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면서 깔끔했다. 잡내나 비린내가 안 났다. 고기가 질기지도, 그렇다고 풀어지지도 않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맛과 몸보신, 일석이조를 잡았다. 온열성으로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진 흑염소탕. 근육도 튼튼, 뼈도 튼튼. 이만한 보양식이 또 있을까. 다 먹고 보니 요즘 말로 ‘(흑염소탕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로 표현할 수 있겠다.
흑염소탕 한 그릇 뚝딱하는 데 1만5천원. 요즘 물가가 오르긴 올랐나 보다. 그런데, 가만 보자.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같은 가격에 다른 집보다 고기 양은 더 많아 보인다. 역지사지 심정으로 소비자가 아닌 식당 주인 입장이 되어봤다. 이리 고기를 많이 줘도 괜찮을까.
군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금산리의 한 식당. 이곳은 임향택(57, 군서면 상중리) 대표와 아내 김옥순 씨가 운영하는 ‘솔밭염소탕’이다. 이전부터 솔밭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한 자리였다. 이들 부부는 2015년 6월1일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오로지 흑염소 음식만 다루고 있다.
“흑염소 물가가 많이 올라 걱정이에요. 그렇지만 인정상 100g 정량을 딱 지킬 수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주면 너무 야박하고 인색해. 여기가 시내랑 떨어져 있기도 하고, 또 연령층이 중장년층 손님이 많아서 좋은 고기 갖다 써야죠. 약간은 우리가 손해 보며 장사하는 거죠. 양이 엄청 큰 차이는 아닌데 조금만 신경 쓰면 서운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넉넉하게 드려요.”

■ 새벽 일찍 나와도 시간이 쪼들렸다

물가는 내려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올라가면 계속 오를 터였다. 그래도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양만큼은 속이지 않고 여유 있게 담으려 했다. 보기에 풍성하게 보여야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간다는 자부심으로 식당을 했다.

흑염소 고기는 전라도에 있는 염소농장에서 받아온다. 식당 초창기에 정했던 거래 업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직거래한다. 맛이 달라지지 않는 게 최우선이었다. 숙성 냉장고를 두고 3일이면 3일, 4일이면 4일, 고기를 숙성한 뒤 작업한다. 결국 고기 숙성에서 모든 게 판가름 난다. 고기를 삶아보면 다 안다.

새벽 5시에 식당에 나와 준비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출근 시간이 더 당겨진다. 새벽 2시에 나온다. 너덧마리씩 삶으면 제시간에 일어나서는 엄두를 못 낸다. 어쩔 수 없다. 고기가 삶아진다고 해서 금방 요리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식히고 작업하다 보면 시간이 쪼들리게 느껴진다. 아침 10시30분까지 모든 작업이 끝나야 한다. 그래야 오픈 시간인 11시부터 손님을 맞이한다. 그렇게 7년 넘게 식당 문을 열었다.

“흑염소 음식은 성수기, 비수기 차이가 커요. 아무래도 사계절이 뚜렷하죠. 여름 보양식으로 많이 나가는 편이라 지금은 덜 되는 편이에요. 지금은 흑염소 음식만 하는데 아직 계획은 없지만 불고기 같은 음식도 추가해서 보강할 생각이에요.”

점심에 주로 손님들이 찾아온다. 옥천뿐만 아니라 마전, 금산, 대전, 영동, 상주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온다. 지역마다 흑염소탕을 잘하는 식당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솔밭염소탕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옥천까지 온다. 고마운 마음이다.

옥천뿐만 아니라 금산, 영동, 상주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식당 앞에 넓은 정원이 있어 주차하기에 용이하다.
옥천뿐만 아니라 금산, 영동, 상주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식당 앞에 넓은 정원이 있어 주차하기에 용이하다.

■ 오는 손님에게 더 잘하고 싶어요

고향 대전에 살다 식당을 열던 즈음 군서에 왔다. 연고는 따로 없었지만 이사할 동네를 둘러보는 중에 군서가 가장 끌렸다. 지내면 지낼수록 옥천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전 비래동에 살 때를 떠올리면 막말로 살벌했다. 주차난에, 주변 소음에, 공기도 탁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조용하면서 공기도 좋은 옥천. 동네 주민들도 정겹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금방 친해졌다. 군서에 처음 왔을 때 주민들이 오며 가며 어디서 왔냐, 어떻게 왔냐 물어보기도 했다. 때론 부딪힌 적도 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서로가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뜨끈한 국물에 속이 든든해지는 염소탕 한 그릇 어떨까?
다가오는 겨울 뜨끈한 국물에 속이 든든해지는 염소탕 한 그릇 어떨까?

한창 식당 일이 바쁠 땐 제대한 아들(임동산 씨)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여기서 3년 있다가 나와 읍내에 식당을 하나 차렸다. 서울정형외과의원 인근에 있는 뼈다귀탕 전문점 ‘농민뜨끈이’다.

“2년 전에 개업했을 거예요. 조그마한 분점을 내려다가 뼈다귀탕으로 업종을 바꿨죠. 매일 저녁에 아들 식당가서 도와주고 그래요. 손님들이 하는 말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주더라고요. 혼자 독립적으로 해봐라 해서 내보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홀 공간이 좁아서 욕심 같아서는 더 넓은 데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조그마한 텃밭에 고추 심고, 고구마 심으며 자급자족할 정도로만 지낸다. 식당 장사가 잘돼서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면 좋겠지만 오는 손님에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돈이 많으면 무슨 소용인가. 주변에 나누기도 하고 좋은 일도 하며 살아야 즐겁다.

“지역에 체육대회라든지 깻잎축제, 동창회 모임, 어버이날 이런 때 있으면 동네 분들이 우리 집에 자주 와요. 군서245('군서면으로 이사오세요'라는 뜻을 담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인구늘리기 프로젝트)에도 적게나마 후원하고 지역 살리기에도 참여하면서 식당 일을 해왔죠. 장사도 장사지만 앞으로는 봉사활동을 더 해보고 싶어요. 식당 초창기 때부터 그런 걸 하려고 생각해왔어요. 좋은 일도 하며 살아야죠.”

위치: 군서면 금산2길 10
문의: 733-3357
영업시간: 아침11시~저녁9시, 매주 화요일 휴무

식당 안에 입식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또, 단체 손님들을 위한 야외공간도 있어 그동안 마을잔치나 행사가 열리면 솔밭염소탕에 주민들이 찾아오곤 했다.
식당 안에 입식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또, 단체 손님들을 위한 야외공간도 있어 그동안 마을잔치나 행사가 열리면 솔밭염소탕에 주민들이 찾아오곤 했다.
식당 안에 입식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또, 단체 손님들을 위한 야외공간도 있어 그동안 마을잔치나 행사가 열리면 솔밭염소탕에 주민들이 찾아오곤 했다.
식당 안에 입식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또, 단체 손님들을 위한 야외공간도 있어 그동안 마을잔치나 행사가 열리면 솔밭염소탕에 주민들이 찾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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