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답양리 광산서 난 점판암으로 판석 만드는 ‘옥천판석’
전통구들, 디딤석, 부침석, 석부작, 돌구이판 등 쓰임새 많아
지난해 5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 인천공항, 한국민속촌 등 납품 성과
제갈 윤 대표 “30년 계획을 갖고 옥천 향토기업 거듭나겠다”

사라지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함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우리 광산에서 난 우리 돌이 어딘가에 쓰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값은 싸고 공급 면에서 월등한 수입산 현무암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돌을 알리고 판매하는 작업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인지 모른다. 탄소 배출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시멘트 시공 현장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 다행히 가능성을 찾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30~40년 가까이 광산 일을 했던 위 선배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돌을 다루는 기술은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한 사람 한 사람이 전통산업에서는 귀하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어렸을 때 살던 옥천에 그는 돌아왔다.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8월3일 오전11시30분 안내면 현리에 있는 옥천판석 전시 장. 이곳에 있는 큰 마당에서 전통구들, 고급 바닥재, 디딤석, 벽부침석, 담장, 돌구이판, 석부작 등 다양한 판석을 전시하기 위해 현장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옥천판석 제갈 윤(56) 대표는 3년 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안내면 답양리에 있는 광산에서 난 점판암(철평석)을 이용해 문화재 복원 및 전통 건축 보전에 힘쓰고 있다. 옥천판석은 1969년 창업해 우리 선조들의 전통 방식인 구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판석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판석은 판자모양으로 평평하게 가공해 바닥이나 벽에 붙이는 석재를 말한다.

■ 1969년 창업한 옥천판석, 3년 전 새로운 시작

“옥천판석은 옥천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에요. 1969년부터 1980년대까지는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는데 수입석이 들어오면서 중간에 맥이 끊겼어요. 그러다 3년 전 아버님(제갈 민)이 돌아가시면서 이 광산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생겼어요. 저는 LG전자에 다니면서 해외영업도 하고, 홍콩에 있는 IT 업계에도 일해서 석재산업과는 거리가 있었고요. 또 채산성이나 수익구조가 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우려스러운 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아버지와 오랫동안 동업하셨던 소장님, 팀장님께서 우리 일을 도와주시겠다고 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코로나가 생기고 해외를 못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결심을 더 굳히게 됐죠.”

옥천판석은 지난해 5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사회적기업 인증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화약, 자동화 설비 등 기초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 특성상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 기업 경영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고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나가고 있다. 최근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인천공항 1청사에 있는 야외 야생초 화원과 실내 한옥 가변전시장의 바닥재로 옥천판석이 납품한 디딤석을 깔았다. 또한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에도 옥천판석에서 제작한 붙임석 납품이 성사돼 돌기와 지붕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며칠 전 민속촌 붙임석 출하작업이 이뤄져 옥천판석을 알리면서 자생하는 발판을 다지고 있다.

옥천읍 금구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갈 윤 대표는 삼양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대전으로 이사했다. 한밭중, 남대전고, 충남대 중어중문학을 졸업한 그는 외지를 돌며 생활을 이어가다 3년 전 옥천에 귀촌했다. 석재산업 호황기 시절 그의 아버지 친척들 또한 석재산업을 했다고 한다. 당시 옥천, 영동, 보은에 자원이 풍부했는데 이제 남은 곳은 옥천밖에 없다고. 옥천판석 직원이 40~50명 가까이 있었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사업 규모는 많이 줄어든 상태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발파한 돌들을 기계를 이용해 원하는 크기만큼 잘라주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발파한 돌들을 기계를 이용해 원하는 크기만큼 잘라주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대부분 판석은 해외에서 수입해 저렴하게 유통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위적인 느낌을 줘요. 품질 면에서도 떨어지고요. 반면 우리 돌은 시공하는 게 현무암보다 불편할 뿐이지 한 번 깔아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거든요. 수입판석보다 더 튼튼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원적외선, 6대 유해 화학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시험 성적서도 받아놨고요. 광산에 가서 어떻게 돌을 캐내고 작업하는지 알려드릴게요.”

안내면 현리에 있는 옥천판석 전시장에서 직원들이 현수막 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옥천판석 김은구 팀장, 송용성 소장, 이종만 고문, 제갈 윤 대표.

■ 소비자에게 한 발 다가가는 옥천판석

안내면 현리에 있는 옥천판석 전시장에서 약 10km 떨어진 답양리에 있는 광산. 약 2천평 규모의 사유림으로 이곳에서는 1~2년에 한 번꼴로 화약을 터뜨려 산을 발파해 슬레이트석, 즉 점판암(철평석)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큰 덩어리의 암석은 포크레인으로 돌의 성질, 크기에 따라 구별한 다음 판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착암기나 망치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돌을 깨 절단하는 작업을 한다. 이 절단된 판석들은 팔레트에 옮겨 움직이지 않게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과정을 거친다. 돌을 캔 자리는 녹지화(풀이나 나무가 우거진 곳이 되게 함)한다.

판석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구들은 구운돌에서 유래된 순우리말로 난방에 유용하게 쓰이는 온돌이다. 건축물의 최종 마감재인 부침석은 벽이나 바닥에 붙이는 얇은 판석으로 용인 한국민속촌의 사례처럼 초가지붕을 돌기와로 바꿀 때 쓰인다. 디딤석은 정원이나 마당의 바닥발판에 쓰이는 판석이다. 석부작 받침석은 분재의 마지막 완성이라 할 수 있는 분재마감석이다. 기타로 담장석, 조경석, 돌구이판, 돌테이블, 돌도마 등이 있다.

“아버님과 같이 일했던 어르신들이 농사를 병행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어요. 또 우리나라 광산에서 난 돌들을 1차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시장 경쟁력이 생길 거라고 봤죠. 그전에는 돌을 사람 손으로 직접 운반했는데요. 이제 포크레인 등 어느 정도 자동화 설비를 갖춰가는 과정이에요. 1차 가공하는 이유는 디자인하우스나 시공업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에요. 예전과 시대가 달라진 만큼 우리가 자체적으로 소비자 완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옥천판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시공업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그렇기에 옥천판석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 1층 한옥 가변 전시장의 바닥재로 옥천판석이 납품한 디딤석을 깔았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인천공항 1층 한옥 가변 전시장의 바닥재로 옥천판석이 납품한 디딤석을 깔았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수입 현무암이 도매상이나 철물점에 보편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시공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맞추려고 수입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렇지만 돌의 우수성은 수입석과 비교해 확연히 차이가 나죠. 지금 당장은 원 소비자들 위주로 홍보하는 방법을 찾고 있고요. 요즘에는 유튜브나 블로그, SNS가 발달해서 제품의 질이 괜찮으면 홍보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봐요. 우리가 시공까지 연결해드릴 계획이 있어요.”

■ 일자리 창출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으로

광산 안에서 제갈 윤 대표와 이야기하는 중 때마침 안내면 답양리에 사는 한 어르신이 나타났다.

“어르신, 다들 현리(전시장)에 돌 쌓으러 갔어요. 같이 막걸리하고 오셔요.”

“아유, 괜찮아요.”

그는 바로 옥천판석 생산팀에 있는 박희숙(82, 안내면 답양리) 씨.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박희숙 씨는 소일거리 삼아 판석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일에 동참한다고. 그 또한 제갈 윤 대표의 부친과 함께 30~40년 가까이 동업했다고 한다.

옥천판석은 자연에서 난 돌을 아름답게 이용하고 자연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또 현지 주민들과 함께 수익을 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뜻이 있다. 제갈 윤 대표는 옥천판석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문화이자 유산이라고 봤다. 그는 옥천에 얼마 남지 않은 광산 자원으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앞으로 옥천판석은 자사몰을 운영해 인터넷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약을 이용해 산을 발파하기 전 발파매트를 까는 모습이다. 발파매트는 발파에 의한 비석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발파장소에 덮는 매트를 말한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화약을 이용해 산을 발파하기 전 발파매트를 까는 모습이다. 발파매트는 발파에 의한 비석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발파장소에 덮는 매트를 말한다. (사진제공: 옥천판석)
안내면 현리에 있는 옥천판석 전시장에 옥천판석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내면 현리에 있는 옥천판석 전시장에 옥천판석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옥천판석이 저는 문화이자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천에서 나는 자원을 활용하고 알리는 것도 향토기업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옥천판석이 성장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최소 30년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쌓아나갈 테니 옥천을 대표하는 기업,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주소 : 안내면 안내회남로 537-13
전화 : 731-4241, 010-5435-1988
홈페이지 : www.okpanseok.com

판석 종류

구들
구들
담장석
담장석
대형, 소형 크기로 나뉘어진 자연석 돌구이판.
대형, 소형 크기로 나뉘어진 자연석 돌구이판.
돌구이판
돌구이판
돌테이블
돌테이블
돌테이블용 판석
돌테이블용 판석
디딤석
디딤석
석부작용 판석
석부작용 판석
온돌에 쓰이는 구들
온돌에 쓰이는 구들
작은붙임석
작은붙임석
조경용 거석
조경용 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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