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자동차공업사 이다겸 대표가 들려주는 진로상담
사람 생명과 연결된 자동차 정비, 성취만큼 책임 뒤따라
자격증 취득이 전부는 아니나 기회의 폭 넓힐 수 있어
위험이 공존하는 현장에서 여성 관리자로 산다는 것

금성자동차공업사 이다겸 멘토 인터뷰

대전서 자동차 정비하던 아버지 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 가까이 있던 공장에 자주 드나들며 마치 놀이터처럼 뛰어놀았다. 그때 현장 일하던 아저씨들과 스스럼없이 놀 때만 하더라도 나중에 공업사 대표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학교 행정실, 공기업 전산실, 벤처기업, 개인 공방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아버지와 함께 금성자동차공업사를 인수했을 때 각오를 다졌다. 옥천에서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성공업사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이다.

아버지 본가가 군서면 사양리라 옥천은 친숙한 동네였다. 그런데 차량 정비를 맡기로 온 손님 중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을 보낸 이가 있었다. ‘아가씨가 여기 무슨 일로 있으셔요?’ 공업사 대표라고 밝히면 그제야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금성자동차공업사 이다겸(39, 대전) 대표는 정비 현장 경험이나 자동차 분야에서 일한 경력은 없지만 차량 접수, 회계, 손님 응대, 업체 미팅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쉽게 말하면 공업사 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진행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현장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마련. 그는 보험사나 부품사 등 업체 간 회의가 있을 때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여성이 가진 섬세함과 친화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공장 내 홍일점으로서 현장 분위기가 삭막해지지 않게 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고.

그가 매출보다 직원들의 복지와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존중의 표시였다. 일례로 공업사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은 매주 토요일 휴일을 가져간 게 그런 맥락이었다. 또한 공업사를 인수하고 약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7월 옥천소방서 지정 정비업체가 되는 데 소기의 성과를 냈다.

지난 8월9일과 10일 이틀간 옥천읍 대천리에 있는 금성공업사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 일환으로 <정비 실무 체험을 통한 자동차 만나보기>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다겸 대표는 옥천에서 활동하는 어른으로서 옥천고등학교 2학년 유준수, 강수형 학생을 멘토 자격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 자동차 정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차량 정기 검사, 일반 경정비 등 직무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금성자동차공업사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세요

1980년도에 옥천에 최초로 생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공업사예요. 이곳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파손차량을 수리하거나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모든 차량의 경정비(기계나 설비, 자동차 따위의 간단한 고장을 손보는 정비) 또는 차량 정기검사를 하고 있어요.
현재 옥천에 있는 공업사가 대여섯 군데가 있는데요. 초창기에 금성공업사에서 배우고 나가신 공장장님들이 차렸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분업화가 됐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부품 관리를 해서 아예 차를 만들어서 나갔다고 알고 있고요. 금성공업사는 1급 정비 위에 있는 종합정비 회사로서 소형차부터 대형 트럭, 포크레인까지 정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공장이에요.
차량 정기 검사를 맡고 있는 검사원님은 금성공업사 초창기 멤버로 40년 이상 베테랑이고요. 사업장은 부문별로 대형부, 하체부, 판금부, 도장부, 검사부로 나뉘어서 저까지 직원 7명이 있어요. 정비사 모두가 30년 이상 이 분야의 전문가예요.

■ 현장에 소방차가 들어오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저희 금성공업사가 옥천소방서 지정 정비업체인데요. 영동군, 보은군, 옥천군에 있는 소방서 차량은 저희가 다 관리해요. 또 2주에 한 번씩 레미콘, 믹스트럭, 덤프차 등 특장차 정비 업무도 맡고 있고요.

■ 공업사를 인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40년 전만 하더라도 인력도 많고 규모가 컸는데 지금은 줄어들은 상태예요. 초대 사장님은 돌아가시고 다른 분들을 거쳐 저희까지 오게 된 건데요. 옥천에서 명성을 널리 알렸던 공업사로 재건해보자는 생각으로 인수해서 이제 8개월이 지났네요. 아버지(사장 이종찬)는 대전서 40년 넘게 자동차 정비를 했는데요. 금성공업사와 예전부터 업무적으로 왕래가 있던 가운데 인수 제안을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 정비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나요?

저는 기술 분야가 아닌 회계 쪽 담당인데요. 정비 분야에서 일한 경험은 여기 들어오고 처음이에요. 사실 자동차를 제대로 고치고 검사해서 나가는 것도 중요한 업무지만 이 공업사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 처리할 때 보험사 담당자와 연락해서 부품이 얼마만큼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결재해서 차를 내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게 끝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고객이 만족해야 모든 일이 끝날 수 있어요.

■ 정비 분야가 처음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제가 직접 기계를 다루진 않지만 고장 난 차가 새 차처럼 만들어져서 나가는 걸 보면 정비사분들이 정말 큰 일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고요. 저 또한 성취감을 얻곤 합니다. 사실 남편이 자동차 회사에 다녀서 제가 모르는 점들을 물어봐요. 얘기를 들어보니 완성차가 나오는 공정 자체가 굉장히 길다고 들었어요. 한 예로 현대 제네시스 차량이 처음 출시될 때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약 5천억원을 투자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게 벌써 17년 전 일인데 그만큼 우리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자동차에 얼마나 많은 일손과 자금을 투자했겠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타는 귀한 자동차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 자동차 정비사라는 직업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기술직이다 보니 다른 사무직보다 급여가 높은 편이고요. 또 문제가 있는 차량을 새로 고쳐서 내보낸다는 성취감이 정말 커요. 물론 서비스 사업장을 운영하다 보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라와요. 어떤 기계를 잘못 만져서 고장나면 보상 처리 해드려야 하니까요.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순 없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최대한 완성품에 가깝게 뽑아내려는 노력으로 모든 직원이 일하고요. 어려운 과정을 해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 진로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인데 직업 선택에 조언을 해준다면

돈을 좇아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좇아야 하나 그런 고민 하잖아요. 제 자녀에게도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네가 살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요. 추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텐데 그게 맞아요. 사회에 나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위기의 순간이 올 때가 있거든요. 때론 자존심도 내려놔야 하는 상황도 오고요. 그럴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어요.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 정비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어떤 준비과정이 필요할까요?

어떤 직업이든 자격증이 있으면 기회를 얻을 때 유리한 거 같아요. 현장에는 자격증 없이 손기술이 좋은 사람이 있고요. 자격증은 있는데 실무가 전혀 안 되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사회는 자격증이나 경력을 우선으로 봐요. 현장의 관점에서 보면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를 놓쳤을 뿐이지 최고의 기술을 가진 명장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진정한 베테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격증이나 학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앞으로 진로를 정할 때 참고하면 좋겠어요.

■ 현장 분위기에 녹아드는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험한 일이든, 편한 일이든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올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 거로 만들면 다 써먹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 잘 만나는 것도 기회이자 복이에요. 사람 마음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돈을 따라가지 말고 내 편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제가 살면서 배운 거거든요. 사람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몰라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미리 준비해야 해요.

■ 대표님 고향은 어디인가요

저는 대전에서 나고자랐고요. 아버지 본가가 군서면 사양리에 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는 40년 넘게 대전서 자동차 정비를 하셨는데요. 공장은 제 놀이터나 마찬가지였어요. 집 가까이에 공장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공장 풍경을 보고 자라왔거든요. 그래서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요. 현장 일 하는 분들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요.

■ 정비 현장과 가깝게 일하는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어르신 손님 중에는 ‘아가씨가 왜 여기서 일하냐’는 듯 보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도 장점도 있어요.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업체 간 미팅을 할 때 소통이 부드럽게 가야 차후에 문제가 안 생기거든요. 분위기 자체가 삭막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공장이라고 삭막할 거 같잖아요. 그러지 않아요. 제가 이 동네 꽃이거든요(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2시간 가량 실랑이가 벌어졌던 일이 있었는데 단번에 해결한 적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공방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색깔에 눈썰미가 있거든요. 도색을 한 차량이라는 걸 금방 알아봐서 민원사항을 금방 해결한 적이 있어요.

■ 끝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직업적인 조언보다는 이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공업사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떤 문제를 안고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에게 친절을 베풀면 지인들을 데려올 수도 있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거예요. 그 사람의 마음을 사라는 거죠. 어떤 손님은 고마워서 ‘우리 가족이 차가 세 대 있는데 다 여기로 올게’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영동이나 금산, 심지어 수원에서 굳이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신념이 있어요. 당당하게 살자. 그게 제일 중요해요. 남한테 폐 끼치지 말고 행실을 잘하자 늘 되뇌어요. 그래서 옥천에서 이렇게 얼굴 내밀며 일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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