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10일 복지관 주관 ‘금구천 걷기’ 행사 열려
삼양초-로컬푸드직매장 산책로 일대 환경정화도 나서
어르신 280여명 참여··· “매년 걷기 행사 열렸으면”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며 깊어지는 가을. 금구천에 놀러온 오리 가족들은 포근한 날씨에 일광욕을 즐긴다. 썬캡과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하나둘 금구천 산책로에 나온다. 손 붙잡고 나란히 걷는 부부, 평소 산행을 좋아하시는지 등산복을 입고 온 분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점퍼를 허리에 둘러맨 분들. 다들 한 손에는 노란 종량제봉투를 들며 쓰레기를 줍고 이날 즐거움을 만끽한다. 저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동네 이웃들이 모처럼 야외에 모였다. 끝 모르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디 마을 잔치라도 하는 걸까. 금구천 산책로에 사람들이 무슨 일로 북적북적할까. 지난 10일 오후 1시 삼양초등학교 정문 앞에 다다르자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오재훈)이 특별한 걷기 행사를 열었다. 이름하여 <다같이 쓰담쓰담 금구천 한바퀴>. 쓰담쓰담걷기(쓰레기 담으며 걷기)를 통해 우리동네 환경을 지키고 내 건강도 지키자는 취지의 행사다.
복지관 회원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60세 이상 옥천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해도 좋았다. 어르신들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내 주변 친구들을 대동하고 나섰다. 그렇게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열린 걷기 행사에 어르신 280여명이 참여했다. 코스는 삼양초등학교 정문부터 로컬푸드직매장 앞 잔디광장까지 약 1.4km. 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도 문제없다.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도착지점까지 걸어 확인증에 도장을 찍어오는 여정이었다.
“벌써 도착하셨네, 어머니.”
“걷기대회 하는 줄도 몰랐어.”
“하루만 참여해도 상품 드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뎌.”
“상품이 문제가 아니라 까맣게 몰랐어. 문자 보니까 걷기대회 (문자가) 와있더라고.”
“와있었구나.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라. 2주 뒤에 상품 챙기시라고 연락드릴게요, 어머니.”

 ■ ‘무심코 버리는 물건, 재활용하면 어떨까요?’

행사를 주최한 복지관은 참여한 날만큼 소정의 상품을 전할 예정이지만, 어르신들은 상품보다 더 귀한 행사로 받아들였다. 이날 삼양초등학교, 로컬푸드직매장 앞 부스에 복지관 사회참여팀 박난이 팀장을 비롯해 박유리 정수은 김성현 담당자가 행사 진행을 도왔다.

부스에 도착한 참여자들에게는 확인증에 도장을 찍어주고 집에서 준비한 재활용 아이디어 사진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온 사진 안에는 페트병을 이용해 콩을 담거나 화분을 만들거나, 아니면 와인병으로 조명을 만드는 등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3일 연속 어르신들이 지나간 금구천 일대에는 쓰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행사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0일에는 더 이상 쓰레기를 주울 게 없을 정도로 산책로가 깔끔해졌다. 꼭 금구천 코스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쓰레기를 줍고 걸어와도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됐다. 로컬푸드직매장 앞 잔디광장 인근에서 쉬고 있던 하늘빛부녀회 회원 일동을 만나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들었다.

“매일 1시간씩 도는데 힘들긴 뭘 힘들어요. 너무 좋죠. 복지관에서 우리 실버들 건강 챙겨주려고 이런 프로그램을 1년에 두 차례 했잖아요. 봄에는 5일을 했어요. 이번에는 3일 하고요. 복지관에 너무너무 감사하죠. 이거 말고도 이것저것 많이 챙겨줘서 늘 고마워요. 이렇게 안 하면 누가 우리 건강을 챙겨주겠어요. 너무 잘해주는 거죠. 안 그래요? 우리 오재훈 관장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내년에도 하면 당연히 참여해야죠.”

걷기 일정을 마치고 딱새에게 줄 열매를 따고 있는 서종원 어르신.
걷기 일정을 마치고 딱새에게 줄 열매를 따고 있는 서종원 어르신.

모든 걷기 일정을 끝마치고 금구천 인근에서 열매를 따고 있는 서종원(85, 성암리) 씨도 만났다. “열매 따서 새밥 주려고요. 딱새가 단체로 오는데 아주 잘 먹어요. 새들도 여기 먹을 거 있다고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거 같아. 오늘 날씨 참 좋네요. 매년 걷기 행사하는 건 물론이고 매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걷기운동이 참 좋은 거여.”

삼양리에 사는 윤기남 씨가 3일 동안 모아온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고 삼양초 정문에 거의 도착할 무렵 만났다. “날씨 엄청 덥네요. 오늘은 주울 게 많지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걸으니까 운동을 더 하게 되잖아요. 걸으면 상품도 준다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거 있죠. 집은 저기 직행버스 주차장 쪽이에요. (여기서 완전 반대편에 있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너무 좋아요.”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 금구천 일대가 금방 깨끗해졌어요

부부 동반으로 참여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황완수(74) 육승애(72) 씨 부부와 동행하면서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힘들긴요. 매일 집 근처에서 걷기 운동을 하니까요. 오늘 날씨가 되게 좋네요. 지난해와 다르게 쓰레기봉투를 받아서 주우니까 거리가 더 깨끗해진 거 같아요. 어제 우리도 많이 주웠어요. 도로나 인도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런 풀밭에도 숨어 있어요. 이런 걷기행사 여는 거 정말 잘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너무 좋아요.”

군북면 소정리에 사는 박삼봉(78) 김춘연(77) 씨 부부도 이날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입가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너무 좋아요. 매일 저녁 종합운동장에 가서 40분 동안 한 5바퀴 돌아요. 그게 우리 일과예요. 즐거우니까 이렇게 걷는 거예요. 이런 행사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신문에 잘 좀 소문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렸던 반가운 단비와 같았는지 모른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오면서 지역 내 여러 행사가 지연됐고 모임이 줄어들던 와중이었다. 동네 야외에서 여는 작은 행사지만 오며 가며 동네 이웃들을 만나고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어르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행사이자 만남의 광장으로 남았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로컬푸드직매장을 향해 걷고 있다. 

이번 행사 진행을 도운 복지관 박유리 담당자는 어르신들이 밖에서 대화도 나누고 건강도 살피라는 뜻에서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걷기 행사가 워낙 반응이 좋았던 지라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유리 담당자는 “작년에는 5일간 금구천변 걷기를 하면서 중간에 비도 왔는데 매일 오셔서 ‘걸으니까 너무 좋다’ ‘더 길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올해도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웠다”며 “워낙 인원이 많아 나들이는 못 갔지만 가까운 금구천에서 걷기 행사를 다시 해도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참여해주신 어르신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복지관 많이 사랑해주시고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춘연 박삼봉 어르신 부부가 금구천 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춘연 박삼봉 어르신 부부가 금구천 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복지관 사회참여팀 김성현 박유리 담당자가 삼양초 정문 앞 부스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복지관 사회참여팀 김성현 박유리 담당자가 삼양초 정문 앞 부스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복지관 사회참여팀 정수은 담당자와 박난이 팀장이 로컬푸드직매장 앞 잔디광장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복지관 사회참여팀 정수은 담당자와 박난이 팀장이 로컬푸드직매장 앞 잔디광장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삼양초 부스에 도착한 윤기남 어르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삼양초 부스에 도착한 윤기남 어르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
황완수 육승애 어르신 부부가 금구천 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완수 육승애 어르신 부부가 금구천 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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