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옥천여중 향목관서 뮤지컬 공연 열려
옥천여중 3학년 학생 전원, 교과통합프로젝트로 참여
노동인권, 성차별, 평화, 환경보호 등 다채로운 주제 담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 금세 지났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학교 친구들과 우리 가르치느라 고생하셨던 선생님들. 졸업하면 같은 공간에서 만났던 시간이 추억으로 남게 된다. 각자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됐다. 이별하는 친구들도, 계속 만나게 될 친구들도, 마음에 담고 싶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기말고사 끝나고 고등학교 원서 접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니 11월 중순이 됐다. 그때부터 한 달 가까이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지혜를 모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수년째 내려오는 우리 학교만의 전통, 우리만의 공연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 대본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 무대 배경, 소품, 의상, 음악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구상했다.

지난달 28일 옥천여중 3학년 학생 전원이 각 반에서 준비한 뮤지컬을 교내 향목관에서 선보였다. 이들은 교과통합프로젝트 일환으로 모든 시험 일정이 끝난 11월 중순부터 수업 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공연을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옥천여중 3학년 학생 전원이 각 반에서 준비한 뮤지컬을 교내 향목관에서 선보였다. 이들은 교과통합프로젝트 일환으로 모든 시험 일정이 끝난 11월 중순부터 수업 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날이 다가오자 점점 초조했다. 리허설을 한 번 했는데 이대로는 모양새가 살기 어려워 보였다. 이 장면에서는 발성을 이렇게, 조명은 이렇게, 동작은 이렇게 가져가자.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친구들과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움츠러들었던 몸이 서서히 풀렸다.

중학교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행사. 어찌 보면 대충해도 되는 무대지만 의욕적으로 달라붙었다. 정규 수업 시간으로는 준비가 부족했다. 학교 끝나고 방과 후 시간에 짬짬이 모여 뮤지컬 공연의 얼개를 완성해 나갔다. 나중에 후회하거나 아쉬움을 남기기는 싫었다. 선생님께 죄송했지만 요구할 건 요구해서 무대를 더 풍성하게 꾸몄다.

조명이나 음향 장비 등을 전문 업체에 맡긴 걸 제외하면 대본이나 무대 배경, 소품, 의상, 음악 등 모든 면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조명이나 음향 장비 등을 전문 업체에 맡긴 걸 제외하면 대본이나 무대 배경, 소품, 의상, 음악 등 모든 면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이 만든 뮤지컬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옥천여자중학교(교장 박정애) 내 향목관에서 특별한 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 옥천여중 3학년 학생들이 모두 모여 각 반에서 준비한 뮤지컬을 관람하며 추억을 쌓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시험 일정이 끝난 뒤 교과통합프로젝트 일환으로 국어, 음악, 체육, 수학 등 모든 교과 선생님들의 협조로 수업 시간 안에 뮤지컬을 기획해 그간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코로나, 독감으로 인해 결손이 몇 명 생겼지만 1반부터 7반까지 3학년 학생 170여명이 참여한 행사였다. 뮤지컬 공연 주제는 학생들이 정했다. 환경 문제부터 시작해 직장 내 부조리, 노동인권, 일상 내 성차별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선정했는데 학생들만의 감각을 살려 재치 있게 내용을 풀어냈다. 기존에 있던 노래를 개사해 쓰거나, 직접 창작해 라이브로 불러 흥을 돋웠다.

이번 뮤지컬 공연을 총괄했던 3학년 수학 담당 박길란 교사는 이날 학생들의 무대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조명이나 음향적인 면에서 학생들이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려고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다.

해양자원보호 문제를 다룬 6반 학생들이 안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해양자원보호 문제를 다룬 6반 학생들이 안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보여지는 면은 아쉽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다. 예년처럼 관성회관에서 공연을 여는 쪽으로 당초 계획했지만 여러 이유가 생겨 불발됐고, 문화예술회관이나 청소년수련관 또한 알아봤지만 잘 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는 지역적인 협조를 통해 조명이나 음향적인 지원이 이뤄져 학생들이 더욱더 끼를 발산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박길란 교사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잠시 눈물을 보였다. “학생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대본도 많이 수정하고, 춤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네 손으로 하고 싶어했어요.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었죠. 너무 의욕적으로 해주니까요. 그래도 흐뭇하고 뿌듯해요.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공연을 제대로 못 보여준 게 너무 아쉬워요.”

■ 뮤지컬 계기로 소극적인 반 분위기 밝아져

1반 뮤지컬 감독을 맡았던 오수영 학생은 본 공연 때 음향사고가 생기는 문제도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친구들과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1반 학생들은 ‘죽음은 휴식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부당한 노동 현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수영 학생은 “준비하는 시간이 정말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해서 괜찮았다”며 “시작하기 전에는 되게 슬플 것 같고 눈물 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친구들이 함께 위로해주고 그래서 잘 마무리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동인권 문제를 다룬 1반 학생들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신나는 무대를 펼쳐 여운을 남겼다.
노동인권 문제를 다룬 1반 학생들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신나는 무대를 펼쳐 여운을 남겼다.

옥천여중 전교회장으로 1년간 활동하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5반 신은지 학생 또한 만날 수 있었다. 5반도 마찬가지로 ‘무엇을 위하여 일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노동인권을 주제로 다뤘다. 신은지 학생은 5반 감독을 맡아 배우로 나선 친구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등 스태프 일을 도맡았다. 조명이나 음향 등 모든 상황이 리허설처럼 되지 않아 당황했지만 평소 연습한 대로 무대에 올려 뿌듯했다고.

신은지 학생에게 한 해를 돌아본 소감을 물었다. “우리 학교가 자치 활동으로 볼 때 도내에서도 그렇고 전국에서도 활발한 학교라고 들었거든요. 자치부가 20명인데 친구들과 함께 이런 행사뿐만 아니라 체육대회나 학교 축제 등을 저희가 1년 동안 주관해보니까 ‘이 학교는 내가 다니는 학교고, 내가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걸 느꼈어요.”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신은지 학생에게 중학교 3년 생활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청성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옥천여중에 진학해 친구들을 새로 사귀는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이 정말 많이 생긴 것 같다고. 그는 옥천이 아닌 타지역에 있는 학교(청원고)로 진학하며 다시 새로운 학교 생활을 맞이하게 됐지만 3년간 좋은 추억을 쌓게 돼 기쁘다고 한다.

“저희 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생님들이 ‘되게 소극적인 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뮤지컬 준비하면서 되게 활발해졌고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번 뮤지컬 공연을 통해 학생들은 친구들과 협력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끼와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뮤지컬 공연을 통해 학생들은 친구들과 협력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끼와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 “공연을 올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3학년 학생들이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실무적으로 지도한 강사가 있었다. 2015년부터 7년 가까이 옥천여중 학생들과 연을 잇고 있는 김나래 뮤지컬 강사다. 그는 1반부터 7반까지 아이들의 개성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각 반에 그림을 그려줬던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게 옥천여중은 애정이 깊은 학교예요. 이 친구들은 다른 학교와 다르게 뮤지컬 전통이 깊어요. 학교 선배들에게 대대로 보고 배운 게 있는 거 같아요. 재능과 끼가 남달라요. 저는 사실 공연까지 못 올릴 줄 알았어요. 중간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공연까지 하게 돼서 울컥했던 거 같아요.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공연을 올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각자 팻말을 하나씩 준비해 메시지를 전하며 이날을 자축했다. '3년 동안 수고했어, 우리들의 새출발 응원해'라고 적혀 있다.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각자 팻말을 하나씩 준비해 메시지를 전하며 이날을 자축했다. '3년 동안 수고했어, 우리들의 새 출발 응원해'라고 적혀 있다.

모든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옥천여중 박정애 교장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격려하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한 달 동안 공연을 준비했는데 기대 이상의 멋진 무대를 보여줘서 가슴이 뜨거웠다”며 “코로나와 독감으로 공연에 빠진 학생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메꿔준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분의 끼와 재능을 멋진 무대로 담아준 담임 선생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여러분 사랑합니다”는 말을 남기며 이날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옥천여중 3학년 학생들이 펼친 뮤지컬 제목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반 △죽음은 휴식이 아니다(불평등 해소(노동인권)) ▲2반 △위험한 무도회(불평등 해소(성차별) ▲3반 △써니(평화와 정의) ▲4반 △구두렐라 라니꾸(양성 평등, 불평등 해소(성차별)) ▲5반 △무엇을 위하여 일하는가(불평등 해소(노동인권) ▲6반 △바다 지키기 대작전(해양자원보호) ▲7반 △웰컴투행복김밥(평화와 정의).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