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선 대표, 지난 7월1일 장야리에 장수식당 다시 열어
능이오리백숙·염소탕·능이칼국수·동태찌개 등 만들어
치킨집 호프집에 이어 장수식당까지···힘들어도 보람 느껴

노순선 대표는 손님들에게 음식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노순선 대표는 손님들에게 음식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 장야리에 있는 그린아파트 맞은편에 못 보던 분홍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안에 들어서자 식당 개업을 하루 앞두고 새 단장을 하느라 분주했다. 메뉴판 붙이고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한다고 바빠 보였다. 같은 동네에서 칼국수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이 집 환풍기를 달아준다고 자기 시간을 내서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본인도 식당 운영하고 바쁠 텐데 우리 식당에 환풍기 없다고 하니까 도와주러 왔어요. 아주 친하진 않아도 친하겐 지내죠(웃음). 고맙지, 정말 고맙죠.”

첫인상이 좋았다. 그간 옥천에서 인복을 쌓아온 사람으로 보였다. 읍내 가보세호프 옆에서 장수식당을 한 지 8년. 이런저런 사정으로 원래 있던 식당 자리는 나오고 한 달 반을 내리 쉬었다. 장수식당은 그렇게 손님들에게 잊힌 존재가 될 줄 알았건만 그렇지 않았다. 식당 어디로 갔냐며 물어보는 전화가 자주 왔다. 이번에 장수식당 다시 한다고 현수막 걸고 간판 달고 하니까 어떤 분은 들어와서 ‘가보세호프 옆에 그 장수여?’라고 물었다. 노순선(61, 읍 장야리) 대표는 ‘내가 장수식당 그 사장이 맞다’고 반갑게 화답했다.

국내산 오리 한 마리와 능이버섯, 부추 등을 넣어 끓여낸 능이오리백숙.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국내산 오리 한 마리와 능이버섯, 부추 등을 넣어 끓여낸 능이오리백숙.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 음식 말도 못하게 많이 했죠

“한 자리에서 8년 넘게 했는데 아무래도 맛있어서 오셨겠죠. 이제 막 맛내고 단골 잡아가는 과정이었는데 아쉽게 됐어요. 원래 있던 자리는 내 집이 아니라서 그렇게 됐죠. 장수식당 하기 전에는 치킨집도 하고, 호프집도 했는데 아마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IMF 이후로 이것저것 먹고 살려고 한 건데 아이들도 크고 하니까 호프집은 아이들에게 안 좋을 거 같아서 내 스스로 접고 이 험한 길을 택했죠. 그렇게 장수식당을 시작했는데 저는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할뿐더러 하다못해 즐겁더라고요.”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 과정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음식 맛을 알아봐 주는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 그래서 이 일에 자부심을 느꼈다. 다른 식당가서 조리법을 따오거나 한 건 없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음식을 하나하나 터득한 덕분이다. 지금이야 횟수가 줄었다지만 한 달에 한 번꼴로 제삿날이나 명절날 다가오면 음식 챙겨야 할 식구들이 많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게 식당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다.

메뉴는 예전과 똑같이 한다. 염소탕(1인분, 1만5천원), 능이오리백숙(1마리, 6만원), 능이토종백숙(1마리, 5만5천원), 동태찌개(2~3만원) 그리고 1년 전에 출시했던 능이칼국수(1인분, 8천원) 등이 있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능이오리백숙, 염소탕으로 몸보신하는 손님들이 많다. 능이는 지인에게 능이 음식을 다루는 사장님을 소개받아 조리법을 익혔는데 다른 식재료들도 입맛에 맞게 조금씩 첨가했다. 오리고기는 1번지 사장님에게, 염소 고기는 대전에서 받아온다.

■ 고향보다 더 오래 산 옥천이 좋아요

“경북 고령에서 시집왔어요. 남편 만나서 결혼하고 37년째 옥천에 사는 거예요.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식당 장사를 했으니까 식당 일은 30년도 넘었죠. 남편은 영동 사람인데 명예퇴직할 나이가 안 됐는데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옥천에 온 거예요.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시니까 시골 들어가서 어른들 모시려고 한 거죠. 고향 고령에서는 25년, 여기서는 37년이니까 옥천 사람이라고 봐야죠. 저는 옥천이 좋아요. 처음에는 여기가 싫더라고. 막 답답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고령 가면 못 살아요. 여기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예요.”

장수라는 말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장수식당 와서 식사하는 손님들 모두가 오래 살라는 뜻도 있고, 또 아는 스님에게 장수라는 상호가 어울릴 것 같다는 조언을 얻어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처음 온 손님들은 전북 장수군을 생각하고 전라도 사람이 하는 식당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경상도 말을 하면 손님이 농담 삼아 ‘경상도 음식은 맛없는데’ 그러다가도 친절하게 모시고 음식 맛있게 해드리면 좋아했다. 점차 단골손님이 생겼다.

사서 쓰는 건 전혀 없다. 자잘한 반찬 하나 손으로 다 만든다. 힘은 들어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는 보람으로 여기까지 왔다. 또 살아남으려면 음식을 맛있게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야 손님들이 또 찾아온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식당을 운영하지만 중간에 쉬는 시간을 따로 잡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하는 분들은 쉬게 두더라도 오는 손님들 주문은 받아왔다.

■ 손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뻐요

식당 일이 몸이 고된 면이 있다. 고되고 힘들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음식 맛있어요’ 하면 없는 힘도 절로 생긴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3일이 되다 보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일이 지겹다고 생각하면 오래 할 수가 없다. 재밌고 보람도 느껴야 오래 간다. 한 달 반을 잠깐 쉴 땐 몸은 편해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은 쉴 나이는 아니니까 그동안 해왔던 일을 다시 하고 싶었다. 대전에 사는 딸은 ‘엄마 나이 생각해서 조금만 하라’고 걱정하지만 몸은 아직 팔팔하다.

“젊을 땐 먹고 사느라 바빠서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 나이가 60이 넘어가니까 자식들도 다 컸잖아요. 마음을 베풀어야겠다 싶어요. 어느 정도 음식 장사는 체계가 잡혔으니까 봉사를 조금씩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혼자 생각만 하는 거죠. 홀몸어르신들 손님 없는 날에 국수라도 해드리면 어떨까. 말만 앞세우면 안 되잖아요. 앞으로 실천해야겠죠. 그동안 식당 장사한다고 지역에서 활동한 건 없지만 앞으로는 어디 추천이 들어오면 해보고 싶어요.”

아무리 싱싱한 고기라도 고기 특유의 잡내가 있기 마련. 그렇지만 장수식당에서 내놓는 음식들은 잡내가 안 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항상 한결같은 맛을 자랑한다.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먹어보면 다 안다.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먹고 난 뒤 후회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장수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할 뿐이다.

“손님들을 맞이할 생각에 두근두근하고 그래요. 일이 싫으면 안 했겠죠. 저는 예전에 만났던 손님들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워요. 설레기도 하고요.”

주소 : 옥천읍 장야리 247-5 1층
전화 : 733-6200
영업시간 : 오전10시~오후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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