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일화가 하나 있다. 카페 앞 신기리 경로당에서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여기가 원래 빵집 자리였다고, 한 70년도 더 됐을까. 이 자리에서 빵집을 운영했던 할머니는 찐빵하고 모찌떡 팔아 자제들을 다 키우셨다고 들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동네 분들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했다. “나 어렸을 때 여기서 찐빵 먹고 모찌떡 먹었어.” 이번에 호두과자 한다고 했을 때 속으로 그랬다. ‘내가 이 자리를 물려받아서 할머니 기를 받았나?’ 빵하고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호두과자 할 줄은 생각 전혀 못 했는데 말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옥천에 와서 산 지 20년이 지났다. 옥천이라는 낯선 땅에 어쩌다 보니 눌러앉았다. 옥천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지도를 펼쳤더니 옥천이라는 지역이 눈에 띄었을 뿐. ‘내가 여기 살아야 할 운명이겠구나’ 싶었다. 마음이 움직여 가족과 함께 그냥 왔다,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남부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

4년 전부터 카페63을 운영하는 이용숙 대표가 매장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년 전부터 카페63을 운영하는 이용숙 대표가 매장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년 전 옥천과 지금의 옥천은 많이 다르다. 요즘 말로 ‘라떼는 말이야’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올 만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옥천에 왔을 때 술장사부터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술손님 접대하는 게 어디 쉬울까. 겁부터 났더란다. 그때 나이, 한창 곱고 예뻤던 서른셋. 옥천의 ‘옥’ 자도 모르는 생뚱맞은 여자가 까불고 앉았으니 손님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까웠을까. 지금 돌아보니 그렇더란다.

‘너 참 열심히 살았구나.’ 열심히 살다 보니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고 놀아주더란다. 장사 뭐 한다고 하면 찾아오고, 뭐 한다고 하면 또 찾아오고... 그대로 이어서 찾아오니 장사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작은 동네 옥천에서 정이라는 게 무시하기 어렵다. 이 나이에 돈 보고 장사하나, 사람 구경도 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런 재미로 산다.

카페 1층 내부.
카페 1층 내부.
카페 2층 내부.
카페 2층 내부.

■ 참가선수 이용숙, 장려상 탔다!

“아마 ‘용숙이가 누구지?’ 그럴 거예요. 보통 숙희야, 숙희야 부르니까요. 손님들은 계속이에요. 보통 15년 이상 만난 분들이거든요. 제가 타지에서 왔잖아요. 정말이지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사니까 예쁘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어디서 새로 일한다고 하면 그대로 오시고, 제가 인복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제 성격도 한몫을 하나 봐요. 안 오면 제가 막 뭐라 뭐라 하거든요(웃음).”

살아온 세월에 작은 보답이었을까. 아니면 나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발로였을까. 그가 스마트폰 안에 있는 사진들을 잠시 들여다본다. 5년 전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바리스타 대회에 나가 찍었던 사진에서 그의 손가락이 멈춘다. 여러 참가자들 사이에서 ‘참가선수 이용숙’이라는 명찰을 달며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인들과 같이 갔어도 이만큼 떨리고 긴장됐던 대회는 없었다.

이용숙(오른쪽) 대표가 5년 전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한국바리스타팀챔피언십'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용숙(오른쪽) 대표가 5년 전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한국바리스타팀챔피언십'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국가 공인은 아니지만 커피 하는 사람들 중에 나름 큰 대회였어요. 5년 전에 대회 나가서 장려상 받았거든요. 이 대회가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상품 출시를 하는 대회였어요. 그때 헬시자몽티랑 핑크 자몽치노를 출품했는데 정말이지 이거 만들려고 연습 무지 했어요. 심사위원이 7명 있었을 거예요. 맛이나 청결, 대중화 이런 기준을 평가하더라고요. 위원들 앞에서 왜 이걸 만들었는지 스토리텔링도 해야 하고... 그냥 자랑하고 싶었어요. 제 나이가 이런 나이인가 봐요(웃음).”

■ 손님들이 계속 오는 게 ‘특별한 일’

점심시간 때처럼 한창 바쁠 땐 읍내에서 투다리 운영하는 아들이 도와준다. 그렇게 카페63은 오늘도 내일도 신기리 동네를 지키고 있다. 처음 카페를 맡았던 4년 전과 비교하면 주변에 카페들이 꽤 늘었다. 조바심이 날 법도 했다. 오히려 손님들이 더 아우성이다. ‘큰일 났어, 옆에 체인 들어온데.’ 이 대표는 그런 반응에 시큰둥하다. 어느 순간부터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배우는 지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손님, 네 손님이 다 있다는 거였다. 큰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손님들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신념이었다.

“저는 특별한 건 없고요, 손님들이 계속 오시는 게 저한테 특별한 일이죠. 감사한 일이고요. 제가 한 달, 1년을 쭉 보면요. 매장이 막 잘 됐다가 안 됐다가 이런 게 없더라고요. 약간 들쑥날쑥은 있지만 비슷해요. 저한테는 그게 복이죠.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와주시니 고맙죠. 예전에 코로나 한창 유행할 땐 다들 엄청 힘들었잖아요. 지금이야 조금 나아졌다지만 더 나아져야죠. 원체 전기세나 이런 것들이 다 올랐으니까요. 다른 건 없고요. 소상공인 분들이 다들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편, 카페63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오리지날 호두과자는 4천원(10알), 6천원(15알), 1만2천원(30알), 커피 호두과자는 5천원(10알), 7천원(15알), 1만4천원(30알), 인삼 호두과자는 6천원(10알), 8천원(15알), 1만5천원(30알)에 판매하고 있다. 박스 포장 시 1천원이 추가된다. 주인장이 직접 반죽하고 구운 호두과자를 맛보고 싶다면 카페63에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카페 앞에 호두과자 판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카페 앞에 호두과자 판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상호는 카페 주소인 '성신로 63번지'를 따 지어졌다.
상호는 카페 주소인 '성신로 63번지'를 따 지어졌다.

주소: 옥천읍 성신로 63
전화: 010-7107-5464
영업시간: 오전9시30분~오후9시
매주 일요일 휴무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