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검토, 약 조제, 복약지도까지 반복 작업의 연속
천차만별 약을 관리하고 쓰임새 파악하는 꼼꼼함 있어야
사람 건강 살피는 일 … 지역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희망약국 강기롱 멘토가 들려주는 진로상담

희망약국 강기롱 약사
희망약국 강기롱 약사

힘들어도 힘든 기색을 내보이기 어렵다. 세상 누구보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약국이라 그렇다. 언제나 일정한 컨디션으로 맞이해야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친절은 기본 바탕으로 깔고 가야 한다. 단순히 약을 정확하게 조제해 복약 지도하는 것으로 약사가 하는 일이 끝나진 않는다. 어쩌면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어떤 약보다 더 귀한 처방법이 되기도 한다. 기계가 대신할 일이 생겨도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공감의 영역은 대체할 수 없다.

약 종류만 대략 수천 가지, 매대에 놓인 위치도 제각각. 여기에 유통기한이나 약 보관 상태까지 파악하려면 꼼꼼함이 있어야 한다. 조제실과 카운터, 매대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약사의 일상은 조금은 따분하고 지루한 과정의 연속일지 모른다. 여느 직업인과 다를 바 없이 경제적인 이유로 약국을 운영한다지만 단순 벌이로만 약사를 한다고 말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그는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살피는 데서 오는 보람과 감동으로 이 일을 이어간다. 옥천에서 20년 넘게 약사로 일하고 있는 희망약국 강기롱(57, 읍 문정리) 약사는 평일 늦은 밤에도, 남들 쉬는 휴일에도 약을 찾는 이들을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8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옥천읍 금구리에 있는 희망약국에서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가 주최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그램이 열렸다. 강기롱 약사는 옥천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명을 멘토 자격으로 만나 약국에서 진행되는 업무를 알리면서 진로 고민을 들어줬다. 코로나 확진 환자가 다녀갈 수 있는 사업장 특성상 직업체험 현장 취재는 어려웠으나 지난 8월17일 강기롱 약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지난 8월9일~11일 옥천고 2학년 학생 2명이 희망약국에서 이뤄지는 전반적인 업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희망약국)

■ 청소년마을일터체험 멘토로 참여한 계기는?

대학 진학을 앞둔 우리고장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었고요. 또, 제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학생들에게 전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랐죠.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약사라는 직업의 모든 걸 알려주긴 어려웠는데요. 약사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기본 지식이 필요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알려줬습니다.

■ 지역에서 강의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충청북도약사회 의약품안전사용교육단 전문강사로 있는데요. 올해 옥천통합복지센터에 가서 강의를 몇 번 했습니다. 주로 어르신들을 뵙고 혈관 계통의 약 복용법이나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법을 알려드렸어요. 약을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고 실온에 둬야 한다거나, 알약을 쪼개거나 갈아먹어선 안 된다는 기본 약 상식을 전달했죠. 또, 의약품이 가지고 있는 효과와 부작용, 이 두 가지를 알고 안전하게 복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어요.

■ 희망약국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희망약국은 저희 부부 약사가 운영하는데요. 약 조제와 관련한 전문 영역은 박 약사(아내 박미라 씨)님과 함께 도맡아서 합니다. 또 오전, 오후,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원 세 분이 계시는데요. 그분들은 조제를 제외한 나머지 일을 도와줍니다. 손님 응대, 처방전 입력, 정산, 약 개봉하고 분리해서 진열하는 일, 매장 청소 등을 하시죠. 현재 희망약국에 진열된 약이 전산에 등록된 것만 5천여종 있고요. 그중 절반인 전문 조제약이 2천300여종 있습니다. 동물용의약품 또한 취급하고 판매합니다.

■ 약사는 언제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충북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에 약사 면허증을 취득했는데요. 바로 약국 약사로 일하진 않았고요. 중간에 군대 다녀오고, 동 대학원에 석사·박사과정을 거쳐 1998년에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향이 옥천인 박 약사님은 1995년부터 읍내 신기방앗간 인근에 대한약국을 열어 먼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요. 제 고향은 충북 증평인데요. 당시 저는 대학 강의를 나가고 공부도 병행하면서 저녁 시간에 대한약국을 지켰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옥천에 27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요. 대한약국은 의약분업(진료는 의사가 맡고, 약은 약사가 조제하는 의료 역할 분담제도로 2000년 8월1일 시행됨)이 이뤄졌던 2000년도에 정리하고, 저는 2002년에 본격적으로 약국 약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읍내 부흥농약사 있던 자리 절반을 약국으로 운영했는데요. 옥천에 자리를 몇 번 옮기는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 약사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저 어렸을 땐 약방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약사가 그리 많지 않았던 당시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약을 조제하고 판매해주던 때인데요. 저는 약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여겨 이 직업에 관심이 많지 않았고요. 대학교에 약학과라는 전공이 있는지, 약사 면허증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였어요. 실은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따로 있었는데 집안 형편도 그렇고 약대에 진학해보라는 사촌 형의 권유로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약학과가 4년제였는데 올해부터는 약학과가 6년제 학부 과정으로 전환됐다고 들었습니다.

■ 약사를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이번에 청소년마을일터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그런 질문을 했어요. 약대에 들어가서 공부한다고 상상하니까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요. 공부하고 외워야 할 내용이 방대하지만 의욕이 있으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고요. 일단 약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줬습니다. 물론 약사라는 일의 적성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다른 것보다 그런 얘길 해주고 싶었어요. 이게 선택의 문제인데요. 사람 몸 건강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요. 또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경제적인 이유로 약국을 운영하지만 단순 벌이를 떠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지점이 있거든요. 처음 약국할 때부터 그랬는데 남들이 일하지 않는 밤늦은 시간, 휴일에도 내 시간을 내서 약국을 운영하거든요. 엄연히 제 선택이지만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어떤 마음으로 약국을 운영할지 나중에 약사가 돼서 결정하면 된다’고 얘기해줬어요. 나는 내 시간을 더 투자해 약국을 여는데 너희들이 보기에 근무시간이 길어서 못 하겠다고 할 수 있거든요. 그건 선택의 문제예요.

■ 학생들이 건넨 질문 중 기억에 남았던 말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에 약사가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거꾸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되물었는데요. 미래에 약사라는 직업이 가진 업무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얘기했지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저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물론 약국 약사가 처방전 받고 약 조제만 해서 내어주는 일에만 머문다면 분명히 없어질 직업인 건 맞아요. 인공지능 로봇이 그 일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약사가 환자를 대면해서 약을 건네주는 모습과 기계가 대신해주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느낌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약사가 약을 잘 조제해서 환자에게 건네는 것 외에도 중요한 일이 많거든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요. 

■ 처음 약국을 운영할 때와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직 전면 시행은 아니지만 ‘방문약료’라는 제도가 있어요.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병원이나 약국에 오지 못할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보건소와 연계해 약사가 직접 환자에게 찾아가 복약지도를 해주고, 중복되는 약들을 정리해주고, 약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같이 얘기해주는 게 방문약료라는 제도거든요. 저희는 아직 못 하고 있지만 그런 제도가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는 얘기는 약사라는 직업이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 거죠. 약국만 지키는 게 아닌 찾아가는 서비스로 나아간 것이니까요. 또 최근에 코로나 이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올 초에는 자가검사키트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약국의 공공성, 공익적인 영역을 다시 고민하게 됐죠.

■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조제해드린 약을 복용하고 몸이 다 나았다며 기쁘게 찾아와주실 때죠. 그분들이 성실하게 복용하고 몸 관리 잘한 덕이 큰 건데 저희에게 공을 돌리실 때 저도 덩달아 기쁘죠. 또 늦은 시간까지 약국을 열어줘서 고맙다고 할 때 소소한 보람을 얻어가고요. 어떤 직업이든 비슷하지 않을까요.

■ 약사에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우선 약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야겠죠. 그러려면 무엇보다 성실해야 해요. 또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가 있듯이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죠. 약국을 찾는 분들은 아픈 사람들이잖아요.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 약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약사라는 범위를 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약국 약사도 있지만, 병원 약사도 있잖아요. 또 약사가 된 뒤에 변호사를 할 수도 있고, 기자도 할 수 있고, 약 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일이 다양하거든요. 우선 폭넓은 경험을 하고 진로를 일찍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해요. 약사가 되면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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