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대 복학을 앞둔 옥천 토박이 정준혁, 최민호 씨
기계자동차과 전공···자격증 준비하며 진로 탐색 중
코로나 시기와 맞물린 군 생활, 좋은 사람 만나

[옥천, 청년을 만나다] 

막연하게 만나고 싶었다. 옥천에 사는 청년이 있다면 어디든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떤 이야기든 듣고 싶었다. 요즘 어떻게 사는지부터 해서 취미는 어떤 게 있으며 고민거리는 없는지 알고 싶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훨씬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뿐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지난 6월7일 오후1시, 올해 초 군 제대한 20대 옥천 토박이 두 청년을 둠벙 카페에서 만났다.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정준혁(23, 읍 수북리) 씨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특수기동지원여단에서 공병 특기로 불도저 운전병을 하다 올해 1월23일 조기 전역했다. 실제 전역, 이른바 찐전역은 2월28일인데 군 생활 내내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휴가를 못 쓰면서 제대할 때가 되어서야 휴가를 몰아 쓴 것. 말 그대로 미복귀 전역을 했다. 당시 외출도 면회도 허락되지 않아 근 1년간 부대에만 머물러야 했음에도 준혁 씨는 군 생활이 재밌었다고 한다. 좋은 선·후임을 만나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며 지냈다고.

옥천에서 나고자란 동갑내기 친구 정준혁(왼쪽), 최민호(오른쪽)씨를 둠벙 카페에서 만나 근황을 들었다.
옥천에서 나고자란 동갑내기 친구 정준혁(왼쪽), 최민호(오른쪽)씨를 둠벙 카페에서 만나 근황을 들었다.

■ 좋은 선·후임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제가 다녔던 부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창설된 지뢰제거 전담부대예요. 보직이 공병으로 걸려서 자대 가서 불도저를 몰았는데요. 그전에 후반기 교육을 받았지만 처음 운전하는 거라 힘든 점이 있었죠. 그래도 좋은 선임들을 만나서 일도 금방 배우고 익숙해져서 크게 어려운 건 없었어요. 코로나가 함께했던 군 생활은 조금 달랐던 거 같아요. 화생방 훈련도 안 하고, 생략된 교육 일정이 많았거든요. 군 생활에 잘 적응해서 그런가 요즘 들어 부사관 지원도 고민하고 있어요. 제 주변에 부사관으로 들어간 지인이 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거든요. 다시 간다고 하면 공병 특기로 들어가고 싶어요.”

죽향초, 옥천중을 졸업한 준혁 씨는 고등학교를 충남기계공고로 진학했다. 사회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자 대전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당시 충남기계공고를 다녔던 고향 친구들이 8명 정도 있었다고. 준혁 씨는 학교에서 CNC선반을 배웠는데 그때 전공을 살려 충북도립대 기계자동차과에 입학했다. 세부전공으로 기계과, 자동차과로 나뉘는데 CNC선반, 용접, 캐드(CAD) 도면설계 등을 배우고 진로 선택의 폭이 넓은 기계과를 지망한다고. 현재 1학년 1학기까지 다녀 8월 중 복학을 앞두고 있다.

“제대하고 나서는 찐전역 날까지 집에서 쉬었고요. 얼마 전에는 군에서 하는 청년 일자리 아르바이트에 신청했어요. 제 용돈은 스스로 벌고 싶어서 장령산휴양림 매표소 안내원 일을 두 달 했는데요. 자동차도 없고, 버스로 다니기에는 시간도 애매하고, 조금 멀더라고요. 지금은 그만뒀고 복학하기 전에 운전면허,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따 놓으려고요.”

■ 김종석 면대장님 감사합니다!

최민호(23, 읍 가화리)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준혁 씨를 같은 반 친구로 만나 7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삼양초, 옥천중을 졸업한 민호 씨는 마찬가지로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충북도립대 기계자동차과에 진학해 친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 실은 미래 진로에 고민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기계과를 전공했으니 흘러가는 관성처럼 대학에서도 같은 전공을 이어가지 않았나 하는 것. 세부전공으로 기계과를 지망해 중견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았지만 공부해보면서 이 길이 적성에 맞는지 찾아보고 싶다고. 그 또한 8월 중 복학을 계획하고 있다.

민호 씨는 올해 3월23일에 조기 전역했다. 찐전역은 4월12일. 군대는 상근으로 나왔다. 상근 중에서도 군 상근(군서면 월전리 부대)과 지역 상근이 있는데 민호 씨는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하는 지역 상근을 발령 받아 고향 옥천에서 군 생활을 했다. 안내면 그리고 군서면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해 예비군 일정 및 인적사항 관리 업무를 맡았다고.

“2019년엔가 카카오톡으로 문자가 왔어요. 저는 상근으로 나오고, 준혁이는 군대 카톡이 왔거든요. 주변에서 시샘 많이 했죠. 어디 멀리 떨어진 게 아니고 집 가까운 데서 일하니까요. 상근할 때 면대장님이 한 분 계셨어요. 안내에서 일하다가 통합되어서도 전역할 때까지 같이 일했던 김종석 옥천서부통합면대장님이라고 계시거든요. 옥천 서부는 군서, 군북, 안내, 안남면을 아우르는 말이에요. 그때 면대장님께서 챙겨주신 덕에 별 탈 없이 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지 조금 민망하네요(웃음).”

제대한 뒤 6·1지방선거 아르바이트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던 민호 씨는 요즘 헬스에 관심이 있다. 먼저 헬스장을 다니던 준혁 씨가 추천해 몸집은 더 키우고, 얼굴 살을 빼는 방향으로 운동에 매진한다고.

■ 일자리 찾으려면 어디든 가야죠

2024년에 대학 졸업을 계획하는 준혁 씨와 민호 씨는 조금씩 취업을 위한 걸음마를 떼고 있다. 그러면서 옥천 바깥세상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 또한 수도권에 있는 공장에 들어간 상황이라 일자리를 찾으려면 정든 고향을 떠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들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는지 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랑 같이 천안 테딘워터파크에 놀러 갔던 기억이 있고. 또 기숙사 생활할 때 새벽에 몰래 빠져나와서 영화 컨저링을 봤어요. 외출, 외박도 가능한데 안에만 있으면 조금 답답하잖아요. 저희가 학교 다닐 땐 축구부와 같이 붙어있던 기숙사라 그쪽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빠져나가면 안 걸렸거든요. 지금은 막혀있지 않았을까요(웃음).”

옥천신문은 읽고 있는지 궁금했다.

“구인구직 정보를 보려고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둘러보곤 했어요. 그리고 지용제나 안터마을 반딧불이 축제 소식이 올라오면 재밌게 봤고요.” (정준혁)

“상근할 때 종이로 나오는 옥천신문을 봤어요. 저는 식당 사장님 인터뷰나 옛날 가게 소개하는 기사를 꼭 봤어요. 청산이나 면에 있는 가게가 소개된 기사도 봤는데 거리가 멀어서 찾아가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최민호)

어렸을 때부터 옥천에 살면서 추억이 있는지 물었다.

“동네 친구들이랑 또랑에 가서 놀았죠. 옛날에 수북리에 있는 향수호수길에서 빙어낚시축제를 했잖아요. 가족이랑 같이 가고, 친구들이랑 거기서 팔던 어묵을 먹었던 게 떠올라요.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아마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지금은 (축제를) 못 하는 걸로 알아요.” (정준혁)

■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 그리고 옥천

평소 분데스리가, EPL 등 해외축구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 준혁 씨와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을 즐겨한다는 민호 씨. 취업 같은 단기적인 목표를 떠나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 묻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내 집 마련’을 말했다. 좋은 주거공간에 살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이 꿈꾸는 바다. 

학교 선배들로부터 취업 진로에 관한 조언을 들은 게 있는지 물었다.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가 특성화고라서 3학년 때 취업을 잠깐 했다가 옥천이 그리워서 다시 온 거거든요. 학교 추천을 받아서 저희 말고 다른 친구들도 여러 곳에서 일했는데요. 계속 있었다면 방위산업체에서 군 생활을 대체할 기회도 생기지만 포기했죠. 거기서 1년 일하고 선택이 되면 34개월을 더 일해야 군 문제가 해결되는데 급여나 근무시간 등 근무여건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이때 학교 선배에게 여러 조언을 들었죠.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접하면서 배운 점도 있고요. 후회는 없어요.”

인터뷰가 끝나면 헬스장에 갈 예정이었던 두 청년. 이들에게 복학하면 공부도 공부지만 동아리 활동을 해볼 것을 권했다. 관계의 폭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귀어 보라는 바람이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을 더 깊게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오는 8월22일 2학기 개강을 앞둔 두 사람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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