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한달간 교동 카페서 증약초 학생 사진전 열려
주제는 ‘증약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지난해 이어 두번째
숲, 나무, 꽃, 하늘, 곤충 등 마을풍경 담은 47점 전시

꾸밈없이 밝은 모습 그대로를 담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아침 시간에, 점심시간에, 방과후 시간에 짬짬이 교실 밖으로 향했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학교 주변을 걸었다. 평소에 지나치고 말았던 풍경들이 다가왔다.

다르다. 자세히 보니 다르다. 어제는 왼쪽으로 기울던 잎이 오늘은 오른쪽으로 기운다. 꼬불꼬불 피어나는 고사리 열매가, 병아리를 닮은 예쁜 꽃이, 능청능청 걸어 다니는 사마귀와 장수풍뎅이가 색다르게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찰칵. 사진, 이제 우리도 찍을 수 있다.

증약초등학교(교장 김화자)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구읍에 있는 교동갤러리카페에 삼삼오오 모였다. 어느새 장난기 가득한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이들은 학교, 마을 인근에서 직접 찍은 사진 작품들을 보러 견학 차 찾아왔다.

지난 11월3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증약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 사진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본교, 대정분교 전교생 47명이 참여해 한 작품씩 카페에 전시했다. 학생들은 자기 작품 앞에 서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씩씩하게 작품 설명을 했다.

증약초 1학년, 2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1학년, 2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3학년, 4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4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3학년, 4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4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5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5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6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증약초 6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에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 ‘제가 진짜 사진작가가 된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4학년 조 율입니다. 제 작품 이름은 ‘사랑을 담는 그릇’입니다. 이 사진을 까닭은 사진을 찍으러 밖에 나갔는데 이 꽃이 너무 예뻐 보여서입니다. 이름이 왜 사랑을 담는 그릇이냐면 꽃 모양이 그릇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4학년 김동운입니다. 사진은 ‘새로 태어난 핑크꽃’입니다. 왜 이름을 새로 태어난 핑크꽃이냐면 햇빛을 바라보며 새로 태어난 느낌이 나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설명을 듣던 학생들과 선생님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어떤 학생은 쑥스러워 그런지 조그마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학예발표회 분위기를 연상케 하듯 우렁찬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재기발랄한 작품 제목과 설명에 웃음 바이러스가 번졌다.

4학년 조 율 학생이 준비한 원고에 따라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4학년 조 율 학생이 준비한 원고에 따라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1학년 장윤화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1학년 장윤화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제가 찍은 작품 이름은 ‘아름다운 들꽃’입니다. 왜 이걸 찍었냐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봄에 잘 어울리는 노란빛 꽃이어서입니다. 제가 진짜 사진작가가 된 것 같았습니다. 교동갤러리카페 많이 와주세요.” (김이환 2)

“안녕하세요. 박소현입니다. 제 작품은 ‘초록초록 내 친구’입니다. 이름이 너무 귀엽죠? (네! 귀여워요!) 꽃은 없지만 푸른 자연입니다. 쟤는 자라서 나무가 될 거예요.” (박소현 1)

“제 작품 이름은 ‘사랑하는 우리 학교’입니다.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어요?) 저는 우리 학교를 너무 사랑해서요.” (장윤화 1)

“제 작품은 ‘숲속 길’입니다. 하늘을 찍으려고 했는데 숲길이 너무 예뻐서 이 모습을 찍었습니다.” (양정은 2)

■ 따로 또 같은 47가지 증약 이야기

지난 11월 한달간 증약초등학교 전교생 47명이 교동갤러리카페에 작품 한 점씩 전시했다. 
지난 11월 한달간 증약초등학교 전교생 47명이 교동갤러리카페에 작품 한 점씩 전시했다. 
학교 주변에서 관찰한 다양한 꽃을 찍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찍은 학생도 있다.
학교 주변에서 관찰한 다양한 꽃을 찍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찍은 학생도 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꽃, 곤충을 사진에 담았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꽃, 곤충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은 어떻게 찍었어요?’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뭐예요?’ 학생들이 바라본 시선과 감성이 궁금했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마을에 펼쳐진 나무와 꽃, 하늘, 곤충들을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진 않았을까. 작은 관심과 인정에 아이들은 고마워했다.

지난달 14일(3~4학년), 16일(1~2학년), 18일(5~6학년) 사흘에 걸쳐 교동갤러리카페에 견학하러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쓰고 나뭇잎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들이 보였다. 송민서(4), 권다현(5) 학생이 그 주인공. 민서와 다현은 ‘가을에 흠뻑 젖어’, ‘어여쁜 가을 친구들’이라는 작품 제목으로 가을에 느꼈던 설렘을 표현했다. B4용지 위에 책 사이에 끼어 놓은 낙엽과 나뭇잎 사진도 같이 붙여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니까 신기하면서도 좋아요.”

4학년 송민서 학생의 작품 '가을에 흠뻑 젖어'.
4학년 송민서 학생의 작품 '가을에 흠뻑 젖어'.

‘꽃다발’이라는 작품도 이색적이다. 권준혁(3) 학생은 색연필로 다발을 그리고 위에 흰색, 보라색 국화꽃을 붙여 사진을 찍었다. 만드는 데 30분 정도 걸렸지만 그 과정이 재밌었다고. 김정현(6) 학생은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수업 시간에 흰 종이 위에 꽃잎과 솔방울을 올려 꽃이 재탄생했다. 작품 제목은 ‘꽃으로 함께하는 시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찍은 사진도 있었다. 강혁구(6) 학생의 작품 ‘검은 고양이’. 고양이 이름은 깜둥이다. 동네에서 입양 받은 깜둥이는 이제 사춘기를 지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집에 오면 머리를 들이박고 만져 달라고 비빈다. 혁구는 사람들에게 깜둥이의 귀여움을 알리고 싶어 찍었다.

3학년 권준혁 학생의 작품 '꽃다발'.
3학년 권준혁 학생의 작품 '꽃다발'.

■ ‘잘 찍었죠? 이거 신문에 실어야 해요’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며 계란꽃을 찍어 ‘소인(小人)’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김태양(6) 학생 작품이다. 소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진이라니 뭔가 범상치 않다. 태양은 친구 안채준(6) 학생의 사진도 겸사겸사 소개했다. “앞에 있는 안채준 씨는요. 사마귀 사진을 찍으셨어요.”

작품 이름이 ‘카리스마 있는 사마귀’라니. 채준의 설명이다. “운동장 쪽 나무에서 찍었어요. 사마귀가 얌전하길래 바로 찍었어요. 태양이가 도와주다가 발견한 거예요. 여기서 볼 땐 카리스마가 없지만 찍을 때만 해도 카리스마가 느껴졌거든요.

태양의 도움을 받은 학생이 또 있다. ‘자유로운 장수풍뎅이’를 찍은 강준구(6) 학생. 준구는 학교 주차장 가기 전 울타리에 있는 동그란 구슬 위에 장수풍뎅이를 올려놓고 찍었다. “처음에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장수풍뎅이’로 하려고 했어요. 친구들이 ‘야, 그럴 거면 자유로운 장수풍뎅이’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지었죠.”

6학년 강준구 학생이 찍은 '자유로운 장수풍뎅이'.
6학년 강준구 학생이 찍은 '자유로운 장수풍뎅이'.

김소민(5) 학생은 매화를 사진에 담았다. 제목은 ‘한여름에도 빛나는 매화’. 봄에 피고 여름에 지는 꽃이지만 사진을 봤을 때 봄보다 여름에 더 빛나 보였다고. 유현지(5) 학생은 주운 단풍잎을 하늘에 대고 찍었다. 친구가 옆에서 단풍잎을 들어줬다고. 김세림(5) 학생은 10월에 학교 근처에 있는 봄꽃을 찍었다. 꽃들이 누워서 쉬는 것처럼 보여 ‘꽃들의 쉼터’로 지었다.

친구들에게 ‘하늘 중독자’라는 별칭을 얻은 이근목(6) 학생. 여러 날 운동장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 이모저모를 담았다. 옆에 친구들이 ‘이거 신문에 실어야 해, 잘 찍었죠?’ 부추긴다. 사진작가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에 근목은 수줍어한다.

근목과 쌍둥이 형제인 이원중(6) 학생은 점프하고 있는 친구들을 사진에 담았다. 제목은 ‘하늘로 점프’. 선생님 제안으로 체육관 앞에서 찍었다고. 점프 사진 찍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말에 원중은 근목과 달리 자신만만했다. “잘 찍으니까 된 거겠죠. 전시하니까 좋아요.”

6학년 이근목 학생이 찍은 '하늘'.
6학년 이근목 학생이 찍은 '하늘'.

■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즐거움

증약초 교사들에게도 이번 사진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사진 찍는 기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시야가 섬세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4학년 담임 이효성 교사는 “저와 사진 담당 선생님 손을 거치지 않고 학생들의 작품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동네 주민들에게도 홍보 책자를 나눠드려 아이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유대감을 갖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증약초에서 일하고 있는 3학년 담임 이근영 교사는 지난해 열린 사진전과 달리 올해는 한 작품 한 작품 더 공들여 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작품 보면서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구나 싶어 좋았다”며 “아이들의 감성은 따라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증약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 사진전은 ‘2022학년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작은학교 살리기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증약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 사진전은 ‘2022학년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작은학교 살리기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1학년 장윤화 학생이 학교 전경을 바라보며 찍은 '사랑하는 우리 학교'.
1학년 장윤화 학생이 학교 전경을 바라보며 찍은 '사랑하는 우리 학교'.

2학년 담임 고신혜 교사는 “아이들이 어려서 잘할까 걱정했는데 1년 동안 꾸준히 동아리 활동으로 사진을 배워서 결실을 봤다”며 “이번에 학생들이 30~50 사진 정도 찍은 것 중에 엄선해서 나왔는데 아이들이 정말 대견스럽고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1학년 담임 정효선 교사는 “풀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사진으로 크게 봤을 때와 렌즈에 비칠 때, 지나갈 때가 다 다르다”며 “사진뿐만 아니라 관찰력도 좋아지고 이렇게 사진기를 이용해 썼다는 점에서 큰 교육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6학년 담임 배경숙 교사 또한 “아이들이 대체로 맑은 자연을 주로 찍은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은 ‘2022학년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작은학교 살리기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증약초 사진 수업은 2020년부터 예술강사지원사업 사진동아리와 교내 사진전을 시작으로 2년째 열리고 있다. 2021년부터는 방과후학교 사진부, 예술愛 사진동아리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사진으로 말하는 증약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5학년 김세림 학생이 봄꽃을 보며 찍은 '꽃들의 쉼터'.
5학년 김세림 학생이 봄꽃을 보며 찍은 '꽃들의 쉼터'.
2학년 양정은 학생이 찍은 '숲속 길'.

다음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증약초 학생 47명 이름과 작품 제목이다.

▲1학년 △강민구(민구의 장기자랑) △이승주(노란 봄) △장윤화(사랑하는 우리 학교) △박소현(초록초록 내 친구) ▲2학년 △권준성(분홍 봉오리) △김이환(아름다운 들꽃) △박예서(예쁜 채송화) △유세미(봄의 제비꽃) △양정은(숲속 길) ▲3학년 △구인회(햇빛 계란꽃) △권준혁(꽃다발) △박진헌(불타오르네) △이윤후(꽃산) △안채율(빛나는 꽃) △황성하(꼬불꼬불 고사리 열매) △김미정(병아리 닮은 너) ▲4학년 △배승원(햇빛에 싱그러운 민들레) △김동운(새로 태어난 핑크꽃) △김예지(하수구 속 색다른 세상) △이지영(함께 모여 아름답게) △이서영(우리 모두 자란다) △조 율(사랑을 담는 그릇) △송민서(가을에 흠뻑 젖어) △장재영(행복 가득 노란 꽃) △이성언(물웅덩이에 비친 나무) ▲5학년 △권다현(어여쁜 가을 친구들) △김세림(꽃들의 쉼터) △유새나(노란 꽃의 그림자) △유현지(푸른 하늘 단풍잎) △이세빈(햇빛 아래 그 꽃) △김강환(진격의 사마귀) △황주희(세상 밖으로 나온 꽃들) △이승준(어깨동무 두 나무) △김소민(한여름에도 빛나는 매화) ▲6학년 △강준구(자유로운 장수풍뎅이) △강혁구(검은 고양이) △공지윤(마녀) △김예은(지붕에서 난 꽃) △김정현(꽃으로 함께하는 시간) △김태양(소인(小人)) △배지영(자유로운 놀이동산) △안채준(카리스마 있는 사마귀) △이근목(하늘) △이원중(하늘로 점프) △이준영(하늘과 꽃) △김건환(보랏빛) △이은성(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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