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옥천공설시장에 개업한 띵호아황서방
공설시장 주변 상가에 짜장면 100여그릇 나눠 눈길
복지관, 노인회, 새마을회 등 정기 나눔 이어갈 예정

작은 정성과 관심에 웃음꽃이 저절로 펴지곤 한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쁨이 찾아온다. 액수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그저 나를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이웃이 옆에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감동은 자연스레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작은 정성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지역사회에 활기가 돈다.
얼마 전 옥천공설시장에 훈훈한 미담이 전해져 왔다. 지난달 4일 개업한 중식당 띵호아황서방(대표 김수영)이 주변 상가들에 짜장면 100여그릇을 나눴다는 소식. 이번에 짜장면을 시식한 남선기물 박래붕(82) 대표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신문에 알릴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점심장사로 바빴던 띵호아황서방에 찾아갔다. 장날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좌석이 들어찰 정도로 인기가 있는 식당으로 보였다. 맛이 어떤지 궁금해 손님으로 와서 볶음밥(8천원)을 주문했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까. 잘게 썬 당근, 파, 양파를 알새우와 같이 넣어 달달 볶아낸 고슬고슬한 계란볶음밥이 상에 올라왔다. 여기에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얼큰한 짬뽕 국물이 함께 나왔다.
질척거리지 않는 온기 가득한 밥알에 달짝지근한 짜장소스를 숟가락으로 비벼 먹으니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한 끼 배부르게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짜장면(6천원), 짬뽕(9천원), 탕수육(1만8천원), 볶음밥 등 기본 음식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왠지 다른 음식 맛도 만족스러울 거란 예감이 들었다.

왼쪽부터 주방 요리를 맡은 강희국 씨, 홀 서빙을 맡은 구남태, 김화정 씨. 이들은 식당 구성원 모두가 사장이라고 말한다.
왼쪽부터 주방 요리를 맡은 강희국 씨, 홀 서빙을 맡은 구남태, 김화정 씨. 이들은 식당 구성원 모두가 사장이라고 말한다.

■ ‘서로 얼굴 보며 알아가면 좋잖아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이날 오후 3시 띵호아황서방에 다시 찾아갔다. 이날 띵호아황서방 김수영 대표는 자리에 없었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김 대표의 아내 구남태(70, 삼청리) 씨, 딸 김화정(48, 삼청리) 씨, 읍내에 있는 천지성에서 7~8년 일하다 온 강희국(48, 대천리) 씨를 만났다. 홀 서빙을 맡은 김화정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표님이 우리 친정아버지예요. 식당은 저희 식구들이 하는 거죠. 주방 사장님, 홀 사장님, 이름만 붙이면 다 사장님이나 마찬가지예요(웃음).”

옥천공설시장 인근에 자리한 띵호아황서방 식당 전경.

옥천읍 삼청리에서 나고 자란 김화정 씨는 강원도로 시집을 갔다가 지난 6월 옥천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중식당 경험이 없어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는 한식 경력 30년을 바탕으로 금방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그는 옥천공설시장에서 7년째 자리를 지켰던 띵호아황서방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호는 기존 손님들을 생각해 따로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좋은 제보를 듣고 찾아왔다고 하자 쑥스럽듯 말을 이어갔다.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짜장면을 나눠드렸는데요. 주변 분들이 고맙다며 좋아하셨어요.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이렇게 다 할 수 있냐면서요. 그래도 서로 얼굴 보며 인사하고 알아가면 좋잖아요. 이번에 짜장면 돌리고 나서 (시식하신 분들이) 지인들에게 소개를 많이 해주셨던 모양이에요. 띵호아황서방 가서 먹으라고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는데 저희야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 노인장애인복지관이나 새마을회, 노인회에도 매달 짜장면 나눔을 해볼 계획이에요.”

남선기물 박래붕(왼쪽) 대표가 띵호아황서방을 운영하는 김화정(가운데), 강희국(오른쪽) 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손님 누구나 기쁨을 전하는 식당으로

개업한 지 한 달이 안 됐는데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날 점심에 손님들로 북적였던 풍경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에 이웃 상가들에 짜장면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이웃들을 찾아가 정기적으로 짜장면 나눔을 계획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읍내에서 황기순의칼국수&왕돈까스를 6년간 운영했던 구남태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우리 아저씨(김수영 대표)가 새마을지도자회 활동을 해요. 새마을도 다 봉사활동이잖아요. 지역에서 한 10년 됐어요. 노인회장도 한 3~4년 했고요. 그래서 짜장면을 돌리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 아저씨가 장애인이에요. 지역에 장애인분들도 많이 알고 있고, 장애인 당사자이니까 그분들의 마음을 잘 알죠. 주변 분들이 알아주면 그걸로 된 거죠.”

지난달 띵호아황서방이 주변 상가들에 짜장면을 나누며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했다. 이번에 짜장면을 시식한 남선기물 박래붕 대표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라며 미담을 전했다.
지난달 띵호아황서방이 주변 상가들에 짜장면을 나누며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했다. 이번에 짜장면을 시식한 남선기물 박래붕 대표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라며 미담을 전했다.

띵호아황서방은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향후 저녁 장사를 계획 중인데 언제 시행할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휴무이지만 장날이 겹치는 일요일은 정상 영업한다. 주변 상가들에 한해서만 배달하고, 홀 식사와 포장이 가능하다. 찾아보니 띵호아는 중국어로 ‘아주 좋다’는 뜻이 있었다. 이곳 중식당을 떠올리면 누구나 엄지를 척 내밀 수 있는 식당으로 오래오래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계란이 밥알에 고루 묻은 고슬고슬한 볶음밥
계란이 밥알에 고루 묻은 고슬고슬한 볶음밥
탕수육

“그동안 장애인 손님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들어오실 때 휠체어 올려드리고, 버스 타는 곳까지 모셔다드렸거든요. 자연히 배려를 해드리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어르신들이 장을 보다 보면 ‘나는 어디에 있어, 너는 어디에 있어’ 대화하는 걸 듣게 돼요. 그러면 거기까지 모셔다드리고 그랬어요. 앞으로 지역에 봉사도 자주 나가면서 이름과 맛을 알리고 싶고요. 오시는 분들 모두가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도록 열심히 해볼게요. 공설시장 오실 때 언제든 들러주세요.”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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