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더함교회 목사이자 ‘향수떡이야기’ 김준영 대표
안남면 연주리 출신···자립공동체 이루고자 지난 1월 설립
약 8개월 준비과정 거쳐 해썹 인증 및 로컬푸드 납품 성사

예배와 삶이 함께하는 자립공동체를 꿈꿨다. 각자 생계를 유지하기도 바쁜 시기에 마을 어르신들과 살길을 도모했다. 교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점이 뭘까 고민해 얻은 산물이다. 교인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 이들의 고충을 들었다. 결국 지금 당장의 문제, 현실의 짐이 수면 위에 올라왔다. 같이 짊어지기로 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그게 참된 신앙의 길이라 여겼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젊은 시절 탄피통 공장, 철판 공장, 택배물류센터, 떡볶이 포장마차, 예초기 알바, 농사를 했었다. 한때 읍내에서 세차장을 운영했다. 한 달 수입 200만원. 재료비, 유류비, 상가 월세 등으로 빠져나가면 남는 몫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땀 흘려 번 돈은 생활비가 필요한 동네 할머니, 빚이 있는 교인에게 나눴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구읍 수반쭈꾸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인근에 있는 향수떡이야기 전경.
구읍 수반쭈꾸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인근에 있는 향수떡이야기 전경.

■ 교육 듣고, 서류 준비하고, 시설 공사까지

지난 1월 농업법인 ‘향수떡이야기’를 설립한 김준영(36, 안내면 인포리) 대표. 그는 8년 전 더함교회(기독교 한국 침례회)를 세워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목사다. 더불어 함께 산다는 뜻을 지닌 더함교회. 읍내 개인주택에서 시작해 2015년 7월 지금의 안내면 인포리 자리로 옮겼다. 교인들과 자립할 방법을 찾던 중 그는 떡집을 택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50~60대 교인들과 함께 지역에 건강한 떡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인터넷 판매만 하려다 좋은 기회로 옥천로컬푸드직매장과 연계가 됐다. 우선 식품 업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해썹(HACCP) 인증 단계를 넘어야 했다. 약 8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떡 만드는 데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고 시설 공사, 배수로 공사를 진행했다. 제출할 서류 또한 차곡차곡 준비했다. 만들어놓을 서류만 대략 1천장, 그 중 300여장을 추려 기관들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김준영 대표가 향수떡이야기 떡 제조장 밖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준영 대표가 향수떡이야기 떡 제조장 밖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모를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 줄 전혀 몰랐다. 떡 만드는 공정 자체도 힘든 작업인데 해썹 인증부터 난관이었다.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내고 꼬박 밤을 지새운 날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직원 2명에 아르바이트로 합류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직원 6명까지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천 로컬푸드 인증을 받으려면 50% 이상 옥천에서 나는 농산물을 써야 한다. 향수떡이야기에서 다루는 떡 성분의 90%는 쌀과 찹쌀. 안남면에서 난 유기농 쌀을 공급받고 있다. 현재 부모님이 사는 안남면 연주리 출신이라 친구 아버지인 연주리 이장님을 통해 유기농 쌀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지역 특산물 떡을 만드는 떡방앗간으로 자리 잡겠다고 다짐했다.

김준영 대표는 안남에 사는 어머니가 정지용 시 '향수'를 좋아하고, 또 지역에서 난 떡을 만든다는 취지에 맞춰 '향수떡이야기'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준영 대표는 안남에 사는 어머니가 정지용 시 '향수'를 좋아하고, 또 지역에서 난 떡을 만든다는 취지에 맞춰 '향수떡이야기'라는 이름을 지었다.

■ ‘준영이가 하는 거니까 믿지’

어릴 때 안남면 연주리에 살며 안남초, 안내중을 졸업했다. 보은고,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 다니면서 그때부터 외지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1월 더함교회를 세우고 첫 예배를 드렸던 시기에 옥천에 다시 돌아왔다. 아마 체질이 아닐까. 알고 지내는 신학교 목사님이나 지인들이 물어본다. 주변에 편의점도 없고 짜장면 배달도 안 되는 이곳에 시골교회 목사로서 어떻게 지내는지. 실은 사역자(교회 목사, 전도사, 장로, 권사, 집사 등을 말함)분들이 시골 어르신들과 관계하는 일이 어려워 시골교회 자립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 지냈던 안남, 안내에 아는 분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봤던 어른들이 계셔서 어려운 점이 많진 않았다. 어릴 때 인사를 하도 하고 다녔다고 들었다. 130cm 남짓 키 작던 중학생이 인사성이 밝아 동네 분들이 기억해주신 덕이다. 이번에 쌀 공급해주시는 친구 아버지도 그러신다. 준영이가 하는 거니까 믿겠다고. 가격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할 뿐이다.

떡을 제조하는 공간 내부 모습. 금속검출기, 스팀보일러(찜기), 스팀펀칭기, 냉장·냉동창고 등이 있다. 해썹 인증을 위해 배수로 공사에 신경 썼다고 한다.
떡을 제조하는 공간 내부 모습. 금속검출기, 스팀보일러(찜기), 스팀펀칭기, 냉장·냉동창고 등이 있다. 해썹 인증을 위해 배수로 공사에 신경 썼다고 한다.

이제 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이 진행돼 향수떡이야기에서 만드는 떡들을 그곳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새벽 4시부터 떡을 만들어야 아침에 바로 납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떡 종류만 5가지. 쌀 불리는 것부터 해서 떡 만들고 포장까지 대략 5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 문의는 들어오는데 로컬푸드직매장에서 구매하시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떡집을 할 만한 시설이 안내, 안남에는 마땅치 않았다. 근린생활시설이 주변에 없었다. 때마침 구읍에 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던 찰나, 어머니께서 예전부터 정지용 향수를 좋아하셨다. 로컬푸드를 중점적으로 들어간다면 지역 특색에 따라가는 게 맞다고 여겼다. 그렇게 농업법인 향수떡이야기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김준영 대표가 작업장 안에서 떡 만드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덧신, 모자, 작업복, 장갑, 마스크, 앞치마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
김준영 대표가 작업장 안에서 떡 만드는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덧신, 모자, 작업복, 장갑, 마스크, 앞치마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
덧신, 모자, 작업복, 장갑, 마스크, 앞치마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
덧신, 모자, 작업복, 장갑, 마스크, 앞치마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

■ 믿고 먹을 수 있는 우리고장 떡

로컬푸드에 집중하면 학교 급식 등 지역에 안전한 식품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전국에 유명한 떡집은 다 돌아다니며 배웠다. 또 해썹 인증을 하면서 수많은 시설을 볼 기회가 생겼다. 어느 정도 재료 단가를 낮춰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교인들 월급만 되면 만족하는 입장이라 수익 욕심은 크게 없다. 또 해썹 인증과 옥천 로컬푸드 인증을 거쳤던 이유도 지역에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납품은 단가 차이가 대략 20~30% 이상 난다. 수입산 앙금과 국내산 앙금 단가가 거의 4배 차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로컬로 가면 망하는 거 아니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래도 가보자는 뜻으로 모였다.

건강찰떡과 가래떡
떡국떡

지역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어머니의 가치관도 한몫했다. 식당에 중국산 김치가 나오면 물에 씻어 드실 정도로 음식에 예민하셨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우선순위겠구나. 여기서 만드는 유기농 찹쌀떡은 무농약으로 만든 찹쌀 재질이라 자부한다. 찹쌀떡에 들어가는 팥이나 고구마 앙금 또한 모두 국내산이다.

이번에 교인들과 떡을 만들었는데 처음이라 힘들어한 분들도 계셨다. 에어컨을 틀어도 찜기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작업장이 찜통이었다. 실내 온도가 31도에 가까웠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작업복에 장갑, 모자, 앞치마까지 두르니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안전하게 위생관리하면서 떡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셨다. 다른 떡과 다르게 먹자마자 맛있다는 반응이었다.

“옥천이 로컬푸드가 잘 돼 있는 곳이잖아요.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많을 거 같았어요.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겠고요. 아마 옥천로컬푸드직매장과 한살림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워낙 잘 돼 있다 보니 만들어진 틀 안에서 운영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하다 보니까 ‘이게 가능하겠구나’ 느꼈어요. 제가 잘 모르는 서류 대행 정도만 맡겼고, 다른 건 직접 발로 뛰었어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못 하고 꼬박 밤새우면서 8개월이 지났을 정도로 그만큼 오래 걸렸어요.

요즘에는 기계가 워낙 잘 돼 있어서 배합 비율만 그대로 따라가면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고요. 저희가 만든 찹쌀떡은 수입산과 비교할 수 없이 맛에서부터 차이가 날 거예요. 우리 더함교회 교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기농 쌀로 만든 찹쌀떡,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호박영양찰떡
호박영양찰떡
박스 형태로 포장된 가래떡
박스 형태로 포장된 가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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