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짐(CM GYM)에서 스피닝 강사로 일하는 남채현 씨
어머니 김신애 씨 권유로 지난해 11월 미용 공부 시작해
청년들이 옥천에 즐길 수 있는 문화 기반 마련되길 바라

옥천, 청년을 만나다

 

새로운 일에 뛰어든다는 건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설 때가 많다. 막연하고 불안해서 몇 번 해보다 다시 내려놓는 일을 흔히 겪는다. 그래도 이런 저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거창하지 않아도, 조금은 평범해도 지금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해보면 꿈을 찾아갈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생활에 뛰어드는 20대 청년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건네줘야 할 이유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른으로 성장한다.

남채현 씨
남채현 씨

요즘 남채현(25, 장야리) 씨는 두 가지 일을 하느라 바쁘다. 하나는 읍내에 있는 씨엠짐(CM GYM)에서 저녁 시간 때 스피닝 강사로 일하는 것, 또 하나는 미용학원에 다니며 미용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다. 4년간 스피닝 강사를 하며 헬스장 회원들에게 유쾌한 운동을 선사했던 그가 미용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어머니 김신애(54, 장야리) 씨의 권유 덕분이었다. 읍내에서 16년 가까이 신애헤어를 운영한 김신애 대표의 든든한 지원 그리고 막내딸 채현 씨와 옥천에 같이 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전해져 그를 미용 일에 뛰어들게 했다. 

■ 몸에 맞지 않았던 타지생활, 다시 옥천으로

“회사 일이랑 스피닝 강사 이렇게 투잡(two job)을 했는데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기도 그렇고, 머리 만지는 건 예전부터 좋아해서 미용을 안 할 이유는 없었죠. 지난 11월부터 학원에 다녀서 배운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생각보다 배울 게 많더라고요. 미용만 할 줄 알았는데 피부소독이나 균, 이런 위생 쪽 관련된 공부도 하더라고요. 어머니도 저 알려주시려고 다시 보면서 같이 공부하는 중이에요.”

채현 씨는 군남초등학교, 옥천여중, 옥천상고를 나온 옥천 토박이다. 친언니 둘은 그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다. 자연스레 그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벌이를 찾아 옥천이 아닌 다른 지역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휴대폰 부품 관련 일을 했다. 또 제주도에서 3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도 했다. 채현 씨는 타지에 살면서 고향에 있을 때 당연하게 누렸던 편안함과 안정감이 늘 아쉬웠다고 한다. 다시 정든 옥천에 돌아와 의료기기 만드는 공장에 취업 기회를 얻어 4년간 일했다.

스피닝은 친구 따라 운동 겸 재미로 시작한 게 계기였다. 스피닝은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안장 위를 콩콩 뛰며 음악 선율에 맞춰 안무를 접목한 운동이다. 배에 힘을 주고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라 다이어트나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고 한다. 채현 씨는 스피닝 회원으로 있을 당시 선생님에게 강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고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음악도 듣고,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다 같이 재밌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중학교 3학년 친구들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요.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수업 시작 전에 동작 같은 거 미리미리 알려드리고요. 중간중간 동작을 챙겨드리고 그래요. 한 일주일에서 2주 정도 버티면 금방 따라 하실 수 있어요.”

■ 청년이 말하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옥천’은?

채현 씨가 학창 시절 만났던 고향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다. 군대에 있는 친구도 있고, 또 대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전공에 맞는 취업 자리를 알아보다 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그에게 옥천에 사는 청년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이야기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이 세 가지의 연계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학교 2학년 전까지만 해도 대전에 잘 안 나갔어요. 친구들이랑 놀이터 가거나, 자전거 타거나, 천에서 놀았죠. 그냥 마을 돌아다니며 놀았어요. 그러다 중학교 들어가고부터 친구들이 하나둘 학원에 다니고, 놀 것도 한정적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지루하더라고요. 지금은 카페가 많아졌지만 그때 당시에는 몇 군데 없어서 놀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청년들이 옥천에 상주할 수 있는 문화 기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읍내만 하더라도 보통 8시만 되면 간판 불이 꺼지잖아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더 큰 거 같아요.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쇼핑도 하면서 식사도 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연계됐으면 좋겠어요.”

■ 배우는 건 뭐든 자신 있어요

채현 씨는 일이 없는 주말에 가끔 남자친구와 함께 드라이브하며 캠핑을 즐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여유를 찾아 대청호 주변을 돌며 기분 전환을 한다고. 시간이 되면 대전, 구미에 사는 언니들 집에 찾아가 전화나 문자로 못다 한 수다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같은 헬스장에서 스피닝 강사로 6년째 활동하는 채현 씨의 남자친구 박경훈(30) 씨가 찾아와 옆을 지키고 있었다. 경훈 씨는 미용 일을 배우기 시작한 채현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왕 선택한 거라면 정진해서 프로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게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스피닝 강사 하시는 분 중에도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자기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스피닝 강사와 미용 공부를 병행하느라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는 채현 씨. 그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미용은 실력을 쌓으려면 2~3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배우는 건 잘 해서 손에 익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 있어요. 그리고 요즘 다들 코로나라고 해서 운동을 못 할 거로 생각하시지만 스피닝 운동은 마스크 다 쓰고 방역 다 지키면서 하고 있거든요. 마스크를 쓰고 하면 평소보다 힘들긴 해요. 그래도 덜 힘들게 느끼도록 재밌게 진행해요. 운동을 쉬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운동 쉬면 몸 상하니까 헬스장에 오셔서 즐겁게 놀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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