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읍내에 개업한 비건 디저트 카페 ‘물원’
쌀가루, 비정제 설탕 이용해 건강한 디저트 제조
밀가루 음식 안 맞는 동생 계기로 관심 가져
옥천 토박이 박수진 대표, 1년 전부터 정착 준비해

옥천에 ‘비건 디저트 카페’를 열면 잘 될까, 사람들이 찾아올까. 개업하기 전에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래도 하고 싶었다. 한다면 고향 옥천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다. 그 점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예전부터 옥천에 오려고 정말이지 안간힘을 썼다.

어떻게든 옥천에서 하고 싶었다. 옥천에서 만난 친구들은 거의 타지에 나와 생활한다. 그래도 가족이 있는 옥천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하던 일이 따로 있었지만 주말만 되면 옥천에 자주 왔다.

딱 1년 걸렸다. 술술 일이 풀릴 줄 알았건만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옥천에 돌아오는 여정이 착착 진행될 줄 알았건만 막상 해보니 자리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다행히 가족들과 친구들이 알음알음 도움을 준 덕에 카페를 열게 됐다.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매장 준비할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일손을 도와줬다. 사업을 하는 친구 또한 고맙게도 명함 만드는 것부터 하나하나 도와줬다. 둘째, 셋째 동생이 사장됐다고 좋아라 한다. 부담도 되지만 매장이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비건 디저트 카페 '물원'이 지난달 11월부터 개업했다. 복층 한옥건물인 이곳은 옛 돈가스 전문점 '조아세' 식당이 있던 자리다. 위치는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있다.
비건 디저트 카페 '물원'이 지난달 11월부터 개업했다. 복층 한옥건물인 이곳은 옛 돈가스 전문점 '조아세' 식당이 있던 자리다. 위치는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있다.

 

읍내 국민은행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금구어린이공원 가기 전 오른편에 복층 건물의 한옥이 보인다. 간판이 따로 없어 그냥 지나치면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모를 법하다. 안을 들여다보니 불이 은은하게 켜져 있다. 매장 앞 유리창에 ‘물원(Mulwon)’이라는 하얀 글씨가 보인다.

물건들의 동산이라 해서 물원(物園), 인터넷에 찾을 때 안 나오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고. 디저트와 커피, 꽃과 식물의 상성을 보듬는 공간을 추구했다. 매장 안에는 아스파라거스, 아미초, 페니쿰 등 다양한 식물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지난해 11월5일부터 개업한 물원은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를 졸업한 옥천토박이 박수진(30, 읍 양수리) 대표가 지키고 있다.

물원 2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1층은 2인 테이블, 2층은 4인 테이블이 있다. 2~4명이 찾아와 간단하게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물원 2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1층은 2인 테이블, 2층은 4인 테이블이 있다. 2~4명이 찾아와 간단하게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 밀가루 음식 안 맞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식물이랑 꽃을 이용한 조경연출 작업을 4년 정도 했어요. 지금도 하는데요. 한겨울에는 작업량이 많지 않고요. 봄이나 가을 시즌이 되면 야외 웨딩이나 실내 카페에 화훼 장식하는 작업이 들어와서 그때가 한창 바쁘죠. 대학교 다니면서 서울서 생활하다가 옥천에 정착하려고 재작년 10월부터 준비했어요.”

카페 '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진 대표는 옥천에서 나고자란 옥천 토박이다. 그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고향을 잠시 떠나 서울서 조경 연출과 관련된 일을 4년간 해왔다. 그러다 1년 전부터 옥천에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취미로 배웠던 디저트를 활용해 카페를 차렸다.
카페 '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진 대표는 옥천에서 나고자란 옥천 토박이다. 그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고향을 잠시 떠나 서울서 조경 연출과 관련된 일을 4년간 해왔다. 그러다 1년 전부터 옥천에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취미로 배웠던 디저트를 활용해 카페를 차렸다.

카페를 크게 열 생각은 아니었기에 간판 없이 시작했다. 천천히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따로 홍보도 안 했다. 그런데 옥천 분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 알고 보니 옥천 맘카페에 어떤 분이 물원 소개를 해줬다고. 안남면에 소금빵집으로 유명한 ‘아는사람빵집 붴’이랑 식감이 비슷하다고, 양우내안애 인근에 있었던 ‘진진빵집’이 생각난다는 손님 반응이 있었다.

1층은 2인 테이블, 2층은 4인 테이블로 구성돼 아담하게 꾸며 놓은 공간이다. 비교적 소규모로 손님을 맞이하는 물원. 여기서 만든 디저트는 여느 카페와 달리 밀가루를 쓰지 않는다. 쌀가루, 비정제 설탕을 이용한 디저트와 음료를 준비한 게 특색이다. 식감은 밀가루로 만든 디저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성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 동생이 디저트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밀가루나 버터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아토피가 심해지는 거예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이어서 다른 음식을 찾아봤죠. 찾는 과정에서 쌀가루로 만든 디저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1년 정도 배웠던 게 계기가 됐어요.”

■ ‘원하는 디저트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날마다 올라오는 디저트는 물원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사진제공: 물원)
날마다 올라오는 디저트는 물원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사진제공: 물원)

동생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려고 취미로 배운 게 일이 이렇게 커졌다. 너무 단 음식이 몸에 안 맞는다는 박수진 대표의 체질 또한 물원에서 나오는 디저트에 영향을 줬다 하니 찾는 손님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계산대 한 켠에 조그마한 팻말이 있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는 낯선 용어가 보인다.

글루텐은 보리, 밀 등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을 말한다. 밀가루 성분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체내 소화를 방해하는 성질인데 글루텐 프리는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음식을 일컫는다. 그동안 밀가루 음식이 안 맞는 사람들이 물원에 찾아왔다고 한다.

진열된 디저트마다 스티커로 구분을 했다. 초록색 스티커는 글루텐 프리, 파란색은 로우 글루텐(Low-Gluten; 글루텐 성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식), 주황색은 비건(Vegan;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 디저트다. 밀가루와 달리 쌀가루 공정은 떡을 찧는 느낌에 가까워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꽤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발로나초코 휘낭시에.
발로나초코 휘낭시에.
버터바.
버터바.

“생각보다 밀가루 음식을 못 드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매장 열고서 알았어요. 저는 쌀가루로 만들었다는 말을 굳이 하진 않아요. 앞에 적어놓긴 했지만 괜히 맛없다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손님들 반응도 그렇고 맛에 큰 차이는 없어요. 앞에 주문진아구찜 사장님도 밀가루 소화가 안 된다고 소금빵 사러 종종 찾아오세요.”

까눌레, 마들렌, 갸또쇼콜라, 소금빵 등 나오는 디저트 종류는 비슷하다. 맛은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게 가져간다. 오늘 말차까눌레가 나왔다면 다음 날은 얼그레이 맛이 나오는 식이다. 날마다 나오는 메뉴는 물원 인스타그램(@cafe_mulwon) 스토리에 올리고 있다. 반죽, 숙성 과정을 거치는 디저트 특성상 전날 원하는 디저트를 요청하면 다음 날 준비할 수 있다고.

■ 나만 알고 싶은 옥천의 이색 카페

인터넷에 물원을 찾아보니 누리꾼들이 많은 리뷰를 올려놨다. 리뷰 대부분은 옥천에 쌀가루를 쓴 디저트 카페 열렸다는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수진 대표는 호의적인 평을 남겨준 손님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중 일부 내용을 추렸다.

‘제가 먹어본 밀크티랑 휘낭시에 중에 제일 맛있어요. 옥천의 보석 같은 곳 발견!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맛!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자주 들를게요! 테이크 아웃한 소금빵도 기대됩니다.’ (아이디: 르플**)

르뱅 쿠키.
르뱅 쿠키.
블루베리 크럼블.
블루베리 크럼블.

‘옥천에 이런 카페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인테리어 맛집, 디저트 맛집이에요. 디저트 다양하게 팔아서 좋아요. 꺄눌레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이고, 소금빵도 맛있습니다. 다음에 또 갈게요.’ (아이디: 아물***)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거 같아서, 사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장님 오래 하시려면 유명해지시길 바라면서, 종종 맛있는 빵이 먹고 싶다면 갈 것 같아요. 많은 인원보다 2~4명 인원이 소소한 일상 대화를 하며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하기에 좋은 카페인 것 같아요.’ (아이디: Lmo**)

물원 주변에 있는 상가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각, 아침 7시에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 도착하면 에어팟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제빵 작업을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옆에 있는 명륜당 사장님이, 앞에 있는 주문진아구찜 사장님이 출근한다.

매장을 운영하니 한가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화분에 물 줘야 하고, 빵 굽고, 진열하고, 판매하고, 혼자서 온갖 일을 다 한다. 가만히 있지 않은 성향 덕인지 매장 일이 지겹거나 하진 않았다. 주변 상가 사장님들은 젊은 사람이 한다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혼자 이것저것 한다고 응원해주고 반가워해서 힘이 됐다.

시오빵.
시오빵.
크림치즈 테린느.
크림치즈 테린느.

■ ‘고향 옥천에 돌아와서 좋아요’

“옥천을 정말 좋아해요. 서울에서 일하다 왔거든요. 옥천에 오려고 안간힘을 쓴 거 같아요. 평일은 일하고 주말에 디저트 카페 열려고 거의 1년은 주말 없이 일했던 거 같아요. 너무 오고 싶었어요. 가족이 있어서 그게 정말 좋았고요. 별 고민이 없었죠. 무조건 옥천에서 해야겠다, 무조건. 그런 마음이었죠.”

하고 싶은 것도, 꿈꾸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이다. 원래 하던 조경 연출도 이어가고, 이제는 디저트 카페도 열었으니 이 두 가지 일에 전념하겠구나 섣불리 판단했다. 그런데 옥천에서 또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제 다음 목표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마련하는 거예요. 그걸 해보려고 시골에 집을 하나 구했어요. 여기 매장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자금이 생기면 스테이 공간으로 꾸미려고요. 요 근래 금산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스테이 공간이 많이 생긴 거 같거든요. 옥천이 대전이나 타지에서 근교로 오기 접근성이 좋은 동네잖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해보고 싶어요.”

발로나초코 휘낭시에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쟁반 위 종이에 소나무를 형상화한 그림이 나타나 있다. 디자인 전공하는 박수진 대표의 지인이 그림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발로나초코 휘낭시에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쟁반 위 종이에 소나무를 형상화한 그림이 나타나 있다. 디자인 전공하는 박수진 대표의 지인이 그림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조화장식 의뢰가 들어오는 주에는 일주일에 이틀, 일요일과 월요일을 쉴 계획이라고 한다. 그때마다 인스타그램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건강을 생각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고 싶다면 카페 물원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비건 디저트 카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옥천에 새롭게 생긴 카페 물원을 추천한다.

“옥천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걸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어요. 처음에는 옥천에서 디저트 카페를 한다는데 누가 알아줄까 이런 고민이 컸거든요. 신기하게도 찾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동생을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 하길 정말 잘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디저트를 정성껏 만들어 놓을게요. 많이 찾아와주세요.”

물원을 운영하면서 조경 연출 의뢰가 
물원에 방문하면 지금도 조경 연출 작업을 하는 박수진 대표가 꾸며놓은 여러 식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갸또쇼콜라.
갸또쇼콜라.

주소: 옥천읍 중앙로4길 4 1층
전화: 010-6740-1666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8시 (매주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afe_mul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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