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옥천교육도서관서 ‘10월의 하늘’ 열려
정재승 교수 제안으로 시작된 과학자 재능기부 강연
강연자로 이동원 연구원, 박창호 사무국장 나서
과학으로 만나는 에너지, 기후변화, 우주, 빵 이야기

1957년 10월의 어느 날,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탄광마을 콜우드에 한 소년이 살았다. 당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퍼졌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별이라니 정말 대단한데? 나도 해보고 싶다!’ 그는 로켓 과학자를 꿈꿨다. 땅속만을 바라보며 살던 탄광촌 사람들에게 하늘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꿈은 놀림거리가 됐지만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어났다. 그는 좌절과 실패에 굴하지 않고 나아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가 된 ‘호머 히컴’ 이야기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2022년 8월5일 우리나라 첫 번째 달 탐사선 ‘다누리’가 지구를 떠나 머나먼 우주로 항해했다. 지난 7일에는 다누리호가 영상을 하나 보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 120만km 떨어진 우주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보내 우주 인터넷 기술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10월의 하늘을 보며 로켓과학자를 꿈꿨던 탄광촌 소년의 호기심이 현시대 과학자들에게도 작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진 않았을까.
지난 10월29일 오후 2시 옥천교육도서관 3층 성장배움터. 이곳에서 미래 과학꿈나무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별한 과학 강연이 열렸다. 바로 ‘10월의 하늘’이라는 주제로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는 취지의 과학자 재능기부 강연이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제안으로 2010년부터 매년 10월이 되면 과학자들이 지역 청소년들을 만나는 강연을 했다. 올해 13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옥천교육도서관뿐 아니라 전국 작은 도시 50개 도서관에서 같은 날 ‘10월의 하늘’이 열렸다.
이날 우리지역 학생·학부모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동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전문위원, 박창호 EoC(Economy of Communion; 모두를 위한 경제) 한국위원회 사무국장이 1일 강사로 나섰다. 사회는 SBS 성우로 활동 중인 강은하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동원 연구원은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인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과 이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박창호 사무국장은 <빵 안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빵과 과학, 진로 탐색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월29일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열린 과학자 재능기부 강연 '10월의 하늘'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10월29일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열린 과학자 재능기부 강연 '10월의 하늘'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로는 어렵다

“제가 질문을 드릴게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물도 있고요. 공기가 없으면 숨을 못 쉬죠. 또 뭐가 있죠? 음식, 식량이 있어야죠. 가만 생각해보면 공기, 물, 식량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필요해요. 그렇다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뭘까요? 오늘 얘기하려는 에너지입니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사람은 불을 다루지만 동물은 그런 걸 못 하죠. 사람이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기, 물, 식량, 에너지입니다.”

이동원 연구원은 인류 역사가 급격하게 발전한 시기를 18세기 전후로 봤다. 인간은 직접 불을 때거나 동물·풍차·물레방아 같은 도구로 원시적 에너지를 구했다. 그러다 18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석탄을 원료로 하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산업 발전을 이뤄냈다. 이후 석유나 가스(LNG)도 이용했는데 이때 석탄, 석유, 가스를 통틀어 화석에너지라 부른다.

화석에너지는 인류에게 여러 문제를 안겼다. 산성비, 스모그,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무한정 쓸 수 없는 한계점도 있었다. 영국 석유기업인 영국석유(BP)의 2020년 에너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석탄은 140년, 석유는 55년, 가스는 50년이 지나면 고갈된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해외에서 화석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몇 퍼센트일까요? 한 40% 수준이에요. 그렇다면 에너지 자급률은요? 한 6~7%밖에 되지 않습니다. 즉, 식량과 에너지가 없는 겁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93%, 식량의 60%를 수입하죠. 제가 봤을 때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100% 자급은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원자력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원자력은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있죠.”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이 연구원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원자력 발전이 안전한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봤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것. 미래 세대에게 폐기물을 무거운 짐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원자력 에너지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

■ 기후변화, 친환경에너지 확보로 대비해야

“1979년 과학자들이 지구를 가만히 보니까 뭔가 이상해요.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거예요. 온도가 올라가면 가뭄이나 홍수가 생기고, 태풍이 훨씬 많이 생기고, 빙하가 녹아 일부 지역은 물바다로 잠기거든요. 기후변화가 왜 생겼나 연구해보니까 온실가스가 원인이었어요. 어떤 가스들이 지구를 덮고 있더라는 거예요. 이걸 온실가스라고 해요.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이산화탄소였어요. 전체 온실가스의 7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어디서 많이 나오나 봤더니 바로 화석에너지예요. 200~300년 전부터 우리 인류가 화석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그래요.”

지난해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해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연구원은 약속을 이행하려면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지열, 수력, 풍력 등)를 합친 용어다.

“우리나라 에너지는 92.8%를 수입해요.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80%는 화석에너지, 그 다음에 원자력이 12%, 나머지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7% 밖에 안 돼요. 과연 가능할까요? 지금 에너지 사용량은 해마다 계속 늘어나거든요. 분명 2018년 치의 4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쓸데없는 약속을 했네, 이럴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는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잖아요. 수입 금지를 내려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들어 파는데 여기에 화석에너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조사하거든요. 화석에너지를 많이 썼다고 나오면 수입을 금지하든가 관세를 물리죠.”

인류 생존에 에너지는 필요하지만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안전 문제 등 짚고 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과학연구를 통해 미래 친환경에너지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이제 저는 퇴직해서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 중에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과학적 성취에 가려진 재밌는 이야기

“친구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지수? 지수 책상 위에 먹을 게 참 많이 있는데, 만일 내가 우주여행을 간다면 어떤 빵을 갖고 가겠어요? (포켓몬빵이요) 오케이, 그걸로 합시다. 재준이는 어떤 빵을 가져가고 싶어요? (소보로빵이요) 그래요? 조금 소박한데?”
두 번째 강연에 나선 박창호 EoC 한국위원회 사무국장이 학생들에게 퀴즈를 내며 ‘빵 안의 과학’ 강연을 열었다. 그는 EoC 한국위원회를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우주에 갈 때 짧은 여행이 아니잖아요. 굶고 갈 수 없지 않겠어요? 1960년대 미국 과학자들이 우주여행을 처음 갈 때 이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몰래 가져갔데요. 규정에는 아무것도 못 갖고 가게 돼 있는데 샌드위치를 몰래 숨기고 가서 들켰데요. 그게 박제돼서 미국 나사(NASA) 박물관에 있다고 하거든요. 우리는 발사체 쏘면 이번에 성공했니, 안 했니 이런 얘기만 하는데 그 안에는 숨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답니다.”

박창호 사무국장은 강연 내내 학생, 학부모에게 질문을 던지며 참여를 유도했다. 질문에 정확한 답이 아니더라도 참여에 의의를 두고 그가 가져온 성심당 빵을 한 봉지씩 선물했다.

“퀴즈 나갑니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은 누굴까요? (이소연이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이도윤이요) 도윤이? 맞아요.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은 이소연 박사고,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이소연 박사는 당시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갔는데요. 러시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챙겨준 먹거리가 있어요. 이게 뭔 거 같아요? (롤케익이요) (식빵이요) 진심이야? 이소연 박사에게 물어봤더니 브라우니래요. 우리가 기억할 게 뭐냐면 부스러기가 날리면 안 되겠죠. 왜 부스러기가 날리면 안 될까요? (공기 중에 부스러기가 날아다니면 다른 기계 부품에 낄 수 있으니까요) 아이구, 어머님이 과학자시네요. 어머님 빵 하나 드려야겠네요. 맞아요. 우주선이 고장 날 수 있잖아요. 먹는 것까진 좋은데 집에 못 가면 큰일이니까요.”

■ 앞으로 과학 강연 많이 열렸으면

그는 해외 우주원들이 우주선 안에서 피자 파티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에 ‘PIZZA NIGHT’라고 검색하면 1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다. 박 사무국장은 “우주선 안에 우주과학기술자 뿐만 아니라 영양학자, 생물학자도 참여해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진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발사체를 쏘는 단계에 있어 갈 길이 멀지만 여러분들이 우주선 안에서 피자 파티를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30초만 다 같이 눈을 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볼까요? 어머님도 같이 눈 감으시고. 눈 뜨면 반칙. 좋아하는 일이 떠오른 사람? 여러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게 좋아요. 저 학생처럼 요리사를 할 수도 있고,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저를 만나서 과학이 생각보다 외우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재밌는 구석이 있다는 걸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고민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마세요.”

이날 강연에 참여한 어머니 권선영(44) 씨와 요리사가 꿈인 아들 박준서(12) 학생은 색다른 과학 강연을 듣게 돼 좋았다고 한다.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던 권선영 씨는 “재활용 분리수거나 세제를 덜 쓰는 등 개인이 일상에서 에너지를 아껴 쓸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에너지와 기후변화와 관련한 유익한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이런 과학 강연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구과학을 좋아하는 아들 최은호(15) 씨와 함께 참여한 어머니 박하진(40) 씨는 현재 옥천에서 과학동아리 ‘꿈나무YES’ 총무를 맡고 있다. 박하진 씨는 과학자들을 자주 모셔와 학생들이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체에너지가 뭐가 있을까,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궁금해졌다”며 “오늘 강연을 듣고 아들이 과학을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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