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운영 노하우로 정성껏 음식 만들고 싶어”
지난 9월 하얀꽃집 위층에 개업한 ‘카페 업스테어(UPSTAIR)’
유은희 대표, 부모님 계시는 고향 안내면 현리에 돌아와
과일에이드, 디저트 직접 만들어···예약 및 대관 신청 받아

막연하게 생각했던 꿈이 순식간에 현실로 다가왔다. 부모님과 가족이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타지 생활을 낯설어 하거나 어려워하는 성향도 아니었다. 언젠가 고향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늘 한켠에 있었다. 수원에 살 때도 ‘엄마 아빠 살아계실 때 자주 와야지’ 싶어 한 달에 1~2번 옥천에 곧잘 왔다. 주변에서는 ‘정말 대단한 결정을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냥 가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고향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었으니까.
옥천에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수원에서 1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왔다. 주말부부로 지내던 남편은 타지에 직장이 있어 귀촌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자녀들도 동의했다. 어렸을 땐 정든 친구들과 떨어지는 걸 주저했던 아이들이지만 대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흔쾌히 허락했다. 옥천고 1학년에 입학한 작은딸은 기숙사 생활하며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옥천 생활에 적응했다. 이제 옥천에서 내 일을 찾으면 됐다.
대학교 때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해 음식 만드는 일은 익숙했다. 가정을 돌보면서 집에 작은 홈카페 공방을 운영해왔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직접 만든 빵과 에이드청을 나눔하곤 했다. 친구들과 괜찮은 카페에 돌아다니는 취미가 있었는데 돌다 보면 마음에 쏙 드는 음식이 없을 때가 생겼다. 진짜 맛있는 음식, 성의 있는 음식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 돈은 조금 벌더라도 가족들에게 주는 음식이라 생각하며 카페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어렸을 때 살던 안내면 현리에 돌아온 유은희 씨는 음식 만드는 특기를 살려 카페를 열기로 결심했다. 마침 친언니가 운영하는 하얀꽃집 건물 위층이 비었던 참이다. 곁에 의지할 사람도 있으니 작은 카페 공간으로 섬세하게 꾸몄다. 상호는 고민 끝에 위층, 2층을 뜻하는 ‘카페 업스테어(Upstair)’라 지었다.
“카페 분위기와 제 생각을 반영해서 이름을 지으려니까 한 달이 넘게 걸렸던 거 같아요.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고민 많이 했죠. 그런데 누가 어떻게 봐도 ‘꽃집 위층이야’ 그럴 거 같은 거예요. 어르신들은 무슨 뜻이냐, 왜 이렇게 어렵게 지었냐 하시는데요. 2층이라는 뜻이라고 말씀드리죠. 그렇게 업스테어라고 지었어요.”
이름 하나 짓는데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 9월부터 성실하게 준비한 카페 업스테어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유은희 대표
옥천체육센터 인근 상가 2층에 카페 업스테어가 있다. 업스테어를 찾는 손님은 1층 하얀꽃집 입구로 들어오면 된다.

■ 친언니·지인과 프리마켓 열며 옥천 왕래해

“대학교 때까지 옥천에서 지내다가 직장을 대전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남편 고향인 수원에 가서 20년 살았는데요. 이번에 기회가 맞아서 고향에 돌아왔죠. 옥천에 부모님, 형제 다 있으니까 시간이 되면 옥천에 넘어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작은애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에 이사할 거라 봤는데요.

어쩌다 보니 일찍 오게 됐네요. 어릴 때 살던 안내면 현리에 집을 마련했는데요. 저희 집 바로 앞에 제가 7살 때부터 지냈던 집이 있어요. 그곳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죠. 이번에 이사 오면서 이웃들에게 떡 돌리고 인사도 드렸는데요. 연세가 드셨지만 어렸을 때 뵀던 어른들이 지금도 계시더라고요. 옥천에 오니까 편안하고 좋아요.”

안내초, 안내중, 옥천고를 졸업한 유은희 씨는 타지에 살면서도 옥천과 인연을 꾸준히 이어왔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프리마켓 작은골목’을 열었다. 옥천체육센터 앞 무진장 장수한우 식당이 있던 골목 자리에 작은 수공예 공방들이 모여 옥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유 씨는 지인들과 이불, 옷, 커피, 목공, 비누, 빵, 자수, 꽃 등 다양한 소품과 생필품을 좌판에 전시하며 작은 시장골목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그는 집에서 만들어온 빵과 쿠키를 가져와 프리마켓에 찾아온 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여기 하얀꽃집 건물 바로 앞에서 프리마켓을 했어요. 지인들이 만든 공예품이랑 제가 만든 빵을 같이 내놓았어요. 예전에 옥천신문에도 한 번 나왔을 거예요. 이원에 있는 로뎀나무에서 프랑스자수 하는 분도 오셨고, 옷이나 천연비누 판매하셨던 분들도 계셨죠. 분야는 각자 다르지만 직접 제작한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감사하게도 이번에 카페를 열면서 예전에 프리마켓 할 때 만났던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토마토주스
토마토주스

■ 그날그날 달라지는 음료와 디저트

카페 안에는 그림, 자수, 짚풀공예, 화분 등 다양한 소품과 꽃이 공간을 빛내고 있었다. 유은희 씨는 하얀꽃집을 운영하는 언니가 챙겨온 인테리어 소품들과 지인들에게 선물 받은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유은희 씨 그리고 언니 유은주 씨 취향이 골고루 스며든 카페 업스테어는 빈티지 가구들을 비치해 아늑하면서 평온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는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내고자 테이블 간격을 여유롭게 둬 공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말차라떼
말차라떼
자몽에이드
자몽에이드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나야 자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쩌다 보니 카페를 차리게 됐지만 예전부터 막연하게 빵 만들고, 음식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나중에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카페까지 연 걸 보니까 제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예전에도 카페 알바를 해본 적이 있어서 카페를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빵 굽고 음료 만드는 기기들은 이미 집에 다 세팅이 돼 있는 상태였어요. 집에 공방을 따로 운영해서 거기서 했던 걸 그대로 다 가져왔죠.”

시나몬롤
시나몬롤

디저트, 커피, 음료 등 입맛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음식을 만들고자 했다. 그가 자신 있게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찾았던 음료는 자몽에이드다. 다른 신선한 과일 재료 또한 받아와 수제과일청 에이드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에게 받은 토마토로 주스를 내놓기도 한다.

■ 홈카페처럼 아늑한 분위기로

“저는 집에서 한다 생각하고 그날그날 빵을 구워서 내요. 보통 카페에 가면 주력 메뉴가 있잖아요. 납품 받거나 하는 곳이 많은데 저희는 메뉴판에 적어놓고 고정적으로 판매를 하진 않을 생각이에요. 그날그날 나오는 디저트를 갖다가 카운터 앞에 써놓는 방식이죠. 주말에도 청 담고 하면 이것저것 손 가는 일이 많지요.

예전에 지인들 선물한다고 에이드랑 디저트를 선물해준 적이 있는데 주말에 쉬질 못하는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일단 소소하게 시작해보려고요. 처음부터 욕심내기보다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그때그때 예약하고 오시면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카페 업스테어가 있는 상가건물 1층에는 아이비상점, 이지헤어, 하얀꽃집이 있다. 유은희 씨가 운영하는 2층 카페 업스테어에 가려면 하얀꽃집 입구로 들어와 안에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업스테어는 하얀꽃집이 닫는 일요일에 같이 쉴 예정이다. 예약을 하거나 대관을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는 폭은 더 넓어진다. 가족행사 등 카페를 이용할 방법이 열려 있어 유동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멀리서 차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옥천체육센터 앞 주차장을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옥천에 정말 카페가 많고 특색이 있잖아요. 저희 카페는 ‘홈카페’라고 생각해요. 제가 집에서 가족이나 손님들을 대접한다고 생각하며 운영하니까요. 분위기 자체를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요. 카페 업스테어가 편안하게 쉬었다 가는 공간, 부담 없이 들렀다 가는 집처럼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1층 꽃집에서 예쁜 꽃 구경하면서 놀러 오셔요.”

스콘과 아몬드크림라떼
스콘과 아몬드크림라떼
초코파운드케이크
초코파운드케이크
퍼지 브라우니

주소: 옥천읍 관성로 50 2층 업스테어
문의: 010-8733-6137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7시 / 매주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upstair.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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