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피아노 연주, 평생 친구처럼 다가가길
20년 이상 피아노 지도 경력으로 일대일 수업 진행
김지은 원장 “유아·학생·성인 누구나 배울 수 있어”
아동기 피아노 교육, 정서함양과 두뇌개발 기대

초등학교 시절, 필자는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학원 등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알았다. ‘아, 나는 피아노 적성이 아닌가 보다.’ 머리와 손이 따로따로 놀았다. 기초부터 배운다고 교본에 있는 악보에 맞춰 건반을 누르는데 따분하게 느껴졌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렇다고 바로 그만두지 않았다. 학원비를 내준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한 1년을 다녔을까. 체르니 100번을 마치고 한계를 느껴 그만뒀다.
실은 피아노학원을 쉽사리 못 그만둔 이유가 또 있었다. 마음에 담아둔 이성 친구가 있어서 그랬다. 성령이라는 친구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학원 가는 길이 언제나 설레었다. 머릿속에 피아노 건반 치는 일은 언제부턴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학원에 가면 같이 공기놀이도 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장난치는 시간이 즐거웠다. 지나고 보니 내 인생의 영원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피아노 악기와는 멀어진 시간이었다.
지난 3월 장야초등학교 앞에 김지은피아노교습소를 개원한 김지은 원장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김지은 원장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피아노와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김 원장은 시간정원제 수업으로 개인 특성에 맞게 학생들을 일대일 지도하고 있었다. 수원대학교 음악학부 피아노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생 때부터 개인지도, 학원 출강, 부원장 경력 등 지금까지 20년 이상 피아노만 가르쳐왔다.

■ 학생 성향에 맞는 일대일 지도 방식

서울, 대전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 옥천서 처음으로 피아노교습소를 연 김지은 원장. 그간 많은 학생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교습소를 연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다. 그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르다’는 노하우를 체득했다. 여기서 학생 성향에 맞게 교육방식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평생 가는 친구’가 될 수 있게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재 교육생은 유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옥천에는 지난해 5월에 왔어요. 태어난 곳은 서울인데요. 남편 회사가 대전에 있어서 결혼하고 대전 와서 살았거든요. 주말에 시간 내서 옥천에 많이 놀러 왔죠. 남편이랑 저랑 장령산을 좋아해서 휴양림에 자주 왔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옥천에 살 생각은 없었는데요. 주말마다 옥천에 오니까 마음이 평안하더라고요. 실은 가화리에 이사한다고 했을 때 남편보다 더 좋아했어요. 막상 오니까 아는 사람들이 적어서 조금 적적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에 교습소를 열고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옥천 분들과 교류할 길이 열린 거 같아요.”

그에게는 예전부터 꿈이 있었다. 자녀가 생기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피아노학원을 차리는 것. 아침에 7살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이번 교습소 개원이 꿈을 실현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지은 원장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어머니 권유로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접했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던 그는 찬송가를 부를 때 필요한 피아노 반주를 오랜 시간 맡으며 피아노라는 악기와 더 가까워졌다. 

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인생에 또 다른 선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일상을 살면서 열심히,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음악을 즐기는 시간만큼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정서적인 안정과 함께 일상의 활력이 덤으로 온다. 어떤 이에게 음악은 자기 자신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접하면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김지은 원장은 그의 아들에게도 양손을 쓰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학습능력이 좋아지는 효과 또한 기대하고 있었다.

■ 단순한 연주도 아름답게 들릴 수 있어요

유아 때부터 피아노를 접하면 음감이나 리듬감이 더 좋아지는 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피아노를 배우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 또한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의지만 있으면 따라갈 수 있다. 최근 중학생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와 대학교 다니는 학생이 개인 취미 삼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며 김지은 원장에게 연락한 일이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음악적 감성과 표현력은 훨씬 깊고 풍부한 연주로 완성될 수 있다. 무엇을 배우는 데 늦을 때란 없다.

“항상 아이들에게 그래요. 지금 배운 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고요. 평생 가는 친구처럼요. 물론 기초가 쌓이고 쌓여 아이들이 연주를 잘해야 피아노를 좋아하거든요. 못하면 하기 싫어해요. 저는 피아노를 잘하게끔 도와주는 일을 하고,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친구처럼 여길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김 원장은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마다 교육 방식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빠르게 집중해서 습득하는 아이도 있고요. 오랫동안 앉아서 천천히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아이가 조급해하지 않게 선생님과 부모님이 옆에서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단순히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치더라도 못 치는 게 아니거든요. 간단한 곡이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아름답게 들릴 수 있어요.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김지은 원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초·중급반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성인들은 예외로 시간을 따로 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기초반은 하루에 45~55분, 중급으로 올라가면 수업 시간은 더 길어진다. 시간 정원제로 운영하는 만큼 일주일에 2~3번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매일 피아노를 접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김 원장의 지론이 있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중간 중간 슬럼프가 오기 마련. 안 되는 날은 편한 곡들을 위주로 지도하고, 잘 되는 날에는 집중해서 연주해 피아노와 멀어지지 않도록 한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방 4곳, 키즈룸 1곳이 있다. 교습소 중앙 홀에는 학생들이 피아노 이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방 4곳, 키즈룸 1곳이 있다. 교습소 중앙 홀에는 학생들이 피아노 이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권해드려요

“아이들이 물어봐요. ‘피아노의 끝은 어딘가요? 선생님은 다 끝났어요?’ 그러는데 ‘선생님도 아직 안 끝났어’라고 말해줘요. 아이들은 의아해하죠. 그렇지만 20년 넘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저도 하면 할수록 알아가는 게 많거든요. 표현하고 싶은 연주가 어제오늘이 달라요. 더 어려운 곡을 해서 뛰어 넘겠다는 게 아니라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거죠. 그래서 끝이 없는 거 같아요. 또, 몸으로 배우는 거라 단번에 끝나지 않아요. 피아노는 길게 하는 거예요.”

김지은 원장은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각자 하나씩 좋아하는 곡을 골라 연주회를 연다. 지난달 27일에는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강 연주회를 열었다. 그는 아이들의 피아노 실력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기록을 남겨놓는다. 연주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모님에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 자랑하면 칭찬도 들을 수 있어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코로나가 잦아들면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콩쿠르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게 할 계획도 있다.

그는 학생들을 처음 만나면 2주 정도 적응기간을 잡는다. 김 원장도, 학생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어떤 학생은 배운 지 한두 달밖에 안 됐는데 영화 OST를 연주하고 싶다고 요청할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쉽게 나온 악보들이 많아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곡으로 악보 일부를 변형해 알려주면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그렇지만 입맛에 맞는 곡만 연주하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어 기초 과정을 병행해 지도한다고 한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지은 원장은 동시에 자기 자신도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 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수업 끝나고 피아노를 더 치고 싶은 친구들도 가끔 있는데요. 대개 놀러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이들과 친해지면 저는 좋죠. 다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니까요.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키울지 고민 많이 하시잖아요. 제 아이도 같은 고민이지만 옥천에 있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는 노는 시간이 참 소중하잖아요. 배우러 온 아이들이 인생의 좋은 친구로 피아노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원장실에는 학생 개인 상담 및 수업 지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교습소 벽면에는 피아노 기초를 익히는 데 필요한 음표가 붙여져 있다.
원장실에는 학생 개인 상담 및 수업 지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교습소 벽면에는 피아노 기초를 익히는 데 필요한 음표가 붙여져 있다.
지난 3월 장야초등학교 앞에 개원한 김지은피아노 교습소 전경.
지난 3월 장야초등학교 앞에 개원한 김지은피아노 교습소 전경.

 

주소 : 옥천읍 장야리 306-3
전화 : 010-4031-0737
영업시간 : 시간정원제 수업 / 매주 토요일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piano1204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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